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딜런 토마스 웨이크필드(29)가 혼수상태로 병원에 입원했을 때 모습./사진=데일리메일
영국 20대 청년이 갑자기 복통으로 쓰러져 병원 입원한 후 한 달만에 사망한 안타까운 사연이 전해졌다. 원인은 과도한 알코올 섭취로 인한 급성 췌장염으로 추정됐다.

최근 데일리메일 보도에 따르면 영국 이스트 오크셔(East Yorkshire) 지역에서 술집을 운영하던 딜런 토마스 웨이크필드(29)는 지난 4월 24일 왼쪽 윗배에 극심한 '타는 듯한 통증'을 느꼈다. 당시 딜런은 "간신히 몸을 가눌 수 있는 정도"였다며 직접 차를 몰아 병원으로 갔다고 했다.

병원에선 처음에 단순 위염을 의심하면서 입원을 권했다. 그런데 입원 3일 후 혈압이 생명을 위협할 정도로 심각하게 떨어졌고, 정밀 검사를 한 결과 '괴사성 급성 췌장염'이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 의료진은 혈류 감소로 인해 장기 일부가 썩고 괴사하는 중이라 설명했다. 이어 몸에 진정제를 투여해 일정 기간 의식을 잃게 해 혼수상태를 유도하는 치료를 하기로 했다. 이는 장기가 기능을 잃기 시작하면서 발생하는 산소 부족 현상으로부터 환자 뇌가 손상되는 것을 막기 위한 극단적 치료법으로 쓰인다.

이틀간 의도적 혼수상태를 겪은 딜런은 의식을 되찾은 뒤 자신의 SNS에 몸 상태를 공개했다. 그는 "몸의 기능이 멈췄고 고통이 심해졌다"며 "생명이 위태로워졌다. 며칠 혼수상태에 빠져있는 동안 가족들은 나를 무기력하기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이어 "하지만 아직 병과의 싸움은 끝나지 않아 고통스럽다. 불과 며칠 만에 내 삶을 송두리째 찢는 병과 마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글을 쓰고 불과 약 3주가 지났을 때 딜런의 상태는 급격히 악화돼 의료진은 또다시 의도적 혼수상태를 유도했다. 그럼에도 딜런의 건강 상태를 계속 나빠져 결국 5월 28일 사망했다. 그가 급성 복통을 느껴 병원에 입원한지 약 한 달만이다.


딜런에게 왜 갑자기 급성 췌장염이 생겼는지는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하지만 그의 가족 등 주변인들은 과도한 알코올 섭취가 원인이라고 강력하게 추정하고 있다. 딜런의 형은 알코올 섭취 때문이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실제 서구에서는 전체 급성 췌장염의 30%가 음주에 의한 것으로 보고된다. 대한췌장담도학회 저널(The Korean Journal of Pancreas and Biliary Tract)​에 따르면 알코올에 의한 급성 췌장염은 대개 5~10년 이상 장기간 과량의 음주를 한 사람들에게 발생한다. 강북연세병원 윤태욱 원장은 "췌장은 우리 몸에 소화 효소 등을 분비하는 장기"라며 "세포들이 알코올에 유난히 취약하다"고 말했다. 심지어 한 번의 폭음으로 췌장염이 생겼다는 보고들도 있다.

알코올에 의한 급성 췌장염 발생을 막으려면 알코올중독 환자의 경우 치료가 필수다. 알코올중독 치료는 크게 정신 치료와 약물 치료로 나뉜다. 정신 치료에는 술을 끊고 싶게 하는 동기유발 치료, 상담 등이 포함된다. 약물 치료에는 '날트렉손(Naltrexone)' '아캄프로세이트(Acamprosate)' 두 가지 약이 주로 쓰인다. 날트렉손은 뇌의 보상회로를 차단한다. 술을 마셔도 기존만큼의 즐거움을 느끼지 못하게 만드는 것이다. 아캄프로세이트는 술을 마시지 않았을 때 나타나는 술에 대한 갈망감, 불안감 등을 줄여준다.

아무리 효과 좋은 약을 처방해도 약을 제대로 먹지 않고, 술을 끊지 못한 상태라면 효과가 적다. 이때는 입원 치료가 필요하다. 환자 입원 기간은 상태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7~10일이다. 알코올 금단 시기가 지나는 데 7일이 걸리기 때문이다. 환자가 입원하면 약을 써서 몸에서 알코올을 빼내는 해독 치료를 한다. 그리고 각종 검사를 해 손상된 장기 등에 대한 치료를 병행한다. 더불어 술에 대한 욕구를 덜어주는 약물 치료도 이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