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흡기질환
“삼겹살 아니다”… 미세 먼지 심한 날, ‘이것’ 먹으면 배출에 도움
최지우 기자
입력 2025/05/04 10:02
3~5월 미세먼지 농도 연중 최고치… 혈관 깊숙이 침투 위험
통계청 ‘2024 한국의 사회지표’와 국립환경과학원 대기환경월보에 따르면, 2023년 우리나라 미세 먼지(PM10) 평균 농도는 37이며 3월부터 5월의 미세 먼지 평균 농도는 55.3으로 이를 상회했다. 이는 우리나라 대기환경기준인 50보다 높은 수치다. 대기 질이 악화하는 요즘, 호흡기 건강에 대한 경각심을 높일 필요가 있다.
◇몸속에 오래 남는 미세 먼지
미세 먼지는 지름 10㎛(마이크로미터) 미만의 아주 작은 유해 물질로 대부분 인위적인 산업 활동에서 발생한다. 봄철에는 주로 중국과 몽골 사막에서 황사가 날아드는데 여기에 산업 활동에서 발생한 미세 먼지까지 뒤섞여 우리나라 미세 먼지 농도가 함께 증가하는 경우가 많다.
크기가 작아 몸속에 들어오면 더 깊숙이 오래 남을 수 있다. 강릉아산병원 호흡기내과 이정실 교수는 “코를 통해 기도로 들어간 미세 먼지 60% 이상이 단 이틀 만에 폐에 축적되고 몸 밖으로 완전히 배출되는데 1주일 이상 걸렸다는 동물실험 결과가 있다”며 “아직 인체 실험에서 정확히 밝혀진 바는 없지만 이런 물질들이 혈액을 타고 여러 장기로 이동하며 오랜 시간 체내 축적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고위험군 특히 주의해야
미세 먼지는 코와 기도 점막을 자극해 염증을 유발하며 기침, 가래, 발열, 콧물은 물론 코 주변 통증(부비동염)까지 다양한 증상을 동반한다. 특히 ▲천식 ▲만성폐쇄성폐질환 ▲기관지염 ▲폐렴 ▲알레르기 비염 등 기저질환이 있는 경우 기관지 수축으로 인해 숨쉬기 힘들고 쌕쌕거리는 천명과 급성 호흡곤란 등이 나타날 수 있다. 증상이 심해지면 응급실 방문은 물론 입원 치료가 필요하고 드물게는 사망까지 이를 수 있다. 이 교수는 “폐가 아직 발달 중인 어린이와 면역력이 약한 노인은 특히 미세 먼지에 주의해야 한다”며 “이들은 염증이 쉽게 생기고 중증으로 진행될 위험이 높다”고 말했다.
미세 먼지로 인해 호흡기질환이 급성 악화되면 기관지를 빠르게 확장시키는 약제를 네뷸라이저로 투여하고 염증을 억제하는 스테로이드제나 항생제를 처방한다. 증상이 호전되면 폐 기능 검사, 엑스레이, CT(컴퓨터단층촬영) 등으로 치료 방향을 조정한다. 단, 호흡곤란이 심하거나 산소포화도가 낮을 경우 입원이 필요하며 중환자실 치료까지 이어질 수 있다.
◇혈관에도 악영향
미세 먼지는 혈관에도 악영향을 미쳐 호흡기질환, 심혈관질환 등 여러 질환 위험을 높인다. 이정실 교수는 “최근 연구에 따르면 미세 먼지와 초미세 먼지는 폐뿐만 아니라 혈관에 녹아들어 뇌혈관, 심혈관에도 영향을 미친다”며 “이는 뇌졸중이나 심장마비의 위험을 높이고 치매와 우울증도 악화시킨다”고 말했다.
◇KF94 마스크 제대로 써야
미세 먼지 농도가 높은 날엔 외출을 삼가는 것이 가장 좋으며 외출 시에는 반드시 KF94 이상 보건용 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다. KF94는 평균 0.4㎛(마이크로미터) 크기의 미세 입자를 94% 이상 걸러낸다는 의미다. 덴탈 마스크는 착용감과 숨쉬기가 편하지만 미세 먼지가 차단되지 않는다. 마스크를 재사용하면 필터 기능이 떨어지고 묻어있던 오염물질을 다시 들이마실 수 있기 때문에 자제해야 한다. 이 교수는 “조금 답답해도 KF94 이상의 마스크를 코 주변에 제대로 밀착하여 덮고 공기가 새지 않는지 양손으로 체크하며 얼굴에 제대로 밀착시켜 착용해야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생활습관 관리도 중요
미세 먼지가 심한 날에는 수분을 충분히 섭취해야 한다. 수분은 호흡기 점막이 건조하지 않게 보호하며 기관지, 폐 섬모 활동을 촉진해 가래를 묽게 함으로써 쉽게 배출되도록 돕는다.
비만으로 폐 기능이 떨어지지 않도록 과식을 피하고 적정 체중을 유지하는 노력도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