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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지 냄새로 파킨슨병을 진단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귀지 냄새로 파킨슨병을 진단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중국 저장대 연구팀은 파킨슨병 환자와 건강한 대조군의 귀지에 포함된 휘발성 유기화합물(VOC)을 분석해 질병 여부를 구별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앞서 피지의 냄새 변화가 파킨슨병 환자를 식별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온 바 있다. 파킨슨병의 진행 과정에서 나타나는 신경 퇴행, 전신 염증, 산화 스트레스 등이 피지 성분에 변화를 일으켜 특유의 냄새가 나는 것이다. 다만 피지는 대기 오염이나 습도 등 외부 환경 요인의 영향을 받아 그 성분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이 한계로 지적됐었다.

이에 연구팀은 외부 환경의 영향을 덜 받는 외이도 내의 피지 즉 귀지에 주목했다. 연구진은 파킨슨병 진단을 받은 환자 108명과 건강한 대조군 101명을 대상으로 귀지 샘플을 채취해 VOC를 분석했다. 가스크로마토그래피-질량분석법(GC-MS)을 활용한 정밀 분석 결과, 파킨슨병 환자의 귀지에서 에틸벤젠, 4-에틸톨루엔, 펜타날, 2-펜타데실-1,3-디옥솔란 등 네 가지 VOC 농도가 유의미한 차이를 보였다.


연구진은 이런 데이터를 바탕으로 인공지능 기반 후각 진단 시스템(AIO)을 개발해 학습시켰다. 그 결과 AIO 시스템은 파킨슨병 환자와 비환자의 귀지 샘플을 94%의 정확도로 구분해 냈다. 이는 기존 진단 방식보다 간편하며, 더 빠른 시간 내에 결과를 얻을 수 있다.

파킨슨병은 서서히 진행되는 신경퇴행성 질환이다. 증상이 본격적으로 나타날 무렵에는 이미 도파민 세포의 60~70%가 손상된 경우가 많기 때문에 조기 발견이 매우 중요하다. 이번 연구는 단순한 귀지 채취만으로 파킨슨병의 조기 진단 가능성을 높일 수 있음을 보여준다. 연구진은 "AIO 시스템이 파킨슨병을 조기에 발견하기 위한 1차 선별 검사 도구로 사용될 수 있다"며 "조기 의료 개입의 길을 열어 환자 치료 성과를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다만 이번 연구가 단일 국가, 단일 병원에서 소규모로 진행된 예비 단계임을 강조했다. 연구팀은 "향후 다양한 인종과 연령, 질환 진행 단계별로 추가 검증이 필요하며, 보다 정교한 VOC 프로파일링과 표준화된 진단 알고리즘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미국의 화학관련 전문지인 '분석 화학(Analytical Chemistry)'에 지난 5월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