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

"노인들 골다공증 골절로 사망까지… 치료제 급여 기준 바꿔야"

정준엽 기자

대한골대사학회 기자간담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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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가톨릭대 여의도성모병원 내분비내과 백기현 교수, 분당서울대병원 정형외과 공현식 교수/사진=정준엽 기자
고령자의 질병 부담이 큰 '골다공증성 골절' 치료를 위해 골형성 치료제를 1차 치료부터 급여로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현재 급여 기준은 골흡수 억제제를 먼저 사용한 후 반응이 없는 환자에 한해서만 골형성 치료제를 급여로 사용할 수 있으나, 실제 의료 현장에서 환자들을 치료해 보면 처음부터 골형성 치료제를 사용하는 것이 치료 효과가 더 높아 급여 기준 개정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고령화사회 골다공증은 매우 큰 위협요인"
대한골대사학회는 30일 그랜드 워커힐 서울에서 '골절 초고위험군을 위한 골(骨)든 타임: 골형성촉진제 급여기준 개선'을 주제로 기자간담회를 진행했다.

최근 고령 인구 1000만명 시대에 들어서면서, 고령자들의 골다공증과 관련 골절에 대한 질병 부담이 커지고 있다. 국민건강영양조사에 따르면, 70세 이상 여성에서의 골다공증 유병률(골밀도 검사를 했을 때 T 점수가 –2.5점 미만인 비율)은 60~70%며, 50세 이상 여성에서 1만명당 270명가량이 골다공증성 골절이 발생한다.

가톨릭대 여의도성모병원 내분비내과 백기현 교수는 "고령화사회로 접어듦에 따라, 암, 치매, 심혈관계 합병증뿐만 아니라, 골다공증도 국민 건강에 매우 큰 위협요인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백 교수는 "학회가 2022년 데이터를 기반으로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국내 50세 이상 성인에서 주요 골다공증성 골절이 발생한 환자 발생한 환자 수는 약 40만명"이라며 "이는 서울 서초구, 경북 구미시 전체 인구에 해당하는 수치다"고 했다.


◇"비용 부담·재발 위험 커… 초기 치료 권장"
학계가 골다공증 치료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이유는 환자들의 경제적 부담, 삶의 질 저하, 재발 위험이 매우 크기 때문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 자료에 따르면, 2007~2013년 골다공증성 골절 발생 시 직접 의료비(입원·외래 진료비 등)와 간접 의료비(간병비·작업 손실액 등), 기타 사회적 비용(응급서비스 비용·여가 손실 비용 등)을 모두 감안한 사회경제적 비용은 총 1조166억원으로 집계됐다. 반면, 골다공증 골절의 초기 치료율을 1.5배 높이면 2040년까지 골절 발생이 440만건 감소하고, 의료비용 또한 약 14조원을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예측됐다.

골절은 환자들의 사망과 삶의 질에도 영향을 미친다. 분당서울대병원 정형외과 공현식 교수에 따르면, 고관절 골절 1년 후 전체 환자 중 20%가 사망했으며, 30%는 영구적 장애로 이어졌다. 40%는 걷지 못하는 등 보행 불편을 겪었으며, 80%는 일상생활에 불편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골절 환자는 초기에 제대로 치료받지 못할 경우 재골절을 겪을 위험이 높은데, 이는 사회경제적 부담을 더 높일 수 있는 요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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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계에서는 골절 고위험군을 대상으로 골형성 치료제를 1차 치료부터 사용할 것을 권고한다. 사진은 왼쪽부터 '이베니티(로모소주맙)', '포스테오(테리파라타이드)'/사진=암젠코리아, 한국릴리
◇"골형성 치료제, 초기부터 사용해야 치료 효과 높아"
학계에서는 골절 고위험군을 대상으로 빠른 치료를 받도록 권장하고 있다. ▲최근 1년 내 취약 골절(고관절·척추)을 경험했거나 ▲두 개 이상 다발 골절을 겪었거나 ▲골밀도 T점수가 –3점 미만인 경우를 고위험군으로 분류하며, 이들에게는 로모소주맙(제품명 이베니티)·테리파라타이드(제품명 포스테오)와 같은 골형성 치료제를 1차 치료부터 사용할 것을 권장한다. 골형성 치료제란 뼈를 형성하는 골모세포를 자극함으로써 뼈의 형성을 촉진하고 골밀도를 높이는 약을 말한다.

가령 1차 치료에 데노수맙(제품명 프롤리아) 등 골흡수 억제제를 사용한 척추 골절 환자(T점수 –3점 기준) 중 T점수를 –2.5점 이상으로 개선한 환자 비율은 약 25%에 그친 반면, 골형성 치료제를 사용한 환자들의 해당 비율은 약 85%였다. 또한 골형성 치료제를 먼저 사용하고 골흡수 억제제를 사용하면 51.5번의 골절 사례를 예방할 수 있는 반면, 골흡수 억제제를 먼저 사용하고 골형성 치료제를 사용할 경우 예방 가능성이 약 30번으로 줄어들었다는 연구 결과도 있었다.

공현식 교수는 "골다공증성 골절이 발생하면 1년 내 재골절 위험이 5배 증가하며, 재골절 사례는 지난 4년 동안 꾸준히 증가했다"며 "초기부터 빠르게 골밀도를 높이는 것을 목표로 골형성치료제를 쓰도록 권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골형성 치료제, 1차 치료 급여 인정돼야"
학계는 현행 급여 제도 내에서는 골형성 치료제를 1차 치료로 사용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현재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골흡수 억제제를 1차 치료로 사용하도록 급여 기준을 설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급여 대상 또한 65세 이상, 골밀도 T점수 –2.5점 이하, 2개 이상의 골절 발생을 모두 충족하는 경우에만 인정된다. 최근에는 치료 목표를 –2.0점 달성까지 더 높게 두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현 급여 기준이 치료의 장벽이 되고 있는 셈이다.

의료진들은 골형성 치료제 1차 치료를 급여로 인정하는 해외 국가의 사례를 들며 급여 기준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대한골대사학회가 제안한 급여 기준 수정안은 크게 ▲'골흡수 억제제 치료 실패 시' 전제 조건 폐지 ▲65세 이상 나이 조건 폐지 ▲다발성 골절 이외에도 고관절·척추 중 1가지라도 골절을 경험할 경우 급여 인정 등이다.
경북대병원 정형외과 백승훈 교수는 "영국·일본에서는 이미 골형성 치료제를 1차 치료 급여로 인정하고 있고, 호주의 경우 지난해 급여 기준이 바뀌면서 골형성 치료제가 1차 치료제로 확대됐다"며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우리나라에서도 골형성 치료제의 선 사용을 통해 골다공증성 골절 고위험군을 적극적으로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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