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일반

“암·치매 조기 진단도…” 귀지, 소변보다 몸 상태 더 잘 반영한다

김서희 기자

“관련 연구 활발히 진행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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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클립아트코리아
귀지로 암과 알츠하이머병 같은 주요 질환을 조기에 진단할 수 있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지난 달 28일(현지시각) 영국 BBC에 따르면 오랫동안 연구의 관심 밖에 있었던 귀지가 최근 들어 신체 내부의 대사 작용과 질병 상태를 반영하는 중요한 단서로 학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귀지는 외이도의 피지샘에서 분비되는 물질에 죽은 피부 세포, 모발 등이 섞여 형성된다. 하루 약 0.05mm씩 귀 밖으로 이동한다. 외이도를 청결하고 촉촉하게 유지하는 동시에 세균, 곰팡이, 곤충의 침입을 막는 역할을 한다.

귀지의 특성은 유전자에 의해 결정된다. 유럽계와 아프리카계 인구는 주로 노란색 또는 주황색의 끈적한 '습성 귀지'를 갖고 동아시아계 인구의 95%는 회색빛의 건조한 '건성 귀지'를 가진다. 귀지의 특성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밝혀진 유전자 'ABCC11'는 겨드랑이 냄새 여부에도 관여한다.


귀지와 질병의 연관성에 대한 연구는 과거부터 진행됐다. 1971년 연구에선 습성 귀지를 가진 미국 내 백인, 아프리카계, 독일계 여성들이 건성 귀지를 가진 일본, 대만 여성보다 유방암으로 인한 사망 위험이 네 배 높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유방암 여성 환자가 건강한 대조군에 비해 습성 귀지 유전자를 보유할 확률이 77% 높다는 일본 도쿄공업대 연구 결과도 있다.

주춤했던 귀지와 질병 간 연관성을 찾는 연구는 최근 다시 활기를 띄기 시작했다. 귀지의 화학적 구성이 질병을 진단하는 단서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귀지가 혈액이나 소변보다 대사의 변화를 장기간 축적하기 때문에 암·당뇨병·파킨슨병·알츠하이머병 등 다양한 질병의 조기 진단에 유리할 수 있다는 게 학계의 입장이다.

브라질 고이아스연방대 넬손 로베르토 안토니오시 교수팀은 귀지를 활용한 진단법 ‘세루메노그램’을 개발해 주목받았다. 2019년 연구에 따르면 림프종·암종·백혈병 환자 52명과 건강한 대조군 50명의 귀지를 비교 분석해 귀지 속 27종의 유기화합물만으로 암 환자를 100% 정확도로 구분해냈다. 현재는 알츠하이머병을 비롯한 신경 퇴행성 질환의 조기 진단 가능성에 대한 연구도 진행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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