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과펫
[멍멍냥냥] 수의사 진단, 챗GPT와 다른데? 병원에서 ‘이렇게’ 물어보세요
이해림 기자
입력 2025/05/24 10:03
[헬스조선·스카이동물메디컬센터 기획_멍냥주치의]
국내 120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반려동물을 키우고 있습니다. 반려동물을 기르면서 시시콜콜한 의문이 많이 생기지만, 조언을 구할 곳은 마땅치 않습니다. 반려동물 질환에서 반려생활 노하우에 이르기까지 누구나 한 번쯤 궁금했던 것들. 헬스조선이 1200만 반려인을 대신해 스카이동물메디컬센터 수의사에게 직접 물어보는 ‘멍냥주치의’ 코너를 매주 연재합니다. (편집자주)
아픈 반려동물을 둔 보호자들은 ‘최신 치료법’ 을 열심히 습득한다. 해외 저널에 실린 수의학 논문을 직접 읽으며 공부하는 보호자도 있고, 챗지피티(Chat GPT) 등 인공지능에 반려동물의 질환 치료법을 물어보는 보호자도 있다. 그러나 열심히 알아간 정보 때문에 수의사와 갈등을 겪기도 한다. 이유가 무엇이고, 어떻게 해결하면 좋을까?
◇공부 좋지만, 치료제 선입견 생기는 건 위험
보호자가 완전히 틀린, 잘못된 정보를 습득한 채로 동물병원에 오는 일은 과거보다 줄었다. 스카이동물메디컬센터 인천점 문종선 원장은 “수의학 논문을 참고해 공부하는 보호자가 많아져 완전히 잘못된 정보를 습득하는 사례는 줄었다”며 “다만, 보호자가 논문이나 AI 채팅 봇에서 얻은 정보를 바탕으로 형성한 선입견이 빠른 치료를 가로막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대표적인 것이 스테로이드와 이뇨제 기피다. 면역 매개성 질환이 생긴 환자들은 병변의 빠른 개선을 위해 다른 면역 억제제보다 스테로이드가 우선적으로 추천된다. 이에 증상이 심하게 나타난 면역 매개성 질환 환자에게 스테로이드를 사용하려고 해도, 보호자가 거부하는 경우가 많다. 간기능부전이나 쿠싱 증후군 등 스테로이드제의 부작용에 관한 논문을 여럿 읽은 탓이다. 이뇨제도 비슷하다. 심장이 혈액을 밀어내는 힘이 약해지는 울혈성 심부전 환자들은 이뇨제를 복용하는 게 좋다. 수분을 소변으로 배출해 심장이 펌프질해야 하는 체액량을 줄임으로써 심장 부담을 덜기 위함이다. 그러나 이뇨제를 사용하면 콩팥에 부담이 간다는 논문을 읽고서 이뇨제 사용을 거부하는 보호자가 꽤 있다. 그러다가 심장에 남는 혈액량이 점점 많아져 심장에 연결된 혈관의 내부 압력이 높아지면, 혈장 같은 혈액 성분 일부가 혈관 밖으로 빠져나가 폐에 물이 차는 응급 상황으로까지 이어지곤 한다.
문종선 원장은 “이 약을 쓸 것인지 말 것인지에 대해 수의사와 보호자 의견이 갈리는 일이 스테로이드와 이뇨제에서 특히 많다”며 “스테로이드와 이뇨제를 써야 하는 상황인데도 부작용 걱정에 쓰지 않는 것은, 빨리 고무호스를 끌어와서 급한 불을 꺼야 하는데 ‘호스가 지나치게 크고 무거워서’ ‘노즐이 작고 못생겨서’ 등의 이유로 호스를 사용하지 못하겠다는 말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논문과 AI에서 얻은 정보, 내 반려동물엔 부적합할 수도
‘완전히 틀린’ 정보가 아니지만, ‘내 반려동물에게는 부적절한’ 정보를 얻을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 챗지피티가 정확한 진단과 치료법을 제시하려면 보호자가 ▲이전 병력 ▲선천적인 신체 결함 ▲환자의 현재 건강 상태 등 반려동물의 현재 신체 상태를 AI에게 낱낱이 알린 다음, 이를 토대로 반려동물이 앓는 질환의 치료법을 물어야 한다. 동물병원에 와서 최신 건강 진단을 받지 않고서야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그러나 이런 맥락이 삭제된 채 ‘심부전 최신 치료제’를 알려달라고 하면 일반적인 수준의 답변만 나온다. 그 최신 치료제를 반려동물에게 사용할 수 있을지는 결국 반려동물을 꾸준히 보아온 주치의 수의사가 판단해야 한다. 흉부 엑스레이 등 영상 검사 자료를 챗지피티에 올리고 질병을 진단해달라고 요청하는 것도 비슷한 이유로 부정확할 가능성이 있다.
수의사는 ‘심장 질환 중에서도 A가 의심되니 흉부 엑스레이를 찍어서 확인해봐야겠다’는 목적 의식과 환자의 기본 건강 상태를 다 아는 상태에서 자료를 판독하지만, AI는 그런 맥락 없이 판독해야 하기 때문이다.
논문의 경우, ‘양질의 논문’을 제대로 선별하지 못해 신뢰도가 떨어지는 정보를 얻기도 한다. 문종선 원장은 “수의학계에서 인정받는, 메이저 학술지에 실린 내용을 주로 참고해야 한다”며 “지나치게 옛날 논문이나, 학계에서 인정받지 못하는 마이너 학술지 등에서 참고한 내용은 반려동물 치료에 적용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반려동물을 꼭 낫게 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한 탓에, 자신도 모르게 ‘자신이 희망적이라고 생각한 치료법’을 긍정하는 논문만을 계속 찾아보게 될 수 있다. 이 경우 그 치료법의 효과가 떨어진다고 말한 논문들은 보호자가 간과하고 넘어갈 가능성이 크다.
◇참고 논문 게재된 학술지명, 게재 시기 알리면 좋아
반려동물 치료는 수의사와 보호자의 합작으로 이뤄진다. 보호자 입장에서는 자신이 알아온 내용과 수의사의 말이 다를 때, 그래서 수의사의 말에 곧바로 동의하지 못하겠을 때 물어보고 싶을 수 있다. 이럴 땐 “내가 논문을 읽고, 인공지능 챗봇에 물어보니 A와 같이 치료하라고 하던데, 이게 우리 아이에게도 적용될 수 있는 내용인가요?”라고 물어보는 것이 좋다. 보호자가 본 내용이 언제, 어떤 학술지에 게재된 논문인지도 함께 알려주면 수의사가 해당 정보를 반려동물에게 적용할 수 있을지 판단하는 데 도움이 된다.
보호자가 염두에 둔 치료제와 수의사가 제시한 치료제가 다르다고 해서, 그 수의사가 꼭 틀린 것만도 아니다. 질환 치료 가이드라인에 A, B, C 치료제를 사용할 수 있다고 나와 있다면, 그 치료제 중 어느 것을 어떤 용량으로 먼저 사용해볼 것인지는 수의사의 그간 경험에 따라 다를 수 있다. 각자 자신의 치료 경험상 가장 효과가 좋다고 생각되는 치료제를 고르기 마련이라서다. 문종선 원장은 “반려동물을 치료하겠다는 마음 하나로 해외 논문까지 찾아보며 공부하는 건 정말 대단한 일이다”며 “다만, 보호자의 생각과 수의사의 생각이 다를 때 누가 맞는지를 두고 설전을 벌일 게 아니라, 보호자가 가진 의문을 수의사가 해결해주고 함께 진료 방향을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아픈 반려동물을 둔 보호자들은 ‘최신 치료법’ 을 열심히 습득한다. 해외 저널에 실린 수의학 논문을 직접 읽으며 공부하는 보호자도 있고, 챗지피티(Chat GPT) 등 인공지능에 반려동물의 질환 치료법을 물어보는 보호자도 있다. 그러나 열심히 알아간 정보 때문에 수의사와 갈등을 겪기도 한다. 이유가 무엇이고, 어떻게 해결하면 좋을까?
◇공부 좋지만, 치료제 선입견 생기는 건 위험
보호자가 완전히 틀린, 잘못된 정보를 습득한 채로 동물병원에 오는 일은 과거보다 줄었다. 스카이동물메디컬센터 인천점 문종선 원장은 “수의학 논문을 참고해 공부하는 보호자가 많아져 완전히 잘못된 정보를 습득하는 사례는 줄었다”며 “다만, 보호자가 논문이나 AI 채팅 봇에서 얻은 정보를 바탕으로 형성한 선입견이 빠른 치료를 가로막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대표적인 것이 스테로이드와 이뇨제 기피다. 면역 매개성 질환이 생긴 환자들은 병변의 빠른 개선을 위해 다른 면역 억제제보다 스테로이드가 우선적으로 추천된다. 이에 증상이 심하게 나타난 면역 매개성 질환 환자에게 스테로이드를 사용하려고 해도, 보호자가 거부하는 경우가 많다. 간기능부전이나 쿠싱 증후군 등 스테로이드제의 부작용에 관한 논문을 여럿 읽은 탓이다. 이뇨제도 비슷하다. 심장이 혈액을 밀어내는 힘이 약해지는 울혈성 심부전 환자들은 이뇨제를 복용하는 게 좋다. 수분을 소변으로 배출해 심장이 펌프질해야 하는 체액량을 줄임으로써 심장 부담을 덜기 위함이다. 그러나 이뇨제를 사용하면 콩팥에 부담이 간다는 논문을 읽고서 이뇨제 사용을 거부하는 보호자가 꽤 있다. 그러다가 심장에 남는 혈액량이 점점 많아져 심장에 연결된 혈관의 내부 압력이 높아지면, 혈장 같은 혈액 성분 일부가 혈관 밖으로 빠져나가 폐에 물이 차는 응급 상황으로까지 이어지곤 한다.
문종선 원장은 “이 약을 쓸 것인지 말 것인지에 대해 수의사와 보호자 의견이 갈리는 일이 스테로이드와 이뇨제에서 특히 많다”며 “스테로이드와 이뇨제를 써야 하는 상황인데도 부작용 걱정에 쓰지 않는 것은, 빨리 고무호스를 끌어와서 급한 불을 꺼야 하는데 ‘호스가 지나치게 크고 무거워서’ ‘노즐이 작고 못생겨서’ 등의 이유로 호스를 사용하지 못하겠다는 말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논문과 AI에서 얻은 정보, 내 반려동물엔 부적합할 수도
‘완전히 틀린’ 정보가 아니지만, ‘내 반려동물에게는 부적절한’ 정보를 얻을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 챗지피티가 정확한 진단과 치료법을 제시하려면 보호자가 ▲이전 병력 ▲선천적인 신체 결함 ▲환자의 현재 건강 상태 등 반려동물의 현재 신체 상태를 AI에게 낱낱이 알린 다음, 이를 토대로 반려동물이 앓는 질환의 치료법을 물어야 한다. 동물병원에 와서 최신 건강 진단을 받지 않고서야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그러나 이런 맥락이 삭제된 채 ‘심부전 최신 치료제’를 알려달라고 하면 일반적인 수준의 답변만 나온다. 그 최신 치료제를 반려동물에게 사용할 수 있을지는 결국 반려동물을 꾸준히 보아온 주치의 수의사가 판단해야 한다. 흉부 엑스레이 등 영상 검사 자료를 챗지피티에 올리고 질병을 진단해달라고 요청하는 것도 비슷한 이유로 부정확할 가능성이 있다.
수의사는 ‘심장 질환 중에서도 A가 의심되니 흉부 엑스레이를 찍어서 확인해봐야겠다’는 목적 의식과 환자의 기본 건강 상태를 다 아는 상태에서 자료를 판독하지만, AI는 그런 맥락 없이 판독해야 하기 때문이다.
논문의 경우, ‘양질의 논문’을 제대로 선별하지 못해 신뢰도가 떨어지는 정보를 얻기도 한다. 문종선 원장은 “수의학계에서 인정받는, 메이저 학술지에 실린 내용을 주로 참고해야 한다”며 “지나치게 옛날 논문이나, 학계에서 인정받지 못하는 마이너 학술지 등에서 참고한 내용은 반려동물 치료에 적용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반려동물을 꼭 낫게 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한 탓에, 자신도 모르게 ‘자신이 희망적이라고 생각한 치료법’을 긍정하는 논문만을 계속 찾아보게 될 수 있다. 이 경우 그 치료법의 효과가 떨어진다고 말한 논문들은 보호자가 간과하고 넘어갈 가능성이 크다.
◇참고 논문 게재된 학술지명, 게재 시기 알리면 좋아
반려동물 치료는 수의사와 보호자의 합작으로 이뤄진다. 보호자 입장에서는 자신이 알아온 내용과 수의사의 말이 다를 때, 그래서 수의사의 말에 곧바로 동의하지 못하겠을 때 물어보고 싶을 수 있다. 이럴 땐 “내가 논문을 읽고, 인공지능 챗봇에 물어보니 A와 같이 치료하라고 하던데, 이게 우리 아이에게도 적용될 수 있는 내용인가요?”라고 물어보는 것이 좋다. 보호자가 본 내용이 언제, 어떤 학술지에 게재된 논문인지도 함께 알려주면 수의사가 해당 정보를 반려동물에게 적용할 수 있을지 판단하는 데 도움이 된다.
보호자가 염두에 둔 치료제와 수의사가 제시한 치료제가 다르다고 해서, 그 수의사가 꼭 틀린 것만도 아니다. 질환 치료 가이드라인에 A, B, C 치료제를 사용할 수 있다고 나와 있다면, 그 치료제 중 어느 것을 어떤 용량으로 먼저 사용해볼 것인지는 수의사의 그간 경험에 따라 다를 수 있다. 각자 자신의 치료 경험상 가장 효과가 좋다고 생각되는 치료제를 고르기 마련이라서다. 문종선 원장은 “반려동물을 치료하겠다는 마음 하나로 해외 논문까지 찾아보며 공부하는 건 정말 대단한 일이다”며 “다만, 보호자의 생각과 수의사의 생각이 다를 때 누가 맞는지를 두고 설전을 벌일 게 아니라, 보호자가 가진 의문을 수의사가 해결해주고 함께 진료 방향을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