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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산 신약’으로 눈 돌리는 글로벌 제약사들… 왜?

정준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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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제약사들의 중국산 신약 후보물질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있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글로벌 제약사들 사이에서 중국 바이오 기업이 보유한 신약 후보물질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있다. 임상 초기 단계 파이프라인부터 적극적으로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하고 있으며, 특히 항체-약물접합체(ADC)와 같이 개발 난이도가 높은 바이오의약품에 많은 관심을 보이는 분위기다.

◇중국 신약, 가치 올라가… 초기 단계부터 관심
8일 한국바이오협회에 따르면, 최근 국제 학술지 '네이처'에는 지난해 중국과 글로벌 제약·바이오 기업 간 의약품 라이선스 거래 경향을 분석한 결과가 게재됐다.

지난해 주요 글로벌 제약사들은 혁신신약 파이프라인의 31%를 중국 기업과의 라이선스-인 계약을 통해 확보했다. 이는 중국 바이오 기업들이 글로벌 제약사들에게 매력적인 거래 대상으로 주목받고 있음을 의미한다. 지난해 중국 바이오 기업과의 총 거래 가치는 84억달러(한화 약 12조원)로, 이는 같은 해 중국 바이오 기업이 민간 시장에서 조달한 자금인 42억달러(한화 약 6조원)의 두 배에 해당한다.

그 중에서도 글로벌 제약사들은 중국 기업들의 초기 단계 후보물질에 관심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성사된 거래 48건 중 71%는 전임상·임상 1상 등 초기 단계 자산에 집중됐고, 이와 관련된 선급금은 약 65억달러(한화 약 9조5000억원)로 전체 선급금의 77%를 차지했다. 그동안 주요 거래 경향은 중후반 임상 단계 자산의 기술이전이었으나, 거래 경향이 확연히 달라진 모습이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변화에 대해, 중국산 후기 임상 시험 데이터를 기반으로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허가를 받는 것이 어렵기 때문이라는 의견도 제기된다. 초반 단계의 후보물질을 인수해 미국·유럽 등에서 후기 단계 임상 시험을 진행하고자 하는 의도가 반영됐다는 설명이다.
반면, 협회는 "초기 단계 거래의 증가는 서구 기업들 사이에서 중국 신약에 대한 신뢰가 커지고 있음을 의미한다"고 분석했다.


◇ADC·다중특이항체 등 바이오의약품 관심 증가… "거래 더 활발해질 것"
거래가 이뤄지는 약물의 모달리티(약물의 형태와 약효 전달 방식 등)도 바뀌고 있다. 지난해 거래 건수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것은 경구용 저분자 약물(48%)이었지만, 총 선급금의 29%만을 차지했다. 반면 ▲항체-약물접합체(ADC) ▲다중특이항체 ▲T세포 인게이저 등 바이오의약품은 건수 기준 44%, 선급금 기준 66%를 차지했다. 이는 글로벌 대형 제약사들의 복잡한 바이오의약품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중국 기업들의 개발 노력에도 불구하고, 세포·유전자 치료제의 거래는 이뤄지지 않았다. 이는 전 세계 의약품 시장 전반에서 세포·유전자 치료제의 상업적 생존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치료 질환 분야에서는 항암제(종양학)가 꾸준히 강세를 보였다. 항암제는 전체 거래 건수의 54%, 선급금의 63%를 차지하며 기존의 강세를 이어갔다. 면역학·염증성 질환이 건수의 25%와 선급금의 26%를 차지했고, 비만과 심장 대사성 질환이 각각 10%·8%를 차지하는 등 항암제 이외에 주목해 볼만한 질환 분야로 집계됐다.

한국바이오협회는 "서구 기업들은 점점 더 중국산 신약 자산에 투자하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며 "특허 절벽, 인플레이션 감축법, 메디케어 개혁 등에 따른 매출 하락에 대응하기 위해 파이프라인을 보충해야 하는 제약업계의 시급성을 감안할 때, 중국-서방 간 라이선스 계약의 추세는 계속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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