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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견과 해변 산책 시 모래를 먹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무더운 여름, 반려견과 함께 시원한 바다로 떠나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반려견과 소중한 추억을 쌓으러 간 해변에서 강아지가 모래를 먹어 위험한 일이 벌어지기도 한다. 삼킨 모래가 단순히 장을 지나 배출되지 않고 내부에 쌓이면 심각한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모래 섭취로 장폐색 와 수술받은 사례 有
최근 부산 온동물의료센터(ON Animal Medical Center)는 4살 강아지가 모래 이물을 섭취 후 수술한 사례를 보고했다. 광안리 해변을 산책하던 중 다량의 모래를 삼킨 4살 토이푸들 ‘호두’의 수술 사례다. 엑스레이(X-ray) 검사 결과, 호두의 소장은 비정상적으로 확장된 상태였고 이미 모래로 인한 폐색(막힘)이 진행된 것으로 보였다. 치료를 맡은 온동물의료센터 홍영수 외과 원장은 내과적 약물 치료만으로는 해결이 어렵다고 판단해 수술을 결정했다.

수술은 장을 절개해 이물을 직접 제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장 점막에 강하게 달라붙은 모래가 잘 떨어지지 않아, 장 절개 부위보다 앞쪽 장관에 주사기를 삽입해 플러싱(물로 이물질을 제거하는 세척법)을 실시했다. 장 내부에서 물살을 통해 모래가 절개 부위로 흘러나오도록 유도한 것이다. 수술 후에는 복강을 여러 차례 세척해 2차 감염을 예방했다. 수술 도중 확인한 결과, 소장 내부의 중간부터 말단까지 다량의 모래가 뭉쳐있었다. 특히 회맹부에 걸린 모래 덩어리는 이동 불가능한 상태였다. 회맹부는 강아지의 소장 말단부이며, 해부학적으로 장 직경이 일시적으로 좁아지는 구간이라 이물이 걸리기 쉽다. 이 부위에 모래가 걸리면 장 내용물 흐름이 차단되고 압력이 높아져 장 점막 괴사, 천공, 패혈증으로 빠르게 진행될 위험이 있다.


수술 후에는 장염으로 인한 혈액과 모래가 섞인 설사가 지속돼 약물 치료를 병행했다. 다행히 호두는 입원 3일 차부터 구토가 멎고 식욕이 돌아왔다. 5일 차부터는 정상적인 배변을 하고 기력이 회복돼 무사히 퇴원했다. 홍영수 원장은 “모래를 소량 섭취했을 경우에는 수액이나 약물로 자연 배출이 가능하다”며 “그러나 많이 섭취해 장 속에서 덩어리져 굳고, 장 운동이 정지되면 수술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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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두의 몸에서 제거한 모래/사진=온동물의료센터 제공
◇소형견은 모래 두세 숟갈만 먹어도 위험
반려견과 소중한 추억을 쌓기 위해 떠난 해변. 해변 산책을 하던 중 강아지가 갑자기 모래를 먹는다면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보통 반려견은 모래를 일부러 먹지는 않지만, 모래가 있는 곳에서 공놀이를 하거나 얼음이나 음식물이 떨어져 있을 때 의도치 않게 섭취할 가능성이 있다. 소래동물병원 오선영 외과 원장은 “거친 모래가 위장 점막을 자극하면 출혈성 위염이나 장염을 유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호두의 사례처럼 내과적 처치로 해결되지 않아 수술까지 하는 경우는 드물지만, 소형견의 경우 두세 숟갈의 모래로도 장폐색이 발생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는 것이 오선영 원장의 설명이다. 반려견이 모래를 먹었을 때 보호자는 즉시 입안의 모래를 털어내고 더 이상 모래를 핥지 못하게 해야 한다. 또, 물만 먹게 하고 다른 사료나 간식은 주지 말아야 한다. 가급적 빨리 동물병원에 내원해 진료 및 X-ray 검사를 받는 게 좋다.

만약 반려견이 모래를 삼켰는데 별다른 증상이 나타나지 않으면 굳이 병원에 방문하지 않아도 괜찮을까? 오선영 원장에 따르면, 겉보기에는 멀쩡해 보여도 증상은 6시간에서 12시간 후에 서서히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곧바로 병원에 방문하는 게 좋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다면 하루 이틀 정도 구토, 식욕 저하, 혈토, 혈변 같은 증상이 발생하는지 관찰해야 한다. 오 원장은 반려견이 ▲모래를 눈에 띄게 많이 삼킨 경우 ▲토를 하거나 식욕이 떨어지는 경우 ▲복부를 만졌을 때 통증을 느끼는 경우에는 반드시 병원을 찾아야 한다고 권했다.


◇발바닥 델 수도… 해변 산책은 이른 아침이나 저녁에
해변은 아름답고 반려견과 추억을 쌓기 좋지만 반려견에게는 다소 위험한 놀이터가 될 수 있다. 모래 섭취뿐만 아니라 ▲뜨거운 모래로 인한 발바닥 화상 ▲물에 빠지는 익수 사고 ▲물속 쓰레기나 낚싯바늘 등의 이물질 섭취 ▲과도한 바닷물(염분) 섭취로 인한 전해질 불균형 ▲모래 속 기생충 감염 등의 우려가 있어서다. 반려동물과 해변 나들이를 계획하고 있다면 보호자의 각별한 유의가 필요하다.

오선영 원장은 반려견과 해변 산책 시, ▲입질 습관이 있는 반려견은 반드시 입마개 착용 ▲줄 없이 자유롭게 다니지 않도록 통제 ▲조개껍질·해조류·쓰레기 등을 주워 먹지 않도록 지속적으로 관찰 ▲해수욕 후 깨끗한 물로 발과 몸 씻어주기(염분·세균 제거) ▲모래와 물은 핥지 않도록 유도 등의 안전 수칙을 지켜야 한다고 전했다. 또한, 한낮의 여름철 해변은 모래가 매우 뜨겁기 때문에 해변 산책 시 주의가 필요하다. 오 원장은 “이른 아침이나 저녁 시간을 이용해 산책할 것”을 권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