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사진=클립아트코리아
요즘은 장을 보면 대부분 식품이 비닐에 포장돼있다. 식품이 더 깨끗이 보존되는 것 같다고 좋아만 할 일이 아니다. 가위·칼로 이 비닐을 뜯을 때마다 미세플라스틱이 다량 발생한다. 이 미세플라스틱이 식품에 고스란히 묻을 수도 있다.

국제 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트’에 게재된 논문에 따르면, 식품을 감싼 비닐 포장재를 가위·칼로 자르거나, 손으로 찢는 사소한 행위만으로도 적게는 1만 4000개에서 많게는 7만 5000개의 미세플라스틱이 발생했다. 가위나 칼을 쓰기보다 손으로 뜯는 것이 그나마 나았다. 손으로 찢기, 가위질하기, 칼로 자르기 등의 개봉 방식을 비교하니, 칼로 썰면 손으로 찢을 때보다 미세플라스틱이 50% 더 많이 생기는 것으로 확인됐다. 가위질은 칼로 썰기보다는 나았지만, 역시 손으로 찢었을 때보다 더 많은 미세플라스틱을 만들어냈다. 연구팀은 가정에서 쓰는 칼과 가위의 날이 비닐을 깔끔하게 자를 수 있을 정도로 날카롭게 벼려져 있지 않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비닐만의 문제가 아니다. 플라스틱으로 된 용기나 포장재는 무엇이든 사소한 자극에도 미세플라스틱을 만들어낸다. 최근 스위스 취리히의 비영리단체 ‘식품 포장재 포럼 재단’ 소속 연구팀이 식품 포장재와 식품 속 미세플라스틱 함량에 관한 103개의 연구 논문을 검토한 결과, ▲음식을 포장째로 전자레인지 등에 데울 때 ▲페트병 등 포장재를 재사용하려고 씻을 때 ▲포장재가 햇볕에 노출됐을 때 ▲병뚜껑을 비틀어 열 때 등의 경우에 미세플라스틱이 발생하는 것이 확인됐다. 이런 자극이 누적될수록 포장재가 마모돼 미세플라스틱으로 부서지는 정도도 심해졌다.


연구팀이 참고한 연구 논문 중 하나에 따르면, 1L짜리 페트병 생수에 평균 약 2만 4000여 개의 미세플라스틱이 들어 있었다. 이 중 90%는 크기가 나노 단위였다. 또 다른 연구에서는 플라스틱 그릇과 접시 그리고 컵을 10번, 20번, 50분, 100번 씻는 실험을 시행했다. 씻기 전후로 그릇 위에 올려놓은 음식 속 미세플라스틱 양을 측정했더니 씻기 전보다 후에 더 많았다.

포장재에서 떨어져나온 미세플라스틱이 식품을 오염시키는 것을 막으려면, 가능한 한 플라스틱 대신 유리나 스테인리스 소재 포장재를 쓰는 것이 좋다. 논문 저자인 식품 포장재 포럼 재단의 총괄이사 겸 최고과학책임자 리사 짐머만은 “플라스틱 소재 병뚜껑을 계속해서 여닫는 행위는 무수히 많은 미세플라스틱이 음료에 섞여들게 한다”며 “플라스틱 포장재 속의 음식은 포장재에서 떨어져나온 미세플라스틱에 오염된다”고 말했다. 뉴욕대 랑곤 의과대학 레오나르도 트라산데 환경 소아청소년과장은 “분유나 모유 같은 식품을 플라스틱 용기에 담은 상태로 전자레인지에 돌리지 말아야 한다”며 “플라스틱 소재 그릇은 식기세척기에 넣지 말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