펫이슈
[멍멍냥냥] 동물에게도 자폐 스펙트럼 장애 있을까?
이해림 기자
입력 2025/06/15 16:08
동물에게도 자폐 스펙트럼 장애가 있는지는 사실 알 수 없다. 진단을 내릴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동물들이 어떤 행동을 하는지 관찰은 할 수 있지만, 그 행동이 어떤 정신적인 활동 때문에 일어났는지 정확히 파악할 길은 요원하다. 스카이동물메디컬센터 인천점 문종선 원장은 “다른 동물과 관계를 잘 맺지 못한다거나, 울음소리나 행동을 통한 소통이 원활하지 않다거나, 똑같은 행동을 계속하는 것은 자폐가 없어도 단순 사회성 부족이나 강박증 때문에 일어날 수 있다”며 “사람의 경우 자폐 의심 증상이 있을 때 그것이 정말로 자폐 때문인지 사회성 부족 때문인지 구분할 방법이 있지만, 동물은 아니다”고 말했다.
우리는 동물을 사람에 빗대어 이해하려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사람 의학에 있는 정신 질환을 모두 동물에게 적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특정 질환이 있다고 하려면, 그 질환을 증상이 비슷한 다른 질환과 감별할 기준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사람의 머릿속에서 일어나는 정신적 일이라면 몰라도, 동물이 평소 어떤 정신적 활동을 하는지를 인간이 알 수는 없다. 아는 것이 적으니 기준을 세워 구분해낼 수 있는 정신 질환의 가짓수도 적어진다. 개와 고양이의 경우 지능이 뛰어난 개체라도 2~3세 인간 수준이라 사람만큼 뇌가 발달해있지 않은 것도 영향을 미친다. 문종선 원장은 “자폐 스펙트럼 같은 정신 질환을 수의학에서 진단하는 것은 불가능하고, 지금은 강박증과 인지 장애 증후군(치매) 정도가 동물병원에서 흔히 진단된다”고 말했다.
자폐 스펙트럼 장애 환자들이 특정 행동을 반복하는 것과 유사한 모습을 동물이 보인다면, 일단은 자폐 스펙트럼 장애보다는 강박이라고 하는 것이 더 정확하다. 강박 증상을 보이는 동물 환자가 실제로 많기도 하고, 둘 중에서 현재 진단이 가능한 쪽이 강박이기 때문이다. 문종선 원장은 “강박은 발을 계속 빨거나, 자기 꼬리를 물려고 빙빙 돌거나, 무언가 깨무는 등 특정 행동을 별 이유 없이 계속 반복하는 것으로 정의할 수 있다”며 “뇌의 자극 처리 능력이 떨어져 생긴다고 밝혀져서, 약물 치료로 어느 정도 완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