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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처럼 휴지로 콧구멍 막나? 반려동물 ‘코피 지혈법’ 따로 있다 [멍멍냥냥]

이해림 기자

[헬스조선·스카이동물메디컬센터 기획_멍냥주치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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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의 코에서 코피가 났다면 휴지를 말아 콧구멍을 막지 말고, 콧잔등 냉찜질로 지혈해야 한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국내 120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반려동물을 키우고 있습니다. 반려동물을 기르면서 시시콜콜한 의문이 많이 생기지만, 조언을 구할 곳은 마땅치 않습니다. 반려동물 질환에서 반려생활 노하우에 이르기까지 누구나 한 번쯤 궁금했던 것들. 헬스조선이 1200만 반려인을 대신해 스카이동물메디컬센터 수의사에게 직접 물어보는 ‘멍냥주치의’ 코너를 매주 연재합니다. (편집자주)

강아지가 갑자기 코피를 흘리면 보호자는 당황스럽다. 피를 멎게 해야 한다는 생각에 사람과 똑같은 방식으로 응급처치하기 쉽다. 휴지를 돌돌 말아 피가 나는 쪽 콧구멍에 끼워주는 것이다. 그러나 전문가에 의하면 이는 잘못된 응급처치법이다.

◇휴지 말아서 콧구멍 막기 금물… “냉찜질이 최선”
사람은 콧방울을 세게 누르면 웬만한 코피는 다 지혈된다. 그러나 반려동물은 코피를 지혈할 방법이 마땅치 않다. 휴지를 돌돌 말아 콧구멍에 끼워주는 행동은 금물이다. 스카이동물메디컬센터 문종선 원장은 “자칫 휴지가 비강 안으로 깊게 밀려들어가면 수술로 빼야 할 수 있으니 절대 하면 안 된다”며 “콧잔등에다 아이스팩이나 찬 물수건을 올려서 비강 내 혈관을 수축시키는 것이 그나마 집에서 해볼 만한 지혈 방법”이라고 말했다. 피가 잘 멎지 않으면 반드시 동물병원에 데려와야 한다. 코피를 내버려뒀다가 빈혈 상태가 될 가능성이 생각보다 크다. 동물병원에선 비강 안에 약물을 투여해 지혈할 수 있다.

◇비염, 고혈압, 콧속 이물질, 치주질환… 원인 다양해
집에서 지혈에 성공했어도, 코피가 잦다면 한 번쯤은 동물병원에 데려가 봐야 한다. 질환 때문에 코피가 나는 것일 수 있어서다. 사소한 질병에서 심각한 질환까지 다양한 원인이 숨어있을 수 있다.

우선, 비염이나 콧속에 들어간 이물질이 원인일 수 있다. 비염 환자는 비강 점막이 과도하게 자극돼 코피가 날 수 있다. 코로 냄새를 자주 맡는 반려동물 행동 습성상 이물질이 들어갈 가능성이 있다. 문종선 원장은 “작은 풀 조각이나 풀씨 같은 것들이 코에 들어가서 코피를 내는 경우를 종종 본다”고 말했다.


비염도, 코안에 무언가 들어간 것도 아니라면 비강의 감염성 질환이 원인일 수 있다. 반려동물 코피의 꽤 많은 비중을 감염성 질환이 차지한다. 문종선 원장은 “비강 내시경과 방사선 검사를 진행한 결과 코안에 이물질이 없는데 피가 난다면, 내시경 시 점막을 채취하고 비강에서 흘러나오는 콧물(비강 삼출물)도 채취해서 감염원을 감별하는 검사를 시행한다”며 “곰팡이성인지 세균성인지 확인하기 위함”이라고 말했다.

고혈압과 치주질환 때문에도 코피가 날 수 있다. 반려동물이 재채기나 기침 등 호흡기계 증상을 별로 보이지 않고, 간헐적으로 코피가 날 때 고혈압을 의심할 수 있다. 치주질환 중에서도 특히 위턱에 생긴 치주염이 심해졌을 때 코피가 난다. 염증이 비강으로 넘어오며 코로 피가 나는 것이다. 문종선 원장은 “코피를 일으킬 만한 원인을 비강 내에서 딱히 찾을 수 없을 때, 반려동물을 마취한 후 구강 안을 360도로 촬영하는 치과 방사선 검사를 통해 진단할 수 있다”고 말했다.

◇비강 종양이나 혈액 응고 장애가 원인일 때도
비강 종양 때문에 코피를 흘리는 사례도 꽤 많다. 비강에서 처음으로 암이 발생(원발)했거나, 다른 곳에 먼저 생긴 암이 비강으로 전이된 경우다. 문종선 원장은 “코안에서 원발로 발생하는 암에는 편평세포암과 선암 등이 있고, 다른 곳에 먼저 생겨서 비강으로 넘어오는 암으로는 림프종, 골육종, 흑색종 등을 꼽을 수 있다”며 “종양이 다른 곳에도 있지 않은지 확인해야 하므로 비강 종양 때문에 코피가 나는 것으로 의심되는 환자는 컴퓨터단층촬영(CT) 검사가 권장된다”고 말했다. 종양이 확인되면 조직 검사를 통해 악성도를 확인하고, 항암치료를 고려한다. 종양 양상과 환자 건강 상태에 따라 수술로 종양을 완전히 절제할 수도, 일부만 절제할 수도 있으나 가능하다면 완전 절제하는 것이 권장된다.

혈액 응고 장애 때문에 발생하기도 한다. 혈소판 자체가 몸에서 적게 만들어지거나, 혈소판이 작용하는 데 필요한 응고 인자들이 부족한 경우, 비강 안에서 생긴 출혈이 잘 멎지 않아 코 밖으로 피가 흘러나온다. 코피를 자주 흘릴 뿐 아니라 잇몸 등 몸 다른 곳에서도 피가 잘 나고, 피부에 자잘한 피멍이 든 것처럼 점상 출혈이 관찰되기도 한다. 문종선 원장은 “종양 때문에 혈소판을 만드는 골수 기능이 억제되고 있거나 면역 매개성 질환으로 혈소판이 파괴되고 있을 때 생길 수 있으므로 원인을 명확히 감별해서 치료를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코피 때문에 반려동물을 동물병원에 데려갈 경우, ▲어느 한 쪽 콧구멍에서만 피가 났는지 아니면 양쪽에서 다 났는지 ▲지혈이 잘 됐는지를 기억했다가 수의사에게 알리는 것이 좋다. 종양이나 염증이 어느 한 쪽 비강에서 더 심한 것인지 아니면 양쪽 비강에서 모두 심한 것인지 수의사가 가늠하는 데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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