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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슬기 채취에 나선 노인들이 잇따라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다슬기 채취에 나선 노인들이 잇따라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지난 1일 경찰과 소방당국에 따르면 전날 밤 10시 48분쯤 충북 보은군 보은읍의 한 하천에서 80대 남성 A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A씨 아내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대원이 심정지 상태의 A씨를 구조해 병원으로 이송했지만 결국 숨졌다. 경찰은 A씨가 아내와 함께 다슬기를 채취하다 물에 빠져 사고를 당한 것으로 보고 정확한 경위를 조사 중이다.

같은 날 밤 11시 53분쯤에는 경북 영천시 화남면 고현천 수중보 근처에서 80살 B씨가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B씨는 이날 오전 7시쯤 다슬기를 잡으러 간 뒤 귀가하지 않아 밤 9시 27분쯤 가족들이 미귀가 신고를 했다.

얕은 물에서 이뤄지는 다슬기 채취는 비교적 안전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다양한 위험 요소가 도사리고 있다. 하천 바닥은 지형이 일정하지 않아 몇 걸음만 옮겨도 수심이 허리나 가슴까지 깊어지는 구간이 갑자기 나타날 수 있다. 특히 시야가 아래로 향한 채 몸을 숙이고 움직이기 때문에 수심 변화나 물살 세기를 제때 파악하기 어렵다.


게다가 하천 바닥은 이끼 낀 자갈이나 돌이 많아 미끄러지기 쉽다. 서울부민병원 응급의학과 박억숭 과장은 "이때 넘어지며 골절이 생기면 스스로 빠져나오지 못하고, 물살에 휩쓸려 익사로 이어질 수 있다"며 "여름철에는 수온 상승과 잦은 비로 유속까지 빨라져 사고 위험이 한층 커진다"고 말했다.

또한 수심이 갑자기 깊어지는 구간에 들어설 경우, 발이 닿지 않아 당황하면서 허우적대다 익사하는 사례도 있다. 가천대 길병원 외상외과 현성열 교수는 "다슬기를 줍는 도중 갑자기 수심이 깊어지거나 발이 닿지 않으면 당황해 허우적거리게 되고, 이 과정에서 폐에 물이 들어가 산소 공급이 막히면서 익사로 이어질 수 있다"며 "이때는 몸에 힘을 빼고 하늘을 바라보며 눕는 자세가 좋지만, 수영에 익숙하지 않다면 실행이 쉽지 않다"고 했다.

사고를 막으려면 긴 막대기로 수심을 미리 확인하고, 혼자 물가에 나가지 않는 것이 좋다. 아쿠아슈즈와 구명조끼를 착용하는 등 기본적인 안전장비도 필요하다. 박억숭 과장은 "다슬기 채취에 집중하면 주변 상황을 놓치기 쉬워, 물살이 세지거나 갑자기 물이 불어날 때 대처하기 어렵다"며 "가끔씩 허리를 펴고 주변을 살피며 작업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사고 발생 시에는 즉시 구조를 요청하고, 의식과 호흡을 확인한 뒤 저체온증을 막기 위해 따뜻한 곳으로 옮겨야 한다. 상처가 있다면 지혈한 뒤, 다친 부위를 고정하고 반드시 병원 진료를 받아야 한다. 심폐소생술이 필요한 상황이라면 올바른 순서로 시행해야 한다. 현성열 교수는 "의식이 없다면 인공호흡 두 번을 먼저 한 후, 가슴 압박 30회를 반복해야 한다"며 "이때 복부 압박은 장기 손상 위험이 있고 혈액 순환 효과도 떨어지기 때문에 절대 해선 안 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