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장질환

위 마비로 하루에 30번 구토… ‘이 음식’만 소화한다는데, 무슨 사연?

임민영 기자 | 홍주영 인턴기자

[해외토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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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리아 신노트(27)는 원인 불명의 바이러스에 감염돼 위장마비로 과자와 멜론만 먹어왔다./사진=더 선
위 마비로 음식을 소화하지 못해 3년 동안 과자와 멜론만 먹어온 영국 20대 여성의 사연이 전해졌다.

지난 2일(현지시각) 더 선 등 외신에 따르면 탈리아 신노트(27)는 2018년부터 음식을 잘 먹지 못하고 소화하지 못했다. 의료진은 신노트에게 섭식장애가 의심된다고 했지만, 임상 심리학을 전공한 그는 의료진의 진단을 믿지 않았다. 신노트는 "섭식장애를 겪어본 적 있고, 섭식장애 환자들을 본 적이 있기 때문에 내 증상은 다른 게 원인이라는 걸 알았다"라고 말했다. 4년간 신노트는 스스로 증상을 관리하며 버텼지만, 2022년 원인불명의 바이러스에 감염되면서 그의 상태는 급속도로 악화했다. 당시 그는 음식을 먹을 때마다 극심한 통증에 시달렸다. 의료진은 신노트에게 '엘러스-단로스 증후군'과 위 마비가 발병했다고 진단했다. 엘러스-단로스 증후군은 콜라겐 유전자의 이상으로 관절이 과하게 꺾이거나 조직이 약해지는 질환을 말한다. 엘러스-단로스 증후군과 위 마비의 연관성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 없다. 신노트는 치료와 수술 계획을 세웠지만, 수술 전날 몸에 이상이 와 급히 병원으로 이송됐다. 병원에선 말초 삽입형 중심정맥관(말초에 있는 정맥을 통해 심장 근처까지 삽입되는 관)을 삽입해 약물을 투여하고 소장에 관을 이어 영양분을 보충했다. 의료진은 칼슘, 칼륨, 마그네슘, 인산염, 포도당을 공급하는 정맥 주사를 투여하기도 했다. 2주간 치료 끝에 신노트는 퇴원했지만 현재까지 튜브(콧줄)로 영양분을 공급받고 있다. 또, 여전히 소화를 잘 하지 못해 하루에 30번씩 토하기도 한다. 신노트가 걱정 없이 먹을 수 있는 음식은 리츠 크래커, 프링글스, 허니듀 멜론뿐이다. 신노트는 일주일에 평균 리츠 크래커 다섯 상자, 프링글스 5개, 멜론 5개를 먹는다고 밝혔다. 3년간 투병 중인 신노트는 현재도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는 “외출할 때 언제 식사할지 생각해야 하고 식사 후 몇 시간 동안은 화장실 근처에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신노트는 임상 심리학 박사 과정을 중단하고 미국에서 신경계 훈련을 통한 재활 치료를 받고 있다.

탈리아 신노트가 앓고 있는 위 마비는 말 그대로 위가 마비되어 음식물이 비정상으로 오랜 시간 동안 위에 남는 질환을 말한다. 주로 ▲오심 ▲구토 ▲빠른 포만감 ▲복부 팽만감 ▲복통 등을 호소한다. 증상이 심할수록 체중 감소도 심하다고 알려졌다. 절반 이상의 위 마비 환자에게서 우울증도 관찰되고 있는데, 이러한 정서 장애로 인해 위 마비가 더 악화될 수 있다.


위 마비의 원인은 다양하지만, 당뇨병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당뇨병으로 인한 고혈당이 위 신경을 손상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위 수술 도중, 위 신경이 잘려 나가 위 마비가 발생하는 경우도 있다. 이 외에도 소화 활동을 담당하는 미주 신경이 손상되거나, 카할 간질세포 소실될 때도 위 마비가 발생될 수 있다. 카할 간질세포는 음식물이 위장에 찼을 때 신경·반사적으로 운동해 소화를 돕는 세포다. 매우 드물지만 바이러스 위장염을 앓은 후 위 마비가 발생하는 사례도 보고된 바 있다. 1998년 대한소화기학회지에 실린 보고에 따르면 42세 여성은 3일 동안 발열, 오한 등을 겪다가 소화가 안 되고 오심, 구토 증세를 보이는 등 위 마비 증상을 겪었다. 각종 검사를 진행해도 정상이라는 결과가 나왔는데, 한 달 전 바이러스 감염으로 추정되는 급성 상기도염을 겪었다는 기록이 발견됐다. 이에 의료진은 바이러스 감염이 위 마비를 일으켰다고 추정했다.

위 마비는 약물과 수술로 치료가 가능하다. 약물요법은 약물을 투여해 위의 운동 능력을 높여 소화를 유도하는 방법이다. 주로 5HT4 작용제, 도파민 수용체 길항제 등 위장관 운동 촉진제를 활용한다. 다만, 위장관 운동 촉진제는 장기간 사용 시 부작용의 위험이 있어 5~7일 동안만 사용할 것을 권한다. 또 약물마다 부작용이 다르기 때문에 전문가와 충분한 상담이 필요하다. 약물의 효과가 크지 않으면 수술을 고려할 수 있다. 위 마비의 대표적인 수술법은 날문근 절개술이다. 날문은 위와 십이지장을 연결하는 근육조직을 의미하는데 날문근이 수축되고 움직이지 않으면 위 마비가 발생한다. 따라서 날문근을 자르면 소화 기관의 운동을 도울 수 있다.

위 마비는 주로 당뇨병에 의해 발생하기 때문에 평소 당 함량이 높은 음식을 섭취하지 않는 것이 좋다. 흰쌀밥, 떡, 빵, 케이크, 감자, 고구마, 옥수수 등 단순당이 많은 음식은 혈당을 높이므로 피한다. 또한, 규칙적인 운동을 통해 적정 체중을 유지하도록 한다. 식사를 조금씩 자주 해 위 부담을 줄이는 것도 위 마비 예방에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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