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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허투', 출시 5년 만에 매출 5조 돌파… 올해 ‘6조’ 넘본다

정준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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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허투 5개년 매출 변화/그래픽=김민선
다이이찌산쿄·아스트라제네카의 항체-약물접합체(ADC) ‘엔허투(성분명 트라스투주맙 데룩스테칸)’가 지난해 5조원 이상의 매출을 기록했다. 글로벌 시장에서 적응증을 넓혀 온 결과로, 다이이찌산쿄는 올해 엔허투 매출이 6조원을 넘길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엔허투, 전년 대비 39.6% 성장… 다이이찌산쿄 "6조 돌파 전망"
1일 다이이찌산쿄 실적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회계연도 기준 엔허투의 합산 매출은 5528억엔(한화 약 5조5280억원)이다. 이는 전년 대비 39.6% 증가한 수치다.

엔허투는 다이이찌산쿄와 아스트라제네카가 공동 개발한 ADC(항체-약물접합체)다. HER2(인간 상피세포 성장인자 수용체 2형)를 표적으로 하는 항체 '트라스투주맙'과 세포독성항암제 '데룩스테칸'을 링커로 연결했다. 트라스투주맙이 암세포를 선택적으로 인식하고, 데룩스테칸이 암세포 안으로 들어가 항암 효과를 낸다.

엔허투는 2019년 12월 HER2 양성 유방암 치료제로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허가를 받은 이후 시장에 진입했고, 꾸준히 적응증을 넓혀 간 덕분에 매년 매출을 늘렸다. 현재 FDA 기준 ▲유방암 ▲위암 ▲비소세포폐암 ▲모든 HER2 양성 고형암 등 질환에서 총 7개의 적응증을 보유하고 있다. 가장 최근에 추가한 적응증은 2025년 1월 획득한 HER2 저발현 또는 초저발현 전이성 유방암 치료제다.


2021년 엔허투의 매출은 2020년 301억엔(한화 약 3000억원)에서 654억엔으로 117.1% 증가했고, 2022년에는 2021년 대비 217.5% 증가해 2075억엔(한화 약 2조750억원)까지 성장했다. 2023년에는 3959억엔(한화 약3조9590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2022년 대비 90.8% 성장했고, 종전까지 ADC 글로벌 매출 1위를 지키던 로슈 '캐싸일라'의 매출을 추월하는 데 성공했다. 다이이찌산쿄는 올해 엔허투가 전년 대비 19.8% 증가한 6621억엔(한화 약 6조6210억원)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국내 유방암 진료 지침에도 포함… HER2 저발현 치료 시 권고
엔허투는 지난 4월 개정된 한국유방암학회의 '한국 유방암 진료권고안'에도 포함됐다. 개정된 권고안은 HER2 양성 전이성 유방암의 2차 치료에서 엔허투를 캐싸일라보다 우선 권고한다. 엔허투는 DESTINY-Breast03 연구에서 캐싸일라 대비 무진행 생존 기간 중앙값(mPFS)을 약 4배 연장했다.

호르몬 수용체 양성 유방암과 삼중음성유방암 환자 중 HER2 저발현에 속하는 경우에도 엔허투 치료가 권고됐다. 과거 유방암은 HER2 양성 또는 음성으로만 분류했으나, 엔허투가 HER2 저발현 유방암 환자에서 효과를 입증한 이후 HER2 양성, 저발현, 음성으로 재분류하고 있다. 이에 이번 진료권고안에서는 기존에 호르몬 수용체 양성 또는 삼중 음성 유방암으로 분류하던 환자 중 HER2 저발현인 것으로 확인되면 엔허투 치료가 권고된다고 명시했다.

의료진들은 엔허투가 유방암 진료권고안에 반영된 만큼, HER2 저발현에서의 급여 적용 등 제도적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한다. 서울대병원 혈액종양내과 이대훈 교수는 "이번에 개정된 제11차 한국 유방암 진료권고안에 HER2 저발현 환자의 치료 옵션으로 엔허투가 반영된 것은 중요한 진전"이라며 "HER2 저발현 유방암에 대한 치료 패러다임이 변화한 만큼 제도적 뒷받침 역시 논의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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