척추·관절질환

'조금 삐었다'는 착각? 1㎜ 연골에서 시작되는 관절 건강

박의현 연세건우병원장

[Dr. 박의현의 발 이야기] (84)

사람들은 발목을 다치면 그저 '삐끗했다' 정도로만 여기고 대수롭지 않게 넘긴다. 그러나 진료실에서 마주친 현실은 사뭇 다르다. 발목은 하루에만도 수천 번 체중을 받아내는 관절이고, 한 번 다치면 계단 오르기·운전·산책 같은 평범한 일상이 깊숙이 흔들린다. 특히 문제의 핵심은 '연골'에 있다. 발목 관절 면을 덮는 연골은 평균 두께가 1㎜에 불과해 무릎 연골(3∼6㎜)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이처럼 얇은 연골이 체중 충격을 흡수하다 찢기면 관절염으로 진행돼 결국 보행 자체를 빼앗긴다.

천공술의 가치와 한계, 그리고 새로 등장한 줄기세포 이식술


20여 년 전만 해도 손상된 발목의 해답은 '미세천공술' 하나뿐이었다. 뼈에 바늘구멍을 여러 개 뚫어 골수에서 줄기세포·성장인자를 끌어내어 연골을 메우도록 유도하는 방식이었다. 수술은 간단했고 비용도 낮았으나, 재생되는 조직은 원래의 유리연골이 아닌 내구성이 떨어지는 섬유성 연골이어서 상대적으로 약하고 시간이 지나면 다시 닳거나 갈라지는 사례가 잦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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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건우병원 제공
천공술의 빈틈을 메우기 위해 자가 골수 줄기세포 이식술이 등장했다. 환자 골수를 채취해 줄기세포가 가장 풍부한 층만 농축한 뒤, 손상 부위를 내시경을 통해 보면서 직접 주입해 유리연골과 거의 유사한 조직으로 분화시키는 기법이다. 자가 골수 줄기세포는 환자 본인의 뼈에서 채취하므로 면역 거부 반응이 거의 없고, 효과적인 조직 재생을 유도할 수 있다.

임상 연구에 따르면 평균 통증 점수를 3점 이상 감소시키고, 90% 이상이 스포츠 활동에 복귀했으며, 재손상율이 유의미하게 낮았다. 무엇보다 재생된 조직이 초자연골에 가깝기 때문에 장기 강도가 우수하다.

줄기세포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세포가 자리 잡고 3차원 구조를 이루려면 지탱을 해줄 '집'이 필요하다. 그 역할을 맡는 것이 콜라겐 스캐폴드다. 콜라겐 겔·시트·매트릭스를 손상 부위에 덮어주면 줄기세포 생착률이 높아지고, 연골 기저층부터 표면까지 균일하게 재생된다. 최근에는 2㎜ 초미세 내시경으로 병변을 정리한 뒤 줄기세포와 콜라겐을 동시 주입·고정하는 '내시경 줄기세포 연골재생술'이 족부 수술을 선도하는 병원에서부터 시행되고 있다. 절개창이 작아 통증·출혈이 줄고 회복도 빨라 걸을 자유를 앞당겨 준다.

삔 발목 방치하면 안되는 이유


발목 연골 손상은 대부분 '방치'에서 출발한다. 반복적으로 발목을 접질리거나, 부기가 오래 가고 걸을 때 유난히 찌릿하다면 이미 연골이 패였을 가능성이 크다. 섬유성 연골로 덮여 통증이 덜해도 문제는 잠복한다. 손상 부위가 넓어지면 충격이 고스란히 뼈로 전해져 관절염으로 가속화된다. 관절염은 통증뿐 아니라 발목 변형, 보행 불균형, 무릎·허리 통증까지 유발한다.

진료실에서 듣는 소망은 놀랍도록 비슷하다. "덜 아프고, 빨리 회복하고, 흉터가 적고, 다시는 아프지 않기를." 나는 그 바람을 위해 통증을 최소화하고 회복을 앞당기는 술기, 재발을 줄이는 술기를 끊임없이 연구·도입해왔다. 무지외반증·족저근막염·아킬레스건염 등 발목과 발의 거의 모든 질환을 '맞춤형'으로 치료할 수 있게 된 것도 같은 이유다. 전국 무지외반증 수술의 약 4분의 1이 연세건우병원에서 이뤄지는 것 역시, 이러한 노력이 쌓여 얻은 환자들의 신뢰라고 생각한다.

발목 연골은 손톱 두께만 한 1㎜이지만, 그 얇은 층이 우리 몸을 지탱한다. "조금 지나면 낫겠지"라는 말 대신, 반복적인 접질림이나 잔잔한 통증이 남아 있다면 전문의를 찾아야 한다. 적기에 정확한 진단을 받고, 천공술·줄기세포·콜라겐 복합 치료 중 상황에 맞는 방법을 적용한다면, 연골은 다시 유리연골에 가까운 모습으로 회복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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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1㎜가 다시 탄탄해질 때, 그 한 걸음이 당신의 인생 전체를 부드럽고 단단하게 받쳐줄 것이다. 그 발걸음 위에 새로운 여행과 도전, 그리고 더 빛나는 내일이 놓이길 진심으로 기도한다.


(*이 칼럼은 연세건우병원 박의현 원장​의 기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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