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췌장암이 생기면 소변이 콜라색으로 바뀌는 경우가 있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모든 '암'은 두려운 존재이지만, 그 중 췌장암은 생존율이 가장 낮아 '더 무서운' 암에 속한다. 생존율이 조금씩 증가해 지금은 두자릿수(약 12%)로 올라섰지만, 아직도 완치가 쉽지 않다. 이유가 뭘까?

◇증상 없는 경우 많고, 전이도 잘 되는 편
우선 증상이 없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게다가 장기 주변에 중요한 혈관이 있어서 전이가 잘 된다. 이 때문에 첫 진단 당시 3~4기인 경우가 80% 이상이다. 두 번째로 조기 발견해 수술이 가능하더라도 합병증이 많이 생기는 편이다. 수술을 해도 췌장이 잘 아물지 않기 때문이다. 수술 후 회복이 더디다 보니 항암치료가 늦어지고, 아예 항암치료를 못 받는 경우도 있다. 또한 췌장암은 조직 특성상 항암제 침투가 잘 안 되고, 췌장암에 특화된 강력한 항암제가 없다.

그럼에도 췌장암에 대한 경각심이 늘면서 환자가 증상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조기에 정밀 검사를 통해 발견하는 경우가 늘었다. 이 부분이 생존율 향상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췌장암은 유전적인 요인이 10%를 차지한다. 직계 가족 중에 췌장암이 두 명 이상 있는 사람은 가족력이 없는 사람보다 췌장암 위험도가 9~10배로 높다. 이런 사람들은 췌장암을 전문적으로 치료하는 의료 기관에서 유전 상담을 받고 정기적인 검진을 받는 게 안전하다. 만성 췌장염도 췌장암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염증이 지속적으로 췌장을 자극하기 때문이다.  과도한 육류 섭취, 비만, 담배 등도 췌장암 위험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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췌장 머리(빨간 동그라미 부분)에 암이 생기면 담즙(쓸개즙)과 이자액(소화액) 모두 길이 막혀 제대로 분비되지 못한다./사진=《해부학, 박억숭 공저, 수문사》
◇​담즙뇨 생기면서, 소변 콜라색으로 변해 
췌장암 증상은 많이 없지만, 소변색이 짙어지거나, 눈이나 피부가 노랗게 변하거나, 변이 흰색으로 바뀌고 기름기가 많아지면 의심 신호로 여겨야 한다. 서울부민병원 응급의학과 박억숭 과장은 "췌장암이 생기면, 보통 담도(담낭에서 담즙이 십이지장으로 가는 길)를 막거나 압박한다"며 "담즙과 췌장액(소화액)이 십이지장을 통해 이동하면서 음식물을 소화를 도와야 하는데, 췌장암으로 길이 막히니까 정체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정체되면 혈중 빌리루빈(담즙 속에 함유된 색소) 농도가 올라간다"며 "빌리루빈이 콩팥으로 가면 소변이 콜라색, 진한 갈색으로 변하고 피부에 침착되면 황달이 생긴다"고 말했다.

소변으로 빌리루빈이 배출되는 것을 '담즙뇨'라 한다. 췌장암 환자 185명(3분의 1은 1기, 3분의 1은 2~3기, 3분의 1은 4기)​을 조사했더니, 무려 59%가 담즙뇨를 겪었다는 조사 결과가 있다(​'Clinical and Translational Oncology' 출처). 이 조사에 따르면, 그 밖의 췌장암 증상으로 무력증(86%), 거식증(85%), 체중 감소(85%), 복통(79%)이 있었다. 따라서 담즙뇨와 함께 이런 증상이 동시에 나타난다면 바로 병원에서 검사를 받아보는 게 좋다.


변이 흰색으로 바뀌거나 지방이 많이 끼는 것도 증상이다. 담즙이 소화관으로 이동하지 못하는 탓이다. ​지방이 섞인 정도에 따라 색깔에 차이는 있지만, 대개 희거나 은색, 회색빛을 띤다. 변에 기름이 둥둥 떠 있을 때도 있다. 설사 형태로 나타나기도 하는데 대부분 악취가 심하다. 기름기가 많기 때문에 변기 물을 내려도 변이 쉽게 씻겨나가지 않는다. 열랑이 높은 고지방 식단으로도 일시적으로 나타날 수 있지만 반복된다면 췌장이나 담도질환 때문일 확률이 크다.

◇1~2기는 수술, 3~4기는 항암치료 위주 
췌장암 1~2기는 수술이 가능하다. 2~3기 초는 수술은 해볼 수 있지만, 수술 결과가 좋을지는 확실하지 않아 환자마다 상황에 따라 치료법이 달라진다. 3~4기는 항암치료가 주요 치료법이다. 췌장암도 수술해야 완치를 기대할 수 있다. 췌장암 수술이 가능한 경우는 10~15% 정도 된다. 조기 진단을 통해 최대한 빨리 치료의 가능성을 열어두는 것이 생존율을 올릴 수 있는 핵심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