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건강
혈당을 높이는 ‘소리’가 있다
이슬비 기자
입력 2025/05/30 22:00
우리 몸은 소음을 스트레스 인자로 인식한다. 몸을 긴장시키는 교감신경이 항진되면, 부신 수질에서 아드레날린·노르에피네프린이 피질에서 코르티솔이 분비된다. 스트레스 호르몬으로 알려진 이 물질들은 모두 혈당을 상승시키는 작용을 한다. 아드레날린은 간에서 글리코겐을 분해해 포도당을 혈중으로 방출시키고, 코르티솔은 아미노산·지방 등이 포도당으로 바뀌는 당신생 작용을 촉진한다. 동시에 혈당 조절 호르몬인 인슐린에 세포들이 둔감해지도록 한다.
5만 7000여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덴마크 대규모 코호트 연구에서 소음이 제2형 당뇨병 발병 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대 강남센터 가정의학과 유정은 교수팀이 3534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도, 직장에서 20년 이상 소음에 노출된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당화혈색소 수치가 상대적으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당화혈색소는 지난 2~3개월 간의 혈당 평균치를 말한다.
우리 몸이 소음으로 인식하는 소리는 약 50~60㏈ 이상으로, 위층에서 아이들이 뛰는 소리가 40㏈, 망치질하거나 가구를 끄는 소리는 59㏈, 지하철 평균 소음은 80dB 정도다.
임산부는 특히 야간 소음을 주의해야 한다. 임신성 당뇨병으로 이어질 수 있다. 서울대 의대·보건환경연구소 공동연구팀이 20~49세 임산부 1만 8165명을 대상으로 거주지 주변 환경 소음과 임신성 당뇨병 발병 위험 사이 상관관계를 조사했더니, 야간 소음이 1dB 증가할 때마다 임신성 당뇨병이 약 7%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음으로 혈당이 올라가면, 식욕이 증가해 비만해질 가능성도 커진다. 비만하면 혈당은 잘 떨어지지 않는 악순환에 갇히게 된다. 스웨덴 카롤린스카의대팀 연구 결과, 소음 노출 정도가 심할수록 허리둘레가 길었다. 도로교통 소음이 45㏈에서 5㏈ 올라갈 때마다 허리둘레가 0.21cm 늘었고, 허리-엉덩이 비율이 0.14만큼 더 커진 것으로 확인됐다.
소음에 노출될 수밖에 없는 환경에 놓여있다면, 유산소 운동을 꾸준히 하는 게 도움이 될 수 있다. 앞서 소개한 유정은 교수팀 연구에서 작업장 소음에 노출됐더라도 혈당이 크게 오르지 않은 사람들이 있었는데, 이 사람들은 평소 꾸준히 '유산소 운동'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소음이 심한 공간을 피해 잠시나마 귀를 쉬어줄 자신만의 공간을 찾거나 제때 청력 보호 장비를 착용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스트레스 수치가 조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