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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탐 심한 배우자랑 이혼하고 싶어요"… 틀어진 부부 관계, 회복 가능할까?

신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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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클립아트코리아
최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남편의 식탐 때문에 이혼하고 싶다는 글이 화제가 됐다.

사연인 즉, 결혼 3개월 차 A씨는 남편의 과도한 식탐과 무절제한 식습관 때문에 정이 뚝 떨어졌다고 토로했다. 그는 "내 음식까지 항상 남편이 뺏어 먹고, 선물용으로 준비한 쿠키까지 먹어버릴 정도로 배려가 없다"며 "시각적으로도 불쾌하고, 식비도 둘이 한 달에 100만원 넘게 나온다"고 했다. 이어 "음식에 손 좀 그만대고 적당히 먹으라고 싸운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며 "지금은 말도 안 하고 방 밖으로도 나오지 않을 만큼 관계가 멀어졌다"고 덧붙였다.

부부가 식탐 문제로 갈등하는 건 비단 이 사례뿐만이 아니다. ‘음식을 사다 놓는 족족 먹어 없애는 남편’, ‘길가다 먹어보고 싶은 건 다 먹어야 하는 아내’와 같은 사연이 매년 커뮤니티 등에 자주 올라온다. 실제 로앤탑법률사무소 전선애 이혼전문변호사는 "식탐 하나만으로 이혼을 결정하는 경우는 드물지만, 그런 사소한 문제들이 쌓이면서 결국 배우자를 존중하지 않는 배려 없는 태도나 이기적인 성향 때문에 이혼을 결심했다는 사유들이 꽤 있다"고 말했다.

◇배우자의 심한 식탐, ‘공허함·분노’ 등 심리적 원인일 수도
식탐은 단순히 많이 먹는 것을 넘어, 다양한 심리적 요인에 의해 나타나는 하나의 현상일 수 있다. 음식을 잔뜩 먹으면 포만감이 생기는데, 이는 사람에게 안도감을 준다. 스트레스·외로움·불안·분노 같은 감정을 음식으로 달래려 하거나, 원하는 것을 얻지 못했을 때 음식으로 공허함을 채우려는 행동도 포만감이 주는 안도감과 연관돼 있다. 삶에서 마음대로 통제할 수 없는 것들과는 달리, 음식은 스스로 선택하고 통제할 수 있다는 상징적인 매개체가 돼 식탐에 영향을 주기도 한다. 선릉숲정신건강의학과 한승민 원장은 "정신과적 측면에서 보면 식탐은 감정 조절이 어렵거나 내면에 공허함이 클 때 나타나는 심리적 반응일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부부 관계에서는 정서적 지지나 공감이 부족할 때 식탐이 감정적 결핍을 보상해주는 수단이 될 수 있다. 음식을 잔뜩 먹는 행동 자체가 상대방을 불편하게 만들기 때문에, 내면의 화를 ‘강한 식탐’이라는 다소 공격적인 방식으로 표현하는 것이다. 한 원장은 “때론 음식에 집착하는 행동이 배우자에 대한 숨겨진 불만이나 분노의 표출로 나타나기도 한다”고 했다.


식사 행동에는 다양한 심리적 요소가 개입되는 만큼, 치료가 필요한 경우도 있다. 고대안암병원 정신건강의학과 한규만 교수는 "특히 폭식 문제로 상담을 받는 사례들이 있다"며 "인지행동치료 등 심리 치료를 통해 식사 습관을 조절하고, 충동적인 식행동을 다루는 접근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만 좀 먹어!’ 비난 대신, ‘힘든 일 있어?’ 공감을
그렇다면 식탐으로 갈등하고 있는 부부 관계는 어떻게 극복할까. 가장 중요한 건 '배려'다. 이를 통해 절제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한승민 원장은 “많이 먹는 것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그 행동이 배우자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지 인식하고 배려하는 태도가 중요하다”며 “식탐을 가진 당사자가 먼저 내 행동이 소중한 상대방을 배려하고 있지 않고, 힘들게 할 수 있다는 점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식탐 때문에 괴로운 배우자는 상대가 왜 그렇게 행동하는지, 감정적으로 어떤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를 함께 고민해볼 수 있어야 한다. 상대방의 말을 들어보면 생각지도 못한 이야기가 나올 수도 있다. 한승민 원장은 "'그만 좀 먹어', '너무 싫어' 같은 비난이나 충고는 내면의 공허함과 불만을 크게 키울 수 있어 좋지 않다"며 "대신, 음식을 잔뜩 먹을 만큼 '힘든 무슨 일이 있었는지’, ‘마음이 괜찮은지’를 묻는 식의 대화가 관계 회복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했다.

두 사람의 대화만으로 해결이 어려울 땐 부부 상담이 도움이 될 수도 있다. 한규만 교수는 "식탐으로 인한 갈등은 단순한 식습관 문제가 아니라, 배려·존중·이해 부족 등 부부 관계 전반의 문제가 드러난 한 단면일 수 있다"며 "서로 관계를 회복하려는 의지가 있다면 부부 상담을 통해 개선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서로 간의 의사소통 기법이나, 상대를 배려하는 행동을 어떻게 실천할 수 있을지 등을 중심으로 치료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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