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

"8세 딸 가슴에 벌써 몽우리가?" 점점 빨라지는 '사춘기 시계'

정준엽 헬스조선 기자

소아비만 탓 늘고 있는 성조숙증

성조숙증 환자, 4년 새 70% 증가
방치하면 키 덜 자라고 정서 문제 겪기도
성장 속도 정상화하는 주사 치료 받아야
'3·6개월에 한 번' 치료도 가능

워킹맘 한모(36·경기 수원시)씨는 초등학교 1학년인 딸의 가슴에 몽우리가 생긴 것을 보고는 깜짝 놀라 병원을 찾았다. 아이의 혈액 검사 결과, 성조숙증이었다. 의사는 "이대로 두면 170㎝ 정도로 예상되는 최종 키가 150㎝ 대로 작아질 것으로 본다"며 "첫 월경 또한 3학년 말∼4학년 초에 시작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한씨는 걱정이 컸지만, 의사는 "다행히 성장 속도를 정상화하는 치료가 가능한 상황"이라며 가능한 빠르게 치료를 시작할 것을 권했다.

사춘기가 빠르게 찾아오는 '성조숙증' 어린이가 늘고 있다. 성조숙증을 그대로 두면 최종 키의 5∼10㎝를 손해 보게 된다. 여아의 경우 월경이 빨리 시작해, 당혹스러운 상황을 직면할 수도 있다. 성조숙증, 왜 늘고 있으며 어떻게 막아야 할까.




이미지

성조숙증 치료 시기를 놓치면 뼈 나이가 실제 나이보다 앞서면서 성장판이 조기에 닫힐 수 있고, 그로 인해 최종 키의 5∼10㎝를 손해 볼 수 있어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픽=김민선/사진=클립아트코리아
소아 비만이 성조숙증으로 이어져

성조숙증은 또래보다 사춘기 발달이 비정상적으로 빠르게 진행되는 상태를 말한다. 국내에서 여아는 만 8세 이전에 유방 발달이 시작되는 경우, 남아는 만 9세 이전에 고환이 커지기 시작하는 것을 성조숙증으로 정의한다. 이 외에도 머리 냄새가 심해지거나 여드름이 올라오는 시점이 너무 이른 것도 성조숙증 의심 증상 중 하나다. 2023년 국내 성조숙증 환자 수는 18만6726명으로, 2019년(10만8575명) 대비 70% 이상 증가했다(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

성조숙증 환자가 많아지는 대표적인 이유로는 '소아 비만'이 꼽힌다. 비만으로 인해 몸에 지방세포가 많이 축적되면 성선자극호르몬 분비가 증가해 성조숙증을 일으키는 경우가 많아졌다. 최근에는 식습관이 서구화되면서 고지방·고칼로리 음식을 과다 섭취하고, 스마트폰·컴퓨터를 사용하느라 활동량이 부족해진 아이들이 많아 비만 위험이 커졌다. 그로 인해 성조숙증 환자도 증가하는 추세다. 성조숙증은 남아보다 여아에서 10배 이상 더 흔한데, 80%는 특발성(특별한 질병 없이 발생하는) 진성 성조숙증이다. 반면, 남아의 성조숙증은 발생 빈도가 낮지만, 뇌·부신피질·생식샘 종양 등 기질적 원인이 있는 경우가 절반을 차지하기 때문에 빠른 진단이 중요하다.

키 손실에 정서 문제까지 일으켜

성조숙증의 가장 큰 문제는 성장판이 닫히는 속도가 앞당겨진다는 것이다. 여아는 초경 시기까지 빨라지는데, 초경 후에는 키가 5∼6㎝만 더 자라다가 멈추는 경향이 있다.


정서적인 문제도 겪는다. 아주대병원 소아청소년과 심영석 교수는 "또래보다 이른 시기에 이차 성징을 겪는 아동·청소년은 우울과 불안 등 내면의 문제나, 낮은 자아존중감과 스트레스 등 심리적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말했다. 여아는 또래로부터 놀림을 더 많이 받는 경향이 있는데, 이는 이차 성징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일으킬 가능성이 크다. 성조숙증을 앓고 있는 만 7∼12세 여아와 정상 발달 또래를 비교한 국내 연구 결과에 따르면, 성조숙증 여아들이 정상 발달 또래 대비 성숙에 대한 불안감이 유의미하게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성장 정상화, '3·6개월에 1번' 맞는 주사도 가능

성조숙증은 문진, 키·체중 검사, 손·손목 엑스레이 촬영, 혈액 검사 등 종합적인 검사 결과를 고려해 진단한다. 여아에서 만 8세 이전 가슴 발달 또는 남아에서 만 9세 이전 고환 용적 4㎖ 이상의 사춘기 발현 증상과 함께 기저(평상시) 사춘기 호르몬이 증가하거나, 뼈 나이가 실제 나이보다 현저히 증가하는 결과가 나오면 성조숙증으로 진단한다.

진단 후에는 주사 치료를 시작한다. 약제에 따라 4주(1개월), 12~13주(3개월), 24주(6개월)에 한 번 병원을 찾아 주사를 맞는 식으로 이뤄진다. 성조숙증 진료 지침에 따르면, 만 8세 이전에 치료를 시작한 경우 평균 5.1㎝, 만 8세 이후에 시작한 경우에는 평균 2.5㎝의 최종 성인 키가 증가했다.

치료에는 GnRH(성선자극호르몬 방출호르몬) 작용제를 사용한다. 국내에서 사용할 수 있는GnRH 작용제로는 트립토렐린과 류프로렐린이 있고, 모두 1·3·6개월 용량이 쓰인다. 투여 기간은 환자마다 다르며, 짧게는 2년, 길게는 5년까지 투여한다. 이 중 트립토렐린 계열 약물은 성장판이 닫히기 전의 중요한 성장 골든타임을 빠르고 확실하게 지켜준다고 평가받는다. 투여 후 안정적으로 호르몬 억제 효과를 유지하고, 황체형성호르몬(LH)을 효과적으로 감소시켜 사춘기 진행을 늦추고 최종 키를 확보하는 데 기여한다. 자연 유래 GnRH와 가장 유사한 분자 구조를 가진 약제로, 장기간 투약 안전성도 연구를 통해 입증됐다. 치료 후 생식 능력에 영향을 미치지 않으며, 6개월에 한 번 투여하는 장기 지속형 제제는 편의성도 높다. 트립토렐린 계열 약물 중 하나인 '디페렐린'의 경우 64명의 성조숙증 아동을 대상으로 12개월 동안 진행한 임상시험에서 효능을 입증한 바 있다. 연구 결과, 3개월 제형을 투여받은 환자들의 황체형성호르몬과 난포자극호르몬(FSH) 최고치가 유의미하게 감소했고, 효과는 12개월까지 유지됐다. 안전성·내약성도 1·3·6개월 제형 간 비슷했다.

심영석 교수는 "성조숙증 치료를 제때 시작하면 뼈 나이 진행 속도가 정상화돼 성장판이 조기에 닫히는 것을 방지할 수 있고, 예상 최종 키는 치료하지 않았을 때보다 증가할 수 있다"며 "성조숙증이 의심된다면 가급적 빠르게 병원을 찾아 검사·치료를 받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占싼딅뮞鈺곌퀣苑� 占쎌뮆�э옙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