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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조숙증, 고민만 하다 '성장 골든타임' 놓쳐… 의심되면 조기에 검사·치료해야
김예경 헬스조선 기자
입력 2025/06/11 08:01
성조숙증 조기 치료, 성장에 도움
치료가 자연 성장 막는다는 건 잘못된 정보
방치하면 최종 키 감소하고 조기 초경 위험
1·3·6개월 제형 치료제, 효과 일관성 유지
기준 충족하면 건강보험 급여 적용 가능
성조숙증은 8∼9세에 가급적 빨리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성조숙증 치료를 6.3∼9세에 시작한 환자들은 키가 평균 3.2㎝ 증가했다. 특히 8세 이전에 치료를 시작한 환자들은 평균 5.1㎝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8세 이후 치료를 시작한 환자들은 평균 2.5㎝ 증가에 그쳤다. 또 다른 연구에서 여아는 6∼7세 이전, 남아는 9세 이전에 치료를 받았을 때 환자의 최종 키 성장 효과가 더욱 뚜렷하게 나타났다.
유년기 성조숙증 치료로 인한 골량 감소를 우려할 수 있으나, 성조숙증 치료 중 골무기질밀도(뼈조직 내 무기질의 양)가 일시적으로 감소해도 치료가 끝나면 정상화된다. 결과적으로 사춘기 최대 골량에는 영향을 주지 않는다.
성조숙증 치료제와 성장호르몬 치료제를 혼동하기도 하는데, 두 약은 치료 목적과 기전, 대상 질환, 사용 시기 등이 다르다. 성조숙증 치료제는 비정상적으로 사춘기가 빨리 진행돼 성장판이 조기에 닫히는 것을 막기 위해 사용하고, 성장호르몬 치료는 성장호르몬 결핍이나 질환으로 인해 키가 잘 크지 않을 때 고려한다.
조기 사춘기, 유방암·전립선암 위험 증가
성조숙증 치료는 여성의 월경 주기와 생식 기능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국내 연구에 따르면, 성조숙증 치료를 받은 여아는 치료가 끝난 후 평균 14개월 만에 초경을 시작했다. 이는 일반적인 여아의 평균 초경 나이와 유사한 수준이다. 오히려 성조숙증 치료에 사용되는 GnRH(성선자극호르몬 방출호르몬) 작용제 '트립토렐린'을 사용한 여성들의 난임률이 낮았고, 치료받지 않은 여성들은 조기 폐경을 겪었다는 프랑스 연구 결과도 있다.
미국에서 진행한 대규모 역학 연구에 따르면, 초경 연령이 1년 빨라질 때마다 유방암 위험이 5% 증가했다. 이는 조기 초경이 유방암 발생과도 유의미한 연관성이 있음을 시사한다. GnRH 작용제 치료 등으로 사춘기 진행이 정상화되면 유방암 위험을 낮추는 잠재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성조숙증은 테스토스테론 노출 기간을 늘려 전립선 세포의 비정상적 증식을 촉진하고 전립선암 발병 위험을 높일 수도 있다. 연구에 따르면, 또래보다 사춘기 진행이 느린 경우 고등급 전립선암의 발병 위험이 77%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치료제, 호르몬 안정적으로 억제
국내에서 성조숙증 치료에 사용할 수 있는 트립토렐린 계열 약물은 성장판이 닫히기 전에 '성장 골든타임'을 빠르고 확실하게 지켜준다고 평가받는다. 투여 후 안정적으로 호르몬 억제 효과를 유지하고 황체형성호르몬을 감소시킴으로써, 사춘기 진행을 늦추고 유전적 최종 키를 확보하는 데 기여한다. 자연 유래 GnRH와 가장 유사한 분자 구조를 가진 약제로, 장기간 투약 안전성도 연구를 통해 입증됐다.
트립토렐린은 1·3·6개월 제형이 있다. 장기 제형이 단기 제형보다 효과가 더 강한 약제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매달 치료 효과에는 큰 차이가 없다. 치료 효과가 일관적으로 유지되게끔 설계됐기 때문이다.
트립토렐린 11.25㎎이 포함된 3개월 제형의 연구에 따르면, 치료 3개월 후 GnRH 자극 검사에서 황체형성호르몬 억제 반응 비율이 83.8%로 나타났다. 6개월 후에는 86.5%까지 증가해 지속적인 효과가 관찰됐으며, 연구 기간에 사춘기 진행 또한 늦춰졌다.
국제 다기관 3상 연구에서 트립토렐린 22.5㎎이 포함된 6개월 제형을 투여한 결과, 6개월 시점에서 환자의 93.2%가 사춘기 이전 수준으로 황체형성호르몬 억제를 유지했다. 환자의 97.7%에서 12개월 장기 치료 효과도 입증됐다. 투여 간격이 길어짐에 따라, 치료 순응도와 환자 편의성 역시 개선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GnRH 작용제 투여 후 두통, 식욕 증가, 기분 변화 등의 부작용을 겪기도 했으나, 대부분 가벼운 증상이었으며 일반적인 약물 치료 과정에서 흔히 발생하는 수준이었다.
GnRH 작용제의 건강보험 적용을 위해서는 ▲8세 미만, 9세 미만에 이차성징성숙도 2 이상의 이차 성징이 발현된 경우 ▲뼈 나이가 실제 만 나이보다 많은 경우 ▲GnRH 자극 검사 결과 황체형성호르몬이 기저치보다 2∼3배 증가해 최고 농도가 5IU/L 이상인 경우 등의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최초 요양기관 방문 시점이 발현 기준 연령을 초과해도, 담당 의사가 환자의 발달 상태 등을 포함한 병력 청취·진찰을 통해 2차 성징 발현 시점이 여아 8세 미만, 남아 9세 미만임을 확인해 진료기록부에 기록하면 2차 성징 발현 기준을 충족한 것으로 인정한다.
심영석 교수는 "성조숙증이 상당히 진행된 상태에서 치료하면 키 성장 효과가 미미할 수 있다"며 "치료 시기를 놓치지 않으려면 초등학교 입학 전후로 성장·발달 상태를 점검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