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 무약촌(無藥村)] ③서울대어린이병원 소아청소년과 최정윤 교수 인터뷰
인근에 약국이 없는 지역을 흔히 ‘무약촌(無藥村)’이라고 합니다. 한자를 직역하면 ‘약이 없는 마을’이라는 뜻입니다. 한국에선 많은 아이들이 무약촌에 살고 있습니다. 약국이 없어서만은 아닙니다. 약이 개발되지 않았거나, 개발은 됐지만 허가·급여적용이 안 돼서, 공급이 중단돼서 등 여러 이유가 얽혀 있습니다. [소아 무약촌]은 국내 소아의약품 부족 문제를 살피고, 원인과 해결방안에 대해 알아볼 예정입니다. 아픈데 약이 없는 아이와 아이의 어머니, 그런 아이들을 치료하는 의사의 이야기도 전합니다. (편집자 주)
병(病)을 적(敵)이라고 치면, 의사는 전사(戰士)나 마찬가지다. 전사는 좋은 무기가 많을수록 전투에서 유리하다. 의사들에게는 좋은 약이 곧 좋은 무기다. 심각한 병도 약이 있으면 고칠 수 있고, 반대로 약이 없는 병은 신의(神醫)라고 한들 고치기 어렵다. 소아암 중에는 그런 ‘약 없는 병’들이 적지 않다. 정확히는 약이 있는데, 국내에는 없다. 병을 치료하는 의사 입장에선 무기도 없이 전투를 치르고 있는 셈이다. 환자·보호자에 비할 순 없지만, 그들의 마음 역시 무겁고 답답할 따름이다.

◇“위급한 소아암 환자들, 약 없어 8주씩 기다리기도”
서울대어린이병원 최정윤 교수는 ‘부족한 무기(약)로 전투를 치르고 있는(병을 치료하고 있는)’ 국내 소아청소년과 의사 중 한 명이다. 실제 그가 진료하는 소아암 환자들 중에는 우리나라에 약이 없어 제대로 치료를 받지 못하는 아이들이 적지 않다. 개중엔 항암제의 강한 독성을 줄여주는 약이 부족해, 그 독한 약을 온몸으로 오롯이 버텨내는 아이들도 있다고 한다. 최 교수는 “환자 돌보기도 바쁜 보호자들이 직접 약국을 돌고 희귀·필수의약품센터에 전화를 걸어서 약을 구하고 있다”며 “좋은 약이 있어서 쓰면 호전될 걸 아는데, 그러질 못하는 게 제일 안타깝다”고 말했다.
-주로 어떤 약들이 부족한가?
“소아암만 놓고 봐도 부족 문제가 심각한 약들이 정말 여러 가지다. 예를 들어 급성림프모구백혈병, 골수성백혈병에 사용하는 ‘6-티오구아닌’은 제약사가 수익성 문제로 공급을 중단해 환자가 개별적으로 한국희귀필수의약품센터를 통해 약을 구입해 사용해야 한다. 1차 치료에 반응이 없는 T세포 급성림프모구백혈병 환자에게 쓰는 ‘넬라라빈’의 경우 해외에서만 약이 허가됐고 국내에선 허가되지 않았다. 마찬가지로 약이 필요할 때마다 센터를 통해 수입해야 한다. 소아암 중 윌름스종양이나 횡문근육종, 유잉육종 등을 치료할 때 필수적으로 쓰는 ‘닥티노마이신’이라는 약이 있는데, 이 약도 2015년 한 차례 국내 공급이 중단된 적이 있다. 5년 뒤 국내 한 제약사가 다시 생산하면서 공급이 재개됐지만, 그 5년 동안 환자들이 큰 불편함을 겪어야 했다. 매번 병원에서 필요한 서류들을 발급받은 뒤 센터에서 수입해온 약을 사용했다. 번거롭기도 번거로웠지만, 갑자기 약값이 비싸져서 경제적 부담까지 가중됐다.”
-비싸서 못 들여오나?
“꼭 그렇지만도 않다. 오히려 값이 싸거나 수요가 적은 약들이 더 문제가 되기도 한다. 수익성이 안 좋아서 기업들이 생산이나 수입을 포기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저가 약, 오래된 약 중에도 중증 질환, 희귀질환 치료에 필요한 약들이 적지 않다.”
-센터를 통해 약을 구하면 해결되는 건가?
“그렇지 않다. 수입이 잘 되면 빠르게 들여와 쓸 수 있는데, 수입이 지연되거나 재고가 떨어지면 적기에 약을 사용할 수 없다. 구입 후 약을 사용하기까지 4~8주씩 걸리기도 한다. 그 사이 환자 생명이 위태로워질 때도 있다. 가령 항암제의 심장 독성 부작용을 줄여주는 약이 있는데, 이 약도 품절이 잦다. 약 수입이 지연되는 동안 항암제를 단독으로 사용하다보면 환자의 심장 독성 문제가 악화될 수 있다.”
-어른 약을 소아에 맞게 조절해서 사용하면 안 되나?
“소아과 교과서를 보면 ‘소아는 작은 어른이 아니다’라는 말이 나온다. 소아는 성인과 달리, 신체 성장이나 발육 과정에서 생리적으로 급격하게 변화하는 시기다. 약물의 대사나 배설이 성인과 다를 수 있다. 발생 빈도가 높은 병도 다르다. 예를 들어 소아는 감염성 질환이나 선천성·유전 질환이 성인보다 많이 확인된다. 매년 1300명 정도의 소아암 환자가 발생하는데, 암종(癌腫) 또한 성인과 완전히 다르다. 게다가 소아는 각각의 질환이 다 희귀질환에 속할 정도로 대다수 질환이 발생 빈도가 매우 낮다. 그래서 소아를 위한 약제가 필요한 거다.”
서울대어린이병원 최정윤 교수는 ‘부족한 무기(약)로 전투를 치르고 있는(병을 치료하고 있는)’ 국내 소아청소년과 의사 중 한 명이다. 실제 그가 진료하는 소아암 환자들 중에는 우리나라에 약이 없어 제대로 치료를 받지 못하는 아이들이 적지 않다. 개중엔 항암제의 강한 독성을 줄여주는 약이 부족해, 그 독한 약을 온몸으로 오롯이 버텨내는 아이들도 있다고 한다. 최 교수는 “환자 돌보기도 바쁜 보호자들이 직접 약국을 돌고 희귀·필수의약품센터에 전화를 걸어서 약을 구하고 있다”며 “좋은 약이 있어서 쓰면 호전될 걸 아는데, 그러질 못하는 게 제일 안타깝다”고 말했다.
-주로 어떤 약들이 부족한가?
“소아암만 놓고 봐도 부족 문제가 심각한 약들이 정말 여러 가지다. 예를 들어 급성림프모구백혈병, 골수성백혈병에 사용하는 ‘6-티오구아닌’은 제약사가 수익성 문제로 공급을 중단해 환자가 개별적으로 한국희귀필수의약품센터를 통해 약을 구입해 사용해야 한다. 1차 치료에 반응이 없는 T세포 급성림프모구백혈병 환자에게 쓰는 ‘넬라라빈’의 경우 해외에서만 약이 허가됐고 국내에선 허가되지 않았다. 마찬가지로 약이 필요할 때마다 센터를 통해 수입해야 한다. 소아암 중 윌름스종양이나 횡문근육종, 유잉육종 등을 치료할 때 필수적으로 쓰는 ‘닥티노마이신’이라는 약이 있는데, 이 약도 2015년 한 차례 국내 공급이 중단된 적이 있다. 5년 뒤 국내 한 제약사가 다시 생산하면서 공급이 재개됐지만, 그 5년 동안 환자들이 큰 불편함을 겪어야 했다. 매번 병원에서 필요한 서류들을 발급받은 뒤 센터에서 수입해온 약을 사용했다. 번거롭기도 번거로웠지만, 갑자기 약값이 비싸져서 경제적 부담까지 가중됐다.”
-비싸서 못 들여오나?
“꼭 그렇지만도 않다. 오히려 값이 싸거나 수요가 적은 약들이 더 문제가 되기도 한다. 수익성이 안 좋아서 기업들이 생산이나 수입을 포기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저가 약, 오래된 약 중에도 중증 질환, 희귀질환 치료에 필요한 약들이 적지 않다.”
-센터를 통해 약을 구하면 해결되는 건가?
“그렇지 않다. 수입이 잘 되면 빠르게 들여와 쓸 수 있는데, 수입이 지연되거나 재고가 떨어지면 적기에 약을 사용할 수 없다. 구입 후 약을 사용하기까지 4~8주씩 걸리기도 한다. 그 사이 환자 생명이 위태로워질 때도 있다. 가령 항암제의 심장 독성 부작용을 줄여주는 약이 있는데, 이 약도 품절이 잦다. 약 수입이 지연되는 동안 항암제를 단독으로 사용하다보면 환자의 심장 독성 문제가 악화될 수 있다.”
-어른 약을 소아에 맞게 조절해서 사용하면 안 되나?
“소아과 교과서를 보면 ‘소아는 작은 어른이 아니다’라는 말이 나온다. 소아는 성인과 달리, 신체 성장이나 발육 과정에서 생리적으로 급격하게 변화하는 시기다. 약물의 대사나 배설이 성인과 다를 수 있다. 발생 빈도가 높은 병도 다르다. 예를 들어 소아는 감염성 질환이나 선천성·유전 질환이 성인보다 많이 확인된다. 매년 1300명 정도의 소아암 환자가 발생하는데, 암종(癌腫) 또한 성인과 완전히 다르다. 게다가 소아는 각각의 질환이 다 희귀질환에 속할 정도로 대다수 질환이 발생 빈도가 매우 낮다. 그래서 소아를 위한 약제가 필요한 거다.”

◇“보호자들, 약 구하러 약국 전전… 그마저도 없으면 4~8주 기다려 수입”
약이 없는 소아 환자들에게는 ‘오프라벨(Off label)’ 처방이 이뤄지곤 한다. 오프라벨 처방은 의약품을 허가사항 이외의 용도로 사용하는 것을 뜻한다. 지난해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발간한 ‘소아질환 분야 주요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2019년 7월부터 2020년 6월까지 국내 소아중환자실에서 24시간 이상 입원 치료를 받은 소아 환자 502명 중 거의 모든 환자(500명)가 1회 이상 오프라벨 처방을 받았다. 이 환자들의 평균 나이는 1.7세였다.
-약이 없으면 어떻게 치료하나?
“대체 가능한 약이 있을 땐 그 약을 사용하면 된다. 문제는 대체 약이 없는 경우다. 이때는 희귀필수의약품센터에 요청해서 수입이 가능한지 알아보고 구입 절차를 진행한다. 다만 앞서 말했듯 도입이 지연되는 문제가 있다. 소아과는 오프라벨 처방도 정말 많다. 필요한 약이 없으니, 다른 약을 허가사항 이외의 용도로 쓰는 거다”
-약이 없을 때면 의사로서 어떤 생각이 드는가?
“너무나 안타까운 마음이 1번이다. 이 약이 환자에게 좋다는 걸 아는데, 이 약을 쓰면 환자를 치료할 수 있다는 걸 아는데 없어서 쓰질 못하니까. 동시에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여러 방면에서 더 노력해야 되겠다는 생각도 하게 된다.”
-가장 힘든 건 환자·보호자일 것 같다. 실제 어떤 어려움을 겪고 있나?
“약 공급이 중단되면 보호자들이 직접 약국을 돌면서 약을 구한다. 지방 환자들은 지역 약국에 약이 없어서 약을 지으러 서울까지 올라오기도 한다. 그마저도 안 될 땐 희귀필수의약품센터에서 훨씬 더 비싸게 약을 구입한 후 8주씩 기다린다. 이런 상황을 처음 접하는 보호자들은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다.”
-지금 같은 상황이 지속되면 어떤 문제가 생길 수 있을까?
“사용해야 하는 약이 품절되면 적기에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한다. 당연히 치료 성적으로까지 이어진다. 환자들이 불편함을 겪을 뿐 아니라, 비싼 값에 약을 수입해서 쓰다보면 의료비도 증가할 수 있다.”
-과거와 비교하면 상황이 나아지고 있나?
“약에 따라 다르다. 예전에 비해 잘 공급되는 약이 있는 반면, 어떤 약들은 지금도 공급이 안 된다. 오히려 더 구하기 힘들어진 경우도 있다.”
약이 없는 소아 환자들에게는 ‘오프라벨(Off label)’ 처방이 이뤄지곤 한다. 오프라벨 처방은 의약품을 허가사항 이외의 용도로 사용하는 것을 뜻한다. 지난해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발간한 ‘소아질환 분야 주요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2019년 7월부터 2020년 6월까지 국내 소아중환자실에서 24시간 이상 입원 치료를 받은 소아 환자 502명 중 거의 모든 환자(500명)가 1회 이상 오프라벨 처방을 받았다. 이 환자들의 평균 나이는 1.7세였다.
-약이 없으면 어떻게 치료하나?
“대체 가능한 약이 있을 땐 그 약을 사용하면 된다. 문제는 대체 약이 없는 경우다. 이때는 희귀필수의약품센터에 요청해서 수입이 가능한지 알아보고 구입 절차를 진행한다. 다만 앞서 말했듯 도입이 지연되는 문제가 있다. 소아과는 오프라벨 처방도 정말 많다. 필요한 약이 없으니, 다른 약을 허가사항 이외의 용도로 쓰는 거다”
-약이 없을 때면 의사로서 어떤 생각이 드는가?
“너무나 안타까운 마음이 1번이다. 이 약이 환자에게 좋다는 걸 아는데, 이 약을 쓰면 환자를 치료할 수 있다는 걸 아는데 없어서 쓰질 못하니까. 동시에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여러 방면에서 더 노력해야 되겠다는 생각도 하게 된다.”
-가장 힘든 건 환자·보호자일 것 같다. 실제 어떤 어려움을 겪고 있나?
“약 공급이 중단되면 보호자들이 직접 약국을 돌면서 약을 구한다. 지방 환자들은 지역 약국에 약이 없어서 약을 지으러 서울까지 올라오기도 한다. 그마저도 안 될 땐 희귀필수의약품센터에서 훨씬 더 비싸게 약을 구입한 후 8주씩 기다린다. 이런 상황을 처음 접하는 보호자들은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다.”
-지금 같은 상황이 지속되면 어떤 문제가 생길 수 있을까?
“사용해야 하는 약이 품절되면 적기에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한다. 당연히 치료 성적으로까지 이어진다. 환자들이 불편함을 겪을 뿐 아니라, 비싼 값에 약을 수입해서 쓰다보면 의료비도 증가할 수 있다.”
-과거와 비교하면 상황이 나아지고 있나?
“약에 따라 다르다. 예전에 비해 잘 공급되는 약이 있는 반면, 어떤 약들은 지금도 공급이 안 된다. 오히려 더 구하기 힘들어진 경우도 있다.”

◇“제약사에만 기댈 수 없어… 정부·기업, 머리 맞대고 장·단기 대책 세워야”
-제약사들이 왜 소아 약을 안 만드는 건가?
“대부분 낮은 수익성이나 원료의약품 수급 문제로 인해 생산을 중단한다. 제약사마다 생산할 수 있는 물량은 정해져 있고 선택적으로 약을 생산해야 한다면 고가 약, 판매량이 많은 약부터 만드는 거다. 저출산으로 인해 수요가 줄어들다보니 소아 약의 수익성이 더 떨어지고 제약사에서도 더 생산하지 않으려고 한다. 근본적으로는 소아 질환에 대한 연구 자체가 부족한 탓도 있다. 연구가 많이 이뤄져야 신약도 많이 개발될 수 있다.”
-소아 약 연구가 활발하지 않은 이유는?
“일단 연구 윤리 측면에서 본다면, 소아 대상 임상은 성인 대상 임상에 비해 윤리성을 갖추기 어려워 연구를 꺼리는 경향이 있다. 뿐만 아니라 소아 임상 시험은 환자 모집이 쉽지 않고 비용도 많이 든다. 어렵게 개발에 성공한다고 해도 환자 수가 적기 때문에 연구하지 않으려고 한다. 시장 논리만으론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다. 그래서 외국에서는 인센티브도 주고, 규제도 하는 거다.”
-외국은 어떻길래?
“약 개발 측면에서 보면, 선진국은 규제나 인센티브를 많이 도입·활용하고 있다. 예를 들어 미국 FDA나 유럽 EMA, 일본 PDMA에서는 소아의약품 개발을 촉진하기 위해 관련 법률을 만들었다. 소아 대상으로 약품을 개발하는 경우 해당 제품의 독점권을 연장해주거나 인센티브를 주는 식이다. 또 어떤 약을 개발할 때 그 약이 소아에게도 쓸 수 있다고 판단되면, 규제기관에 제출하는 시험계획에 소아에 대한 연구도 함께 진행하겠다는 내용을 반드시 넣어야 한다. 이런 제도들을 통해 소아용 약제를 늘려나가고 있다.”
-우리나라엔 관련 규제나 인센티브가 없나?
“희귀의약품이나 소아의약품 임상을 진행하면 시장독점권을 부여하긴 하나, 해외 선진국과 비교하면 여전히 관련 법이 부족하다. 당장 법안을 만들기 어렵다면 이미 있는 필수의약품 지정 제도를 활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보건의료 상 필수적이지만 시장 기능만으론 안정적 공급이 어려운 의약품을 보건복지부와 식약처가 필수의약품으로 지정·관리하는 제도다. 필수의약품으로 지정한 의약품을 정부 차원에서 희귀의약품 센터를 통해 긴급 도입하고 의료 현장에 공급한다면 소아 약에 대한 접근성이 높아질 수 있다. 제약사 R&D 지원, 소아 필수의약품 생산 시 인센티브 제공 등 근본적으로 개발·생산 동기를 부여할 수 있는 정책도 필요하다.”
-제약사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을까?
“기업들이 사회 공헌이나 공익 목적으로 약을 개발·생산해준다면 물론 좋겠지만, 쉽지 않은 일이다. 기업들은 영리를 목적으로 한다. 손해까지 감수하며 약을 생산해주길 기대하긴 어렵다. 소아 약 부족은 정부나 제약사 어느 한쪽만의 노력으로 쉽게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정부-제약사-의료진 간에 많은 논의와 협력이 필요하다. 함께 필수의약품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단기적·장기적 대책을 세워야 한다.”
<☞미리 보기>
최정윤 교수의 말대로 국내 소아의약품 부족은 정부나 제약사, 의료진 어느 한 쪽의 노력만으론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입니다. 제약사에 사회적 책임이 요구되는 건 맞지만, 기업에 무작정 책임만 강요할 수도 없습니다. 그래서 머리를 맞대야 한다는 겁니다. [소아 무약촌] 마지막 ④편에서는 제약사들이 국내 소아의약품 부족 문제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들어볼 예정입니다. 규제·허가당국의 이야기도 들어봤습니다.
-제약사들이 왜 소아 약을 안 만드는 건가?
“대부분 낮은 수익성이나 원료의약품 수급 문제로 인해 생산을 중단한다. 제약사마다 생산할 수 있는 물량은 정해져 있고 선택적으로 약을 생산해야 한다면 고가 약, 판매량이 많은 약부터 만드는 거다. 저출산으로 인해 수요가 줄어들다보니 소아 약의 수익성이 더 떨어지고 제약사에서도 더 생산하지 않으려고 한다. 근본적으로는 소아 질환에 대한 연구 자체가 부족한 탓도 있다. 연구가 많이 이뤄져야 신약도 많이 개발될 수 있다.”
-소아 약 연구가 활발하지 않은 이유는?
“일단 연구 윤리 측면에서 본다면, 소아 대상 임상은 성인 대상 임상에 비해 윤리성을 갖추기 어려워 연구를 꺼리는 경향이 있다. 뿐만 아니라 소아 임상 시험은 환자 모집이 쉽지 않고 비용도 많이 든다. 어렵게 개발에 성공한다고 해도 환자 수가 적기 때문에 연구하지 않으려고 한다. 시장 논리만으론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다. 그래서 외국에서는 인센티브도 주고, 규제도 하는 거다.”
-외국은 어떻길래?
“약 개발 측면에서 보면, 선진국은 규제나 인센티브를 많이 도입·활용하고 있다. 예를 들어 미국 FDA나 유럽 EMA, 일본 PDMA에서는 소아의약품 개발을 촉진하기 위해 관련 법률을 만들었다. 소아 대상으로 약품을 개발하는 경우 해당 제품의 독점권을 연장해주거나 인센티브를 주는 식이다. 또 어떤 약을 개발할 때 그 약이 소아에게도 쓸 수 있다고 판단되면, 규제기관에 제출하는 시험계획에 소아에 대한 연구도 함께 진행하겠다는 내용을 반드시 넣어야 한다. 이런 제도들을 통해 소아용 약제를 늘려나가고 있다.”
-우리나라엔 관련 규제나 인센티브가 없나?
“희귀의약품이나 소아의약품 임상을 진행하면 시장독점권을 부여하긴 하나, 해외 선진국과 비교하면 여전히 관련 법이 부족하다. 당장 법안을 만들기 어렵다면 이미 있는 필수의약품 지정 제도를 활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보건의료 상 필수적이지만 시장 기능만으론 안정적 공급이 어려운 의약품을 보건복지부와 식약처가 필수의약품으로 지정·관리하는 제도다. 필수의약품으로 지정한 의약품을 정부 차원에서 희귀의약품 센터를 통해 긴급 도입하고 의료 현장에 공급한다면 소아 약에 대한 접근성이 높아질 수 있다. 제약사 R&D 지원, 소아 필수의약품 생산 시 인센티브 제공 등 근본적으로 개발·생산 동기를 부여할 수 있는 정책도 필요하다.”
-제약사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을까?
“기업들이 사회 공헌이나 공익 목적으로 약을 개발·생산해준다면 물론 좋겠지만, 쉽지 않은 일이다. 기업들은 영리를 목적으로 한다. 손해까지 감수하며 약을 생산해주길 기대하긴 어렵다. 소아 약 부족은 정부나 제약사 어느 한쪽만의 노력으로 쉽게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정부-제약사-의료진 간에 많은 논의와 협력이 필요하다. 함께 필수의약품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단기적·장기적 대책을 세워야 한다.”
<☞미리 보기>
최정윤 교수의 말대로 국내 소아의약품 부족은 정부나 제약사, 의료진 어느 한 쪽의 노력만으론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입니다. 제약사에 사회적 책임이 요구되는 건 맞지만, 기업에 무작정 책임만 강요할 수도 없습니다. 그래서 머리를 맞대야 한다는 겁니다. [소아 무약촌] 마지막 ④편에서는 제약사들이 국내 소아의약품 부족 문제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들어볼 예정입니다. 규제·허가당국의 이야기도 들어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