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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 사망자 13년 만에 최대 규모… “한번 시도한 사람, 끝까지 책임져야”

오상훈 기자

미국·대만 등은 1주일 안에 찾아가 설득… 방문 서비스 확대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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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마포대교에 설치된 생명의 전화./사진=뉴시스
자살 사망자 수가 13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팬데믹 이후 대형 사고가 반복되는데다가 경제적 침체가 장기화됐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전문가들은 “자살 고위험군을 치료 기관과 연계하는 시스템이 변하지 않는다면 자살 사망자 수는 계속해서 늘어날 것”이라 경고한다.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자살 사망자 수는 1만4439명으로 잠정 집계됐다. 2011년 이후 13년 만에 가장 큰 규모다. 하루 40명가량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셈. 경희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백종우 교수는 “잠정 수치이기 때문에 정확한 원인은 알 수 없지만 코로나 팬데믹의 후유증과 고 이선균 배우의 죽음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자살 사망을 예방하려면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하다. 대다수가 자살 시도자인 자살 고위험군은 상태가 심각할수록 절망에 빠져 도움을 요청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정부 기관이 이들을 직접 발굴하고 상담을 통해 치료 기관과 연계할 수 있어야 이상적인 자살 예방 체계라 평가 받는다.

정부는 자살예방법에 따라 5년마다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특히 각 지자체에 자살예방센터를 설립하는 등 고위험군 사례 관리에 힘쓰고 있다. 이러한 노력 덕에 자살 고위험군 상담 건수는 급증했다. 실제 국민의힘 최보윤 의원실이 보건복지부로부터 받은 ‘자살예방센터 운영 현황 자료’ 분석 결과, 지난 2023년 자살 고위험군 상담 건수는 56만4202건을 기록했다. 지난 2019년 28만3396건에서 2배가량 증가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살 사망자 수가 증가하는 이유는 자살 고위험군의 치료 사례가 증가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의 진단이다. 실제로 앞선 최보윤 의원실의 자료에 따르면 같은 기간, 자살 고위험군이 치료기관에 연계된 건수는 5462건에서 3307건으로 오히려 39.5% 감소했다.

백종우 교수는 “자살예방법 개정안 통과로 자살예방센터는 자살 시도자의 명단을 알 수 있게 됐다”며 “그럼에도 인력 기준은 변한 게 없어 문자로만 사례 관리 서비스 동의 여부를 묻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미국, 캐나다, 대만 등에서 고위험군이 자살을 시도하면 1주일 내에 관련 인력이 집으로 찾아가 설득하는 과정을 거친 것과는 딴 판이다.

백종우 교수는 “전화나 문자로 묻는 것과 실제로 방문해 얼굴을 보고 묻는 건 큰 차이가 있다”라며 “자살예방센터의 인력을 늘릴 수 없다면 NGO 등 시민단체에 예산을 지원해 방문 서비스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09 또는 자살예방SNS상담 '마들랜'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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