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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동병원 신경과 김연정 원장​
국내 치매 환자 수가 빠르게 늘고 있다.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23년 치매역학조사 및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내년이면 국내 치매 환자 수가 100만 명을 넘고, 2044년에는 200만 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치매 환자는 시간이 지날수록 기억력이나 언어 능력 같은 인지 기능은 물론, 신체 기능까지 점차 퇴화한다. 결국 일상을 스스로 유지하기 어려워지고, 보호자의 도움이 반드시 필요해진다. 그래서 치매는 환자 개인뿐 아닐 가족 전체의 삶을 뒤흔드는 병이라 말한다. 어떤 사람들은 암보다 더 무섭다고 표현한다.

치매 환자를 돌보는 가족의 부담도 만만치 않다. 정서적으로는 물론, 육체적·경제적으로도 큰 희생을 감수해야 하는 일이 많다. 실제 보건복지부 조사에서는 치매 환자 가족의 약 절반(45.8%)이 돌봄에 큰 부담을 느끼고 있다고 답했다. 치매 환자 가족의 자살이나 간병살인 같은 안타까운 뉴스들이 계속해서 보도되는 것도, 그만큼 간병 부담이 심각하다는 증거다. 
치매의 가장 흔한 원인은 알츠하이머병이다. 알츠하이머병은 뇌에 비정상적인 단백질이 쌓이면서 신경세포가 서서히 죽어가는 퇴행성 신경 질환이다. 한 번 진행되면 되돌리기 어려워, 되도록 빨리 치료를 시작해 뇌 기능 저하를 최대한 늦추는 것이 중요하다.

알츠하이머병은 시간에 따라 인지 저하가 시작되는 치매 전 상태인 '경도인지장애'를 거쳐, 일상생활의 장애가 있는 '치매' 상태에 이른다. 현재 알츠하이머병에 가장 널리 사용되는 치료는 뇌 손상의 결과로 인해 나타나는 기억력 장애에 대한 치료가 주를 이루며, 도네페질과 같은 먹는 약이 대표적이다. 이러한 치료는 인지 기능 저하를 늦추는 데 도움을 주지만, 아밀로이드 베타(Aβ), 타우(tau), 신경염증 등 알츠하이머병의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는 한계가 있다. 최근에는 알츠하이머병의 근본적인 원인 중 하나인 아밀로이드 베타를 제거하는 주사제가 등장해 국내에서도 활발하게 사용되고 있다. 이 주사제를 경도인지장애나 초기 알츠하이머병 단계에서 시작하면 인지저하 속도를 27% 정도 늦출 수 있다고 보고된다.


하지만 아직도 많은 사람이 적절한 시기에 병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최근 대한치매학회 여론조사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의 90.4%가 치매에 대한 두려움이나 부담을 느끼고 있지만, 조기 진단과 치료의 핵심 단계인 '경도인지장애'에 대해 잘 알고 있다고 답한 비율은 27.7%에 불과했다. 또 다른 조사에서는 국내에서 치매 진단까지 걸리는 시간은 평균 3년 3개월이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낮은 인지도와 늦은 진단이 조기 치료를 가로막는 큰 장벽이 되고 있다.

치매가 고칠 수 없는 병에서 '관리할 수 있는 병'이 되어 가고 있다. 치매는 조기에 진단하고 적절히 치료하면 인지 기능을 유지할 수 있는 시간이 길어지고, 환자와 가족 모두의 삶도 훨씬 나아질 수 있다. 이름 같은 중요한 정보를 자주 잊거나, 익숙한 장소에서 길을 잃거나, 감정 기복이 심하고 성격 변화가 눈에 띄는 등 의심되는 증상을 보인다면, 주저하지 말고 병원을 찾아야 한다. 의심된다면 즉시 전문가의 진료를 받고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가장 현명한 선택이다.

(*이 칼럼은 광동병원 신경과 김연정 원장의 기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