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부질환
“전염될까봐 닿기도 꺼려해” 건선 환자 괴롭히는 오해와 편견
최지우 기자
입력 2025/05/27 08:00
[환우회 탐방]
한국건선협회 김성기 회장 인터뷰
건선 환자들에게 어두운 색 반팔이 주는 의미는 남다르다. 건선은 면역체계 이상으로 피부 여러 부위에 홍반, 하얀 각질(인설) 등이 일어나는 질환으로, 증상이 눈에 띄기 쉬워 많은 환자들이 소매가 짧거나 어두운 색상의 옷을 꺼렸다. 다행히 최근 치료제가 발전하면서, 환자들도 비로소 옷 선택 제약에서 벗어나기 시작했다. 다만, 건선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나 의료 환경은 여전히 완성 단계에 이르지 못했다. 한국건선협회 김성기 회장은 “건선 환자들은 사회적 차별이나 편견이 가장 힘들다”며 “바이러스나 박테리아처럼 전염되는 질환이라는 생각에 건선 환자들을 보거나 닿는 것을 꺼려하는 경우도 많다”고 지적했다. 7살 때부터 40여년 건선을 앓고 있는 김 회장은 현재 한국건선협회장으로서 국내 건선 환자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그를 만나 건선 환자들이 겪는 어려움과 그간 건선협회가 이룬 성과, 향후 목표 등에 대해 들었다.
-건선을 언제 어떻게 진단받았나?
“7살 때 건선이 처음 생겼다. 처음에는 수두로 오인해 집에서 자가 치료를 받다가 초등학교 2학년이 돼서야 건선 진단을 받았다. 건선은 육안으로 식별하기 어려워 정확한 진단을 위해서는 조직 검사가 필요하다. 건선이 잘 알려지지 않았던 때였으나 다행히 진단해준 피부과 의료진이 건선에 관심이 많았다. 정보가 적었던 만큼 치료법도 스테로이드가 유일했다. 날이 춥고 건조해지면 증상이 심해져 9~10월이 되면 스테로이드 처방량을 늘려야 했다. 부작용으로 식욕이 늘고 피부가 팽팽해지며 붓고 얼굴 모양이 달덩이처럼 둥글게 되는 문페이스(moon face)를 겪기 일쑤였다. 피부에 반복적으로 스테로이드를 바르다 보니 피부가 약해지고 혈관이 비칠 정도로 얇아졌다. 간지러움을 도무지 참을 수 없을 때는 피부에 약을 바른 뒤 랩이나 비닐 등으로 감싸는 ‘폐쇄 포대법’을 한 뒤 겨우 잠을 잤다. 이후 치료법이 발전하면서 자외선 치료 기기 안에 들어가서 UVA, UVB 단파장을 받는 자외선 치료를 집중적으로 받았다. 그 뒤로 비타민A 유도체 계열의 먹는 약, 전신 면역억제제인 싸이클로스포린이나 메토트렉세이트 등을 처방받았다. 염증 반응을 일으키는 원인 자체를 억제하는 생물학적 제제가 출시된 후로는 치료 효과가 높고 장기 투여에도 부작용이 낮아 치료로 인한 불편함을 많이 덜게 됐다. 원래 팔 전체에 각질이 있었는데 생물학적 제제 치료 3년차에 전부 사라졌다.”
-건선 환자로 살면서 직면한 어려움은 무엇인가?
“사회적 차별이나 편견이 가장 힘들다. 바이러스나 박테리아처럼 전염되는 질환이라는 생각에 건선 환자들을 보거나 닿는 것을 꺼려하는 경우가 많다. 오해가 담긴 시선들을 피해 옷으로 가릴 수 있는 병변은 최대한 가리는 등 건선 환자들이 숨게 된다. 건선은 피부에 붉은 병변이나 하얗고 큼지막한 각질이 생기는 등의 증상이 나타나는데 이 각질이 쉽게 떨어진다. 그래서 두피나 얼굴 피부에 건선이 심하면 각질이 떨어진 모습이 상대적으로 잘 보이는 어두운 색 옷을 피하게 된다. 실제로 면접 때 피부가 보여 떨어진 환자, 군대에서 괴롭힘을 당한 환자 등 사회 불평등을 겪은 환자들을 많이 찾아볼 수 있다.
옷으로 가릴 수 없는 특수부위 환자들의 경우에는 문제가 더 심각하다. 손등, 손발톱, 얼굴, 헤어라인 등 눈에 띄는 부위뿐 아니라 생식기 등 민감한 부위에 건선이 나타나는 걸 말하는데 최근 20~30대 젊은 환자들이 많이 늘었다. 눈에 잘 띄는 부위에 건선이 있으면 그렇지 않을 때보다 삶의 질이 훨씬 낮아짐에도 불구하고 현 산정특례 기준에 부합하지 못해 제대로 치료를 받지 못하는 실정이다. 건선 중증도 평가 기준인 PASI 10점 이상, 즉 본인 손바닥 크기 열 개 이상의 건선이 있을 때 산정특례가 가능한데 특수부위 건선이 전체 체표면 면적에 비해 크기가 작은 경우가 많은 탓이다. 사각지대에 놓인 환자들은 고가의 치료를 지속적으로 받기 어려워 증상이 심해지고 결국 사회에 잘 어우러지는 못하는 악순환의 반복에 놓이곤 한다.”
-지금까지 한국건선협회의 성과는?
“올해로 46년째 건선을 앓으며 여러 환자를 만나본 결과, 건선 환자들이 가장 바라는 점은 치료비 부담을 더는 것이다. 건선은 완치가 없어 지속적인 치료가 필요한 자가면역질환으로 중증 환자의 경우 생물학적 제제를 처방받는데 대부분 고가다. ‘다른 면역계 염증성질환은 산정특례가 적용돼 치료비 부담을 그나마 덜 수 있는데 왜 건선만 안 될까’라는 고민에서 출발해 2006년부터 건선 질환에 대한 인식 개선과 산정특례 지정을 위한 건의, 기준 완화 요구를 이어왔다. 이렇게 환자단체로 목소리를 내다가 대한건선학회 등 건선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의료진과 뜻을 같이하게 됐다. 마침내 2016년에 중증 건선이 산정특례질환으로 지정되면서 환자 개인 부담금이 10%로 줄어드는 결과를 얻었다. 산정특례질환 지정이라는 큰 산은 하나 넘었지만 그때부터 본격적인 시작이었다. 산정특례질환은 5년마다 재등록을 해야 하는데 건선 약을 끊고 상태가 악화가 된 경우에만 재등록이 된다는 불합리한 기준이 있었다. 2년간 끊임없이 개선 요구를 한 덕분에 5년 뒤인 2021년 해당 조항이 사라졌다. 작년에는 전신 농포 건선, 손발바닥 농포증 등 건선 유관질환이 희귀질환으로 지정되는 성과를 이뤄냈다.”
-협회를 운영하는 데 힘든 점은 없나?
“가장 큰 어려움은 협회를 운영할 사람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환자단체 자체가 경제적 자립이 안 되니 각자 사비로 운영하는 경우가 많고 현 운영진도 대부분 직장을 다니면서 개인 시간을 쪼개서 하는 구조다. 운영진의 고령화 문제도 있다. 올해로 협회가 26년이 됐는데 운영진 대부분이 50대 이상이다. 그래서 요즘은 2030 젊은 운영진 세대를 조금씩 키워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러려면 단체 활동이 단지 봉사에 그치지 않고 직업이 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유럽이나 미국 같은 나라에서는 환자단체 활동이 좋은 직업으로 인정받아 전문성을 갖고 일한다. 협회 내에서도 2030 세대를 상근직으로 채용하고 가능하다면 대기업 수준까지 연봉을 맞춰주자는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그래야 좋은 인재들이 모여 사회를 더 건강하게 만드는 지금의 움직임이 지속될 수 있다. 환자단체 활동이 사회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기반이 마련돼 변화의 물꼬를 텄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래도 최근 젊은 세대들이 조금씩 들어오면서 재미있는 변화가 생겼다. 예전에는 모이면 술 마시고 담배 피우며 함께 스트레스를 푸는 분위기였다면, 2030 세대는 ‘써니 파티’를 개최한다. 건선의 ‘선’과 햇살의 ‘Sunny’를 합친 말인데 가볍게 칵테일 한 잔 하고 음악 들으면서 서로 위로해주고 굉장히 밝은 분위기다.”
-한국건선협회의 다음 목표는?
“특수부위 건선을 중증으로 인정하는 기준 변화다. 작년 10월 말 세계 건선의 날에 대한건선학회에서도 중증 건선 기준에 특수부위 건선을 포함해야 한다는 의견을 발표한 바 있다. 전문 의료진들도 건선 환자들의 어려움을 이해하고 있는 만큼 그 목소리를 정부가 들어줘야 한다. 협회가 법인이 되면 건선 등 피부질환이 장애 범주에 포함되기 위해 노력하고자 한다. 우리나라는 장애인 비율이 5% 정도인데 유럽 등 해외에서는 15~20%에 달한다. 실제 장애인 수가 많아서라기보다 장애의 범주를 넓혀 사회적으로 돕고 배려하는 분위기가 형성돼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아직까지 장애에 대해 각박한 분위기가 있어 화상으로 인한 외상을 제외하면 피부질환은 장애 범주에 포함되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건선 환자들에게 한 말씀.
“건선이 생겼다고 너무 자책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전문의와 상담할 것을 권한다. 처음에 건선을 진단받으면 당황할 수밖에 없는데 이때 선배 환우들의 정보와 이야기가 큰 도움이 된다. 건선 환자단체 홈페이지나 단체 채팅방 등을 적극 활용해 객관적인 정보를 얻고 심리적인 안정을 찾게 되길 바란다. 건선은 누구나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되는 시기를 겪는다. 보통 3개월 정도 이어지는데 이 시기에는 그 어느 때보다 심리적·사회적 지지가 절실하다. 건선은 절대 혼자 감당해야할 질환이 아니니 우리 협회를 비롯한 여러 환자단체의 조언과 지지를 통해 견뎌내길 바란다.”
“올해로 46년째 건선을 앓으며 여러 환자를 만나본 결과, 건선 환자들이 가장 바라는 점은 치료비 부담을 더는 것이다. 건선은 완치가 없어 지속적인 치료가 필요한 자가면역질환으로 중증 환자의 경우 생물학적 제제를 처방받는데 대부분 고가다. ‘다른 면역계 염증성질환은 산정특례가 적용돼 치료비 부담을 그나마 덜 수 있는데 왜 건선만 안 될까’라는 고민에서 출발해 2006년부터 건선 질환에 대한 인식 개선과 산정특례 지정을 위한 건의, 기준 완화 요구를 이어왔다. 이렇게 환자단체로 목소리를 내다가 대한건선학회 등 건선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의료진과 뜻을 같이하게 됐다. 마침내 2016년에 중증 건선이 산정특례질환으로 지정되면서 환자 개인 부담금이 10%로 줄어드는 결과를 얻었다. 산정특례질환 지정이라는 큰 산은 하나 넘었지만 그때부터 본격적인 시작이었다. 산정특례질환은 5년마다 재등록을 해야 하는데 건선 약을 끊고 상태가 악화가 된 경우에만 재등록이 된다는 불합리한 기준이 있었다. 2년간 끊임없이 개선 요구를 한 덕분에 5년 뒤인 2021년 해당 조항이 사라졌다. 작년에는 전신 농포 건선, 손발바닥 농포증 등 건선 유관질환이 희귀질환으로 지정되는 성과를 이뤄냈다.”
-협회를 운영하는 데 힘든 점은 없나?
“가장 큰 어려움은 협회를 운영할 사람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환자단체 자체가 경제적 자립이 안 되니 각자 사비로 운영하는 경우가 많고 현 운영진도 대부분 직장을 다니면서 개인 시간을 쪼개서 하는 구조다. 운영진의 고령화 문제도 있다. 올해로 협회가 26년이 됐는데 운영진 대부분이 50대 이상이다. 그래서 요즘은 2030 젊은 운영진 세대를 조금씩 키워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러려면 단체 활동이 단지 봉사에 그치지 않고 직업이 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유럽이나 미국 같은 나라에서는 환자단체 활동이 좋은 직업으로 인정받아 전문성을 갖고 일한다. 협회 내에서도 2030 세대를 상근직으로 채용하고 가능하다면 대기업 수준까지 연봉을 맞춰주자는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그래야 좋은 인재들이 모여 사회를 더 건강하게 만드는 지금의 움직임이 지속될 수 있다. 환자단체 활동이 사회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기반이 마련돼 변화의 물꼬를 텄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래도 최근 젊은 세대들이 조금씩 들어오면서 재미있는 변화가 생겼다. 예전에는 모이면 술 마시고 담배 피우며 함께 스트레스를 푸는 분위기였다면, 2030 세대는 ‘써니 파티’를 개최한다. 건선의 ‘선’과 햇살의 ‘Sunny’를 합친 말인데 가볍게 칵테일 한 잔 하고 음악 들으면서 서로 위로해주고 굉장히 밝은 분위기다.”
-한국건선협회의 다음 목표는?
“특수부위 건선을 중증으로 인정하는 기준 변화다. 작년 10월 말 세계 건선의 날에 대한건선학회에서도 중증 건선 기준에 특수부위 건선을 포함해야 한다는 의견을 발표한 바 있다. 전문 의료진들도 건선 환자들의 어려움을 이해하고 있는 만큼 그 목소리를 정부가 들어줘야 한다. 협회가 법인이 되면 건선 등 피부질환이 장애 범주에 포함되기 위해 노력하고자 한다. 우리나라는 장애인 비율이 5% 정도인데 유럽 등 해외에서는 15~20%에 달한다. 실제 장애인 수가 많아서라기보다 장애의 범주를 넓혀 사회적으로 돕고 배려하는 분위기가 형성돼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아직까지 장애에 대해 각박한 분위기가 있어 화상으로 인한 외상을 제외하면 피부질환은 장애 범주에 포함되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건선 환자들에게 한 말씀.
“건선이 생겼다고 너무 자책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전문의와 상담할 것을 권한다. 처음에 건선을 진단받으면 당황할 수밖에 없는데 이때 선배 환우들의 정보와 이야기가 큰 도움이 된다. 건선 환자단체 홈페이지나 단체 채팅방 등을 적극 활용해 객관적인 정보를 얻고 심리적인 안정을 찾게 되길 바란다. 건선은 누구나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되는 시기를 겪는다. 보통 3개월 정도 이어지는데 이 시기에는 그 어느 때보다 심리적·사회적 지지가 절실하다. 건선은 절대 혼자 감당해야할 질환이 아니니 우리 협회를 비롯한 여러 환자단체의 조언과 지지를 통해 견뎌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