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사진=노보 노디스크, 일라이 릴리 제공
비만 치료제 시장을 이끌고 있는 노보 노디스크와 일라이 릴리가 신제품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노보 노디스크는 AI 기반 신약 개발 기업과 라이선스 계약을 통해 새로운 기전의 먹는 비만 치료제 후보물질을 확보했으며, 일라이 릴리 또한 바이오기업과 손잡고 비만 치료제 사용 시 동반될 수 있는 근육 감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나섰다.

◇노보, 먹는 비만 신약 후보물질 라이선스 계약… 1.1조 규모
노보 노디스크는 비만을 비롯한 경구용 심장대사질환 신약을 추가로 개발하고자 미국 AI 기반 신약 개발 전문 바이오기업 딥 애플 테라퓨틱스와 독점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다고 11일(현지시간) 밝혔다.

딥 애플은 AI 기반 가상 화합물을 통해 GPCR(G 단백질 결합 수용체) 표적 저분자 신약을 개발하는 바이오기업이다. 이번 계약을 통해 노보 노디스크는 딥 애플이 개발 중인 GPCR 표적 저분자 신약 후보물질에 대한 글로벌 권리를 확보한다. 초기 연구·개발은 딥 애플이 주도하고, 임상시험 진입 단계부터는 노보 노디스크가 주도권을 갖는다.

계약 조건에 따라 노보 노디스크는 딥 애플에 선급금·연구비·성과에 따른 마일스톤 지급금을 포함해 총 8억1200만달러(한화 약 1조1000억원)를 지급한다. 딥 애플은 허가·출시 이후 매출에 따른 로열티를 추가로 받을 수 있다.

이번 투자는 후속 신약 확보를 통해 비만 치료제 주도권을 탈환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GLP-1 이외의 새로운 표적 신약을 개발해 빼앗긴 시장 점유율을 되찾겠다는 것이다. 노보 노디스크는 그동안 '위고비(성분명 세마글루타이드)'로 비만 치료제 시장 주도권을 쥐고 있었으나, 최근 일라이 릴리의 '마운자로(성분명 터제파타이드)'에 미국 시장 점유율을 내준 바 있다.

◇릴리, 주베나와 근육 건강 개선 치료제 개발 협력
일라이 릴리 또한 11일(현지시간) 미국 바이오기업 주베나 테라퓨틱스와의 공동연구 계약을 통해 AI 기반 단백질 근육 건강 개선을 위한 치료제 후보물질을 확보했다.


주베나는 만성 근육 질환과 비만 등 대사질환에 대한 생물학적 제제 후보물질을 보유하고 있다. 대표 파이프라인으로는 근육 재생을 촉진하도록 설계된 단백질 'JUV-161'이 있으며, 식욕을 억제하지 않고 지방을 분해하는 기전을 가진 비만 치료제 후보물질 'JUV-112'도 보유하고 있다. 이는 GLP-1 등 인크레틴 약물과는 다른 기전으로, 에너지 소비를 유도하면서 근육량은 보존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양사는 주베나의 AI 기반 단백질 스크리닝 플랫폼 'JuvNET'을 활용해 근육 건강·체성분 개선을 위한 치료제 후보물질을 공동 발굴할 예정이다. JuvNET은 줄기세포 분비 단백질의 치료 가능성을 분석하도록 설계된 AI 플랫폼으로, 근육 건강 개선을 위한 표적 치료제를 선별하는 데 쓰인다.

계약에 따라 주베나는 발굴된 주요 후보물질에 대해 릴리에 독점적 라이선스를 부여하며, 이후 연구·개발·상업화는 릴리가 주도한다.

릴리는 주베나에 계약금, 지분 투자, 개발·상업화 단계에 따른 마일스톤을 지급한다. 주베나는 구체적인 액수를 공개하지 않았지만, 외신 보도에 따르면 이번 계약 규모는 6억5000만달러(한화 약 9000억원) 이상이다.

두 회사의 협력은 비만 치료제 수요 급증으로 인해 직면할 수 있는 근육 손실 문제를 보완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비만 치료제 시장의 다음 단계로 근육 건강 개선 치료제 시장을 선점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현재 위고비·마운자로 등 GLP-1 계열 비만 치료제의 수요가 급증하면서 약물 사용 시 발생할 수 있는 근육 손실을 대비하기 위해 근육 강화 약물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특히 근육량 감소는 고령층에서 신체 기능 저하, 낙상 위험 증가, 골절 등의 문제를 유발할 수 있는 요인으로 알려졌다.

일라이 릴리 다니엘 스코브론스키 최고과학책임자(CSO)는 "신약이 가치를 인정받기 위해서는 점진적인 체중 감소 효과를 입증하거나, 근육량 유지에 실질적인 이점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