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반복되는 응급실 폭행… “처벌 규정 있어도 적용 어려운 탓”

오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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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진을 흉기로 위협해 현행법으로 체포되는 환자./사진=연합뉴스
최근, 강릉의 한 응급실에서 의료진이 환자에게 흉기로 협박을 받는 일이 발생한 가운데 응급실 폭행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라는 의료계의 지적이 나왔다.

◇체포 2시간 만에 같은 병원에 다시 방문
지난 12일, 강원 강릉에서 천식 발작 증세를 보여 응급실을 찾은 환자 A씨가 의료진을 흉기로 위협해 경찰에 붙잡히는 일이 발생했다. 그런데 A씨는 체포 두 시간 만에 정신과에 입원하겠다며 같은 병원에 내원을 시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병원은 보안시설 및 방범 요원이 부재해 폭행 사태에 무방비였다. 위협 당한 의료진은 과거에도 주취자 폭행을 당한 경험이 있어 정신적 충격이 매우 큰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의사협회는 사건 발생 이후 A씨를 엄벌하라고 촉구했다. 의협은 13일, 보도자료를 통해  “의료진은 응급 상황에서 최선을 다해 환자의 생명을 구할 뿐인데 폭행과 위협이 지속된다면 어떻게 정상적인 진료가 가능하겠나”라며 “정부와 사법당국이 무관용 원칙을 적용해 엄중한 처벌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이어 “의료기관에서의 폭행은 일반적인 폭행보다 더 가중된 처벌을 받아야 한다”라며 “의료진이 확실한 법적 보호 장치 하에 안전하게 진료에 충실할 수 있도록 대책을 마련하라”고 말했다.

◇처벌 강화한 응급의료법, 상담은 제외되고 적용 공간 한정적
응급실 폭행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보건복지부 자료에 따르면, 응급의료종사자가 응급실에서 의료행위와 관련해 폭행 등 피해를 본 사례는 2021년 585건, 2022년 602건, 지난해 707건으로 최근 3년간 계속 늘었다. 2023년 피해 사례 707건을 행위별로 보면, 폭언·욕설이 457건으로 65%를 차지해 가장 많았다. 폭행 220건, 협박 51건, 기물 파손 34건, 위계·위력 행사 17건 등이 뒤를 이었다.

의료계는 응급실 폭행이 반복되는 이유로 처벌이 가벼운 점을 꼽는다. 응급의료진 폭행은 가중 처벌 대상이지만 벌금형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상해를 입지 않았다면 폭행해도 처벌할 근거 규정이 없어 응급의료법이 아니라 단순 폭행죄로 처리되기도 한다. 실재로 지난 1월, 아주대병원 권역외상센터 교수가 환자의 보호자에게 폭행당한 사건도 검찰이 폭행죄 벌금형으로 약식 기소해 논란이 됐다.


응급의료법 적용이 어려운 이유로는 두 가지가 거론된다. 먼저 응급의료에 대한 정의와 응급의료 방해 금지 규정이 서로 다른 것이다. 현행 응급의료법은 응급의료 정의를 ‘응급환자를 위해 행하는 상담·구조·이송·응급 처치·진료 등의 조치’로 명시하고 있지만, 응급의료 방해 금지 규정에는 상담이 빠져 있다. 즉 응급의료 관련 '상담'이 응급의료 방해 금지 규정에서 빠지면서 보호자가 환자 상태를 설명하는 의료진에게 폭력을 휘둘러도 응급의료 방해 행위라 보기 어렵다.

나머지 하나는 법 적용 장소가 한정적이라는 것이다. 현행법은 응급의료 종사자 폭행 관련 벌칙을 적용할 수 있는 범위를 ‘의료기관의 응급실’로 제한하고 있다. 응급실을 벗어나면 법 적용이 어렵다는 뜻이다. 즉, 진료 구역이 아닌 보호자 대기실이나 복도에서 벌어지는 응급의료 종사자 폭행 사건은 ‘단순 폭행’으로 처리될 여지가 있다.

◇응급실 폭행 근절 나선 ‘의사 출신’ 국회의원들
문제가 반복되자 법 개정을 통해 응급의료 종사자를 보호하려는 움직임도 나타났다. 의사 출신 개혁신당 이주영 의원은 지난 3월, 응급실 내 응급의료종사자에 대한 폭행은 상해 여부와 상관없이 처벌하도록 강화한 응급의료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개정안에는 응급의료 방해 금지 대상 행위에 ‘상담’을 추가하고, 응급실에서 벌어진 응급의료종사자 단순폭행도 10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상 1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는 규정이 담겼다.

이보다 앞서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도 응급의료종사자 보호 방안을 담은 응급의료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바 있다. 개정안에는 폭행 사건 발생 장소를 응급실에서 권역외상센터 등 ‘응급실 외’로 확대하는 내용 등이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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