펫이슈
“인간 때문에 얼굴 납작해졌다” 퍼그와 페르시안 두개골에 숨은 사연 [멍멍냥냥]
이해림 기자 | 홍주영 인턴기자
입력 2025/05/19 14:06
코넬대·워싱턴대 공동 연구팀은 고양이와 개의 두개골 진화 과정에서 생긴 변화를 알아보기 위해 갯과와 고양잇과를 포함한 육식 동물의 두개골 1800여 개를 분석했다. 여기에는 개와 고양이, 야생 고양이, 늑대 등이 포함됐다. 연구진은 이들의 두개골을 3D 스캔해 47가지의 형태적 특징을 분석했다.
그 결과, 퍼그와 페르시안은 각자가 속한 종(개·고양이) 내의 다른 품종보다 서로와 두개골 형태가 더 닮았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미국 코넬대 생태 및 진화생물학 애비 드레이크 교수는 “퍼그와 페르시안은 납작하고 짧은 얼굴 등 매우 유사한 두개골을 가지고 있다”며 “같은 종 내의 다른 품종이나 각자의 조상보다 서로와 더 비슷할 정도”라고 했다. 연구진은 가축화 과정에서 퍼그와 페르시안이 수렴 진화했다고 밝혔다. 수렴 진화란, 관련 없는 종이 비슷한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진화하면서 외형이나 특성 등이 비슷하게 변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번 연구는 가축화된 종인 단두형 동물에게서 종을 초월한 수렴 진화가 나타났음을 처음으로 보여준 사례다. 연구팀은 “개와 고양이는 5천만 년 전 진화적으로 분리됐지만, 퍼그와 페르시안은 극단적으로 수렴 진화했다”며 “인간이 선택 압력(성장과 진화를 위해 인위적으로 가해지는 압력)을 가했기 때문에 그들은 거의 동일하게 보일 정도로 진화했다”고 말했다.
애비 드레이크 교수는 “가축화된 동물들이 상대적으로 매우 짧은 시간에 이렇게 큰 진화적 변이를 보인 것은 놀라운 일”이라며 “이는 수백만 년 걸리는 진화를 몇백 년 만에 만들어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드레이크 교수는 “하지만 안타깝게도 인간은 단두형 품종들을 너무 극단적으로 만듦으로써 이들은 호흡, 식사, 출산 문제에 취약하게 됐다”며 “결국 이들이 야생에서는 살아남을 수 없게 됐다”고 지적했다.
이 연구는 미국립과학원회보(PNAS) 저널에 지난달 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