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

로봇이 밀어주고 끌어주고… 등산이 이렇게 쉬웠나?

전종보 기자

웨어러블 로봇 ‘윔(WIM)S’ 기자간담회·체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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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윔S’ 사용자가 제품을 착용한 채 걷고 있다. / 사진 = 전종보 기자
“다리에 찬 그거, 우리도 써볼 수 있어요?”


16일 낮 서울 중구 남산공원. 웨어러블 로봇을 착용하고 공원을 걷던 사람들 사이로 백발의 고령 남성이 다가와 물었다. 언뜻 보기에 노인들 걸음을 보조하는 기구인 듯한데, 자신도 한 번 체험해볼 수 있느냐는 것이었다. 한동안 관심을 보이던 남성은 기기에 대해 설명을 들으며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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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윔S’를 착용하고 남산 공원을 걷는 모습 / 촬영 = 전종보 기자
이날 사람들이 착용한 제품은 위로보틱스가 개발한 개인용 보행보조 웨어러블 로봇 ‘윔(WIM)S’다. 지난해 ‘윔’ 출시 후 1년 만에 나온 신제품으로, 실제 보행 보조가 필요한 고령자들이 주요 사용 대상이다. 이외에 파킨슨병, 뇌졸중 등으로 인해 걷는 데 어려움을 겪거나 업무 특성상 오랜 시간 걸어야 하는 사람들, 또는 질환·직업과 관계없이 단순 운동을 목적으로 착용하는 사람들 또한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위로보틱스 이연백 대표는 “누구나 일상생활에서 쓸 수 있는 웨어러블 로봇을 구현하고자 했다”며 “사람들이 윔S를 통해 보행을 교정하고 운동량을 늘려, 나이가 들어서도 건강한 움직임을 유지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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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로보틱스 이연백 대표가 16일 그랜드하얏트서울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윔S’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 사진 = 전종보 기자
◇위로보틱스 ‘윔S’ 공개… 무게·부피 줄이고 기능은 늘려
위로보틱스는 이날 그랜드하얏트서울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신제품 ‘윔S’를 공개했다. 윔S는 보행을 지원하는 웨어러블 로봇으로, 인체공학적 디자인을 적용했으며 생체역학을 기반으로 한 단일 모터 대칭 보조 메커니즘을 탑재했다. 이를 통해 사용자가 쉽고 안전하게 보행할 수 있도록 돕는다.

윔S는 초기 모델 윔에 대한 사용자의 다양한 피드백을 반영해 여러 점을 개선했다. 착용 시 무게가 치우친다는 의견을 반영해 본체 무게를 20% 줄였으며, 높이와 두께 또한 윔보다 각각 18%, 10%씩 낮췄다. 이밖에 안내음 조절, 음소거, 저소음, 방수·방진 등 세세한 기능도 보완했다.

윔이 보조력 강도를 3단계로 나눴다면, 윔S는 ▲에어모드 ▲등산모드(오르막·내리막) ▲케어모드 ▲아쿠아모드 등 4단계로 세분화해 사용자가 자신의 상태와 활동 상황에 따라 최적의 보조력을 직접 선택할 수 있다.

‘에어모드’는 평지 보행 시 사용자의 대사에너지를 약 20% 절감하며, 20kg 배낭을 맨 상태에서는 평지 보행 시 대사에너지를 약 14% 감소시킨다. ‘등산모드’는 환경 변화에 따른 사용자의 보행 의도 변화를 자동으로 인식해 오르막과 내리막을 자동으로 반영한다. 오르막 모드에서 경사로나 계단을 오르면 대퇴직근 근부하가 평균 16.8% 감소하고, 햄스트링 반건양근 근부하 또한 평균 11.3% 줄어든다. 내리막 모드는 경사로나 계단에서 내려올 때 충격을 완화해준다.


‘아쿠아모드’는 보행 자세 교정이 필요하거나 하체 근력 강화를 원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활용할 수 있는 기능으로, 물에서 걷는 듯한 저항감을 제공해 근육을 자극하고 근지구력 운동을 돕는다. 새롭게 추가된 ‘케어모드’의 경우, 보행 속도가 느리고 보폭이 좁은 고령자와 보행 약자를 위해 설계됐다.

기기와 연동하는 전용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은 윔S 착용 후 감지된 보행 속도와 민첩성, 근력 등을 기반으로 장기적인 보행 능력을 분석하고, 근력·균형·자세 개선을 위한 맞춤형 보행 지표를 제공한다. 사용자별로 운동 목표에 맞춘 프로그램도 선택 가능하다.

유연백 대표는 “윔S는 무게가 가볍고 신체 움직임을 제한하지 않기 때문에 일상생활에서 편하게 쓸 수 있고, 보행에 저항감을 줘서 특정 근육들을 더 개선·강화할 수도 있다”며 “보행자의 의도를 인식해 지체 없이 상황에 맞게 보행을 보조하기 때문에 환경이 바뀌었을 때도 자연스럽게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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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 가방보다 조금 작은 ‘윔S’ 파우치(왼쪽)에는 허리·다리에 착용하는 밴드와 허리 밴드에 부착하는 본체 등이 들어있다. 오른쪽 사진과 같이 허리 밴드를 차고 본체를 밴드에 부착한 후, 본체 양옆에 위치한 스틱을 다리 밴드와 연결해야 한다. 이후 본체 전원을 켜고, 애플리케이션과 기기를 연결한 뒤 애플리케이션 내 ‘운동시작’ 버튼을 누르면 기기가 작동된다. / 사진 = 전종보 기자
◇‘에어모드’로 가볍게, ‘아쿠아모드’ 무겁게… ‘보행 점수’까지 나와
이날 기자간담회 후에는 직접 윔S를 체험할 수 있는 시간이 마련됐다. 노트북 가방보다 조금 작은 파우치에 들어있는 윔S는 허리·다리에 착용하는 밴드와 허리 밴드에 부착하는 본체 등으로 구성됐다.

제품을 사용하려면 우선 허리 밴드를 차고 본체를 밴드에 부착한 후, 본체 양옆에 위치한 스틱을 다리 밴드와 연결해야 한다. 이후 본체 전원을 켜고, 애플리케이션과 기기를 연결한 뒤 애플리케이션 내 ‘운동시작’ 버튼을 누르면 기기가 작동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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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리케이션을 사용해 원하는 보행모드와 보조력을 선택할 수 있다. / 사진 = 전종보 기자
앞서 설명했듯 윔S는 총 네 가지 모드로 사용할 수 있다. 각 모드는 1~4단계로 보조력 조절도 가능하다. 1단계가 걸음이 조금 가벼워지는 정도라면, 4단계는 앞에서 누군가 다리를 당기는 듯한 느낌이 들 정도로 보조력이 강하다. 평소 보행 능력에 문제가 없다면 4단계는 다소 과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등산모드의 경우 실제 오르막·내리막을 자동으로 인식해 상황에 맞게 보행을 보조했다. 계단이나 오르막길을 오를 땐 앞에서 다리를 당겨주고, 내려올 땐 다리를 잡아줘 무릎에 가해지는 충격을 덜 수 있었다. 이날 기자간담회가 열린 곳은 호텔 2층이었는데, 계단을 오르내리는 동안 확실히 보조받는다는 느낌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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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윔S’를 착용하고 계단을 오르는 모습 / 촬영 = 전종보 기자
앞선 모드들이 걸음을 가볍게 해주는 기능이었다면, 아쿠아모드는 반대로 걸음을 무겁게 만들었다. 4단계로 강도를 높였을 땐 모래주머니라도 찬 듯 발걸음이 무거워지기도 했다. 근력 운동을 원하는 사람들에게 추천한 이유를 단박에 이해했다.

제품 사용이 끝난 후에는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운동시간 ▲운동거리 ▲운동속도 ▲걸음 수 ▲소모 열량 ▲보폭 평균 등을 파악할 수 있다. 이를 기반으로 한 보행 점수 또한 확인 가능하다. 이날 기자는 총 23분 14초를 걸었고 85점을 받았다. 속도, 균형도에서 90점 이상의 높은 점수를 받았지만, 안정성에서 67점을 받았다. 자연스럽게 걸을 때 어떤 부분에 신경을 써야할지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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ㅁ보행을 끝낸 후 애플리케이션 내 운동 종료 버튼을 누르면 ▲운동시간 ▲운동거리 ▲운동속도 ▲걸음 수 ▲소모 열량 ▲보폭 평균 등과 이에 따른 보행 점수를 확인할 수 있다. / 사진 = 전종보 기자
위로보틱스 김지영 마케팅팀장은 “윔S는 보행을 보조하는 것을 넘어, 보행 분석까지 제공하는 헬스케어 기기”라며 “직접 사용해보면, 어떤 이들에게 필요할지 알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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