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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진통제 ‘이브’ 마약류라면서… 같은 성분 ‘그날엔큐’는 일반약?

정준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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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진통제 '이브'/사진=헬스조선DB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일본 인기 진통제 '이브'의 국내 반입 단속 사례가 화제가 됐다. 사연인 즉, 일본 내 유명 할인 잡화점에서 이브를 구매해 국내에 반입하던 중, 검역에서 적발돼 경위서를 작성하고 약을 압수당했다는 내용이다.

실제 이브는 주성분 중 하나가 국내에서 마약 성분으로 분류되고 있다. 그럼에도 최근 국내 반입량이 늘고 있어, 관세청에서도 단속을 강화하는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차별 대우’라는 의견도 제기된다. 이브는 마약 성분으로 분류돼 국내 반입이 금지된 반면, 같은 성분·함량의 ‘그날엔큐’는 국내에서 일반의약품으로 정상 판매 중이기 때문이다. 이 같은 지적에 대해 식약처는 두 약의 분류에 크게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4월 초부터 적발 시작… 일본서도 갑론을박
관세청은 이달 초부터 이브의 국내 반입을 단속하기 시작했다. 이브의 주성분 중 한 가지가 국내에서 향정신성의약품(마약류)으로 분류돼 이전부터 국내 반입이 불가능했는데, 최근 국내로 반입되는 양이 늘어나면서 단속을 시작했다는 설명이다. 이브퀵뿐 아니라 이브퀵DX·이브A·이브멜트 등 동일 계열 제품 모두 단속 대상이다.

관세청 관계자는 "악의적인 의도로 대량 밀반입하는 사례보다는 약에 해당 성분이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반입하는 사례가 다반사"라며 "과태료 부과 여부는 조사 결과에 따라 달라지고, 단순히 모르고 반입하다 적발되는 경우에는 유치(압수 후 폐기) 처분이 이뤄진다"고 말했다.


문제가 되는 성분은 '알릴이소프로필아세틸요소'다. 알릴이소프로필아세틸요소는 불안을 완화하는 진정 작용이 있는 성분으로, 바르비탈류에 속하는 물질이다. 여성의 생리통으로 인한 불안 완화와 생리전증후군 증상 중 불안·짜증·신경질 등 정신과적인 증상을 완화하는 효과가 있다. 대표 부작용으로는 ▲졸음 ▲심박수 증가 ▲메스꺼움 ▲중독성 ▲혈소판 감소 등이 있다. 국내에서는 의존성 문제를 막고자 마약류 관리법에 따라 1980년부터 향정신성 의약품으로 지정했다.

일본에서도 작년부터 이브의 과다 복용에 대한 우려를 제기하며 일반의약품 분류 재고 필요성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일례로 지난해 2월 일본 고다이라 국립 정신건강연구소 약물의존연구부 연구팀은 '전국 정신병원 약물관련질환 실태조사' 데이터를 활용해 일반의약품을 남용하는 환자들을 분석했다. 그 결과, 연구팀은 알릴이소프로필아세틸요소가 높은 중독성으로 인해 여성의 생리통약 남용을 촉진하고 정신질환을 악화한다고 결론 내렸다.

다만, 일본에서는 보고된 이상 반응의 수준이 크게 심각하진 않아 1985년 최초 출시 이후 지금까지 2류 일반의약품으로 판매해왔다. 2류 일반의약품이란 일본에서 약사와 등록판매자 모두 판매할 수 있는 부작용이 중간 수준인 의약품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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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동제약 '그날엔큐'/사진=경동제약 제공
◇이브퀵-그날엔큐, 성분·함량 동일한데… 분류는 달라
국내에도 이브와 같은 성분·함량의 ‘그날엔큐’라는 약이 있다. 경동제약이 출시·판매 중인 제품으로, 이 약은 이브와 성분·함량이 동일함에도 일반의약품으로 분류돼 약국에서 쉽게 구매할 수 있다. 이브의 국내 반입 금지를 두고 차별 대우라는 지적이 제기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실제 그날엔큐는 이브퀵의 제조 방식을 참고해 출시한 약으로, 유효성분의 개수와 함량까지 모두 이브퀵과 똑같다. 이브퀵과 그날엔큐의 유효성분은 ▲이부프로펜(소염·진통제 성분) 75mg ▲산화마그네슘 50mg ▲카페인무수물(약효를 높이는 성분) 40mg ▲알릴이소프로필아세틸우레아 30mg이다.

전문가 또한 두 제품이 동일 성분인 만큼, 이론상으론 둘 다 국내 반입이 불가능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편한약국 엄준철 약사는 "그날엔큐와 이브퀵은 동일한 약이기 때문에 이론상 똑같이 공항에서 걸리는 품목이 맞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식약처는 이브와 그날엔큐를 다르게 분류하고 있다. 이브의 경우 마약류관리법에 따라 향정신성 의약품으로 분류하고 있다. 의존성을 일으킬 수 있는 알릴이소프로필아세틸요소를 함유하고 있어 향정신성 의약품으로 보는 것이다.

반면, 그날엔큐는 같은 법률의 단서 조항을 적용해 예외로 취급하고 있다. 식약처 관계자는 “그날엔큐는 신체적 또는 정신적 의존성을 야기하지 않는 복합제제”라며 “일반의약품으로 허가된 제품”이라고 말했다.

◇식약처 "허가 사항 차이… 이브는 국내 허가 안 돼"
식약처는 성분·함량이 모두 같은 두 약에 다른 기준을 적용한 이유에 대해 “국내 허가 사항 차이”라고 설명했다.


우선 그날엔큐의 경우 식약처가 제시한 제조 공정과 1일 복용 기준치 함량, 원료 의약품 관리 기준 등 조건을 모두 지켰음을 입증했다. 이에 식약처는 그날엔큐가 알릴이소프로필아세틸요소를 함유하고 있더라도 의존성이 낮다고 판단해 예외 조항을 적용했다.

이와 달리 이브퀵은 현재 국내에서 허가를 보유한 제품이 아니기 때문에 유통 자체가 불법이며, 일반의약품으로 국내에서 사용하기 위해서는 의존성이 낮다는 점을 국내에서 심사를 통해 다시 입증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실제 이브퀵은 2008년 베링거인겔하임이 국내에서 일반의약품으로 허가를 받았으나, 2021년 베링거의 일반의약품을 인수한 사노피가 국내 허가를 자진 취하했다.

식약처 관계자는 "단속한 제품들은 국내 허가도 안 됐을뿐더러, 해외에서 들여오는 제품이기 때문에 검증이 어려워 향정신성 의약품 성분을 함유한 제품으로 취급한다"며 "설령 국내에서 일반의약품으로 허가됐더라도 정식 수입업자가 수입해 온 제품을 국내에서 구매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말했다.

그날엔큐를 보유한 경동제약도 2009년 8월 허가 당시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는 입장이다. 경동제약 관계자는 "원료 취급은 식약처에서 정한 기준에 맞게 잘 관리했고, 지정한 하루 복용량 이내로 활용할 수 있게 제조해 일반의약품으로 허가받고 판매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한편, 이브의 국내 반입 단속이 강화되더라도 그날엔큐가 전문의약품으로 전환될지는 알 수 없다. 식약처 관계자는 "관계 부처와 논의할 예정"이라고만 밝혔고, 경동제약 관계자 또한 "이번 관세청의 조치에 대해 인지하고는 있지만, 식약처에서 이 약을 전문의약품으로 전환하겠다는 등 계획에 대해서는 별도로 전달받은 내용이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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