[해외토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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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사에게 물린 뒤 연인에 대한 기억을 모두 잃었으나, 재회 후 결혼에 성공한 마크 펠리./사진=더 선
호주의 한 30대 남성이 독사에게 물린 뒤 연인에 대한 기억을 모두 잃었으나, 재회한 후 다시 사랑에 빠져 결혼에 성공한 사연이 공개됐다.

지난 4일(현지시각) 영국 매체 더 선에 따르면 호주의 뱀 포획 전문가인 30대 남성 마크 펠리는 지난 2024년 3월 북부 지역에서 뱀을 포획하던 중 ‘타이거 스네이크’에 물렸다. 타이거 스네이크는 강한 신경독과 혈액독을 지닌 대표적 독사다. 타이거 스네이크에 물리면 호흡 마비, 다발성 장기 부전, 심각한 신경계 손상이 생길 수 있다. 마크는 뱀 사냥꾼으로 14년간 활동해 왔는데 이번 사고는 그가 처음 겪은 위기 상황이었다. 그는 독으로 인해 호흡이 멈췄으나 바로 병원으로 이송됐고 목숨을 건졌다. 하지만, 심각한 독성 후유증으로 ‘역행성 기억상실증’을 진단받았다. 역행성 기억상실증이란 특정 사건 이전에 있었던 경험이나 사건을 일시적·영구적으로 기억하지 못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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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사에게 물린 뒤 병원에 실려간 마크 펠리./사진=더 선
사고 이전의 기억을 대부분 잃은 마크는, 당시 연인이었던 레베카의 존재조차 기억하지 못했다. 사고 이후 10일 넘게 연락이 없자, 레베카는 마크에게 ‘나랑 헤어지고 싶으면 말이라도 해야 하는 거 아니냐’는 메시지를 보냈다. 이 문자를 통해 연인이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은 마크는 휴대전화 문자 내용과 자신의 일기장을 통해 관계를 하나씩 되짚었다. 마크는 “문자만 봐도 우리가 분명 교제 중이었고, 내가 많이 좋아했다는 걸 알게 됐다”고 말했다.

몸이 회복된 후, 마크는 레베카를 만나러 갔다. 그는 “기억은 전혀 없지만, 일기장에는 분명히 사랑한다고 적혀 있다”며 “다만, 당신이 혹여나 기억을 잃은 나와 만나고 싶지 않다면 이별을 받아들이겠다”고 말했다. 이에 레베카는 “내가 다시 사랑에 빠지게 해주겠다”고 말했다. 마크는 “그녀의 손을 잡았을 때 이상하게도 마음이 움직였다”며 “머리는 기억하지 못했지만, 감정은 남아 있었다”고 말했다. 결국 두 사람은 다시 교제를 시작했고, 최근 결혼식을 올렸다.


마크가 물린 타이거 스네이크는 ‘신경독(신경계에 영향을 주는 독)’을 가지고 있다. 신경독은 신경전달 기능을 차단해 근육 마비와 호흡 마비를 일으킨다. 이로 인해 산소 공급이 차단돼 ‘저산소증’이 유발되면 기억을 형성하는 핵심 부위인 ‘해마’가 손상될 수 있다. 인도 킹조지 의대 연구팀에 따르면 독사에게 물린 후 빠른 해독제 투여와 함께 신경학적 평가를 진행하지 않을 경우 저산소성 뇌 손상이 장기적인 후유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 연구팀은 “독 자체가 직접 기억을 지우는 것은 아니지만, 독으로 인한 호흡 마비와 저산소 상태가 심해지면 뇌세포가 손상돼 일시적 또는 영구적인 기억상실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독사에 물린 뒤 기억상실증 증상이 나타난다면, MRI(자기 공명 영상), EEG(뇌파 검사), 뇌 CT(컴퓨터 단층 촬영)를 통해 해마와 전두엽 손상 여부를 확인한다. 이후, 항독소 치료(독의 작용을 억제하고 멈추는 치료)를 진행한다. 약물 치료로 스테로이드, 항경련제, 항불안제 등을 투여한다. 이외에도 기억력 훈련, 일상 회상 훈련, 시간순 사건 배열 등 인재 재활 치료를 진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