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건강

귀에서 ‘이런 귀지’ 나오면 건강 이상 신호

신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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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김민선
귀지를 그저 귀를 가렵게 하고 보기 흉한 이물질로 여기고, 파서 버리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귀지는 외이도를 보호하는 중요한 기능을 하며, 귀 건강을 알려주는 신호가 될 수도 있다.

지난 18일 영국 매체 더선에 따르면, 영국 청력 관리 센터(The Hearing Care Partnership)의 청력학자 아시쉬 샤는 "귀지의 색이나 질감, 냄새 등으로 자신의 건강 상태를 유추해 볼 수 있다"며 "귀지는 귀 깊숙한 곳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잘 보여주기 때문에 주의해서 보는 게 좋다"고 말했다.

◇냄새나고 녹색·하얀색 진물 나면 감염 의심
일반적인 귀지는 노란색 혹은 연한 갈색이다. 짙은 갈색일수록 오랫동안 귀 안에 쌓여 있었고, 단단한 상태일 가능성이 크다. 아시쉬는 "감염·염증, 좁거나 손상된 외이도, 이어폰·귀마개 장기간 사용 등으로 귀지가 쌓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귀지가 많이 쌓이면 청력 손실, 귀가 아프거나 막힌 느낌, 귀에서 울리거나 윙윙거리는 소리(이명), 현기증 등이 나타날 수 있다. 이때는 손가락이나 면봉으로 제거하기보다는, 이비인후과에서 안전하게 제거하는 게 좋다.

귀지 상태는 귀 건강을 알려주는 신호가 되기도 한다. 붉은색을 띠는 귀지는 귀 내부에 출혈이 발생했음을 나타낸다. 대부분 면봉 사용으로 인해 손상됐을 가능성이 크다. 피나 고름 등이 섞인 빨간 귀지가 나온다면 외이도염·중이염이 있을 수 있어 병원에서 검사를 받는 게 좋다.


귀지에서 강한 냄새가 난다거나 녹색 혹은 하얀색의 진물이 분비된다면, 곰팡이나 세균 감염의 징후일 수 있다. 아시쉬는 "항상 그런 것은 아니지만, 이땐 통증·현기증·균형 부족·울리는 소리·막힌 느낌 등의 증상이 함께 올 수 있다"며 "감염이 의심된다면 병원에 방문해보는 게 좋다"고 말했다. 오염된 이물질이나 세균, 곰팡이 등이 귀 안으로 들어가거나 상처로 침투하면 염증이 생긴다. 특히 물놀이 후 귀 안이 습해지면 외이도염이 생기기 좋은 환경이 되므로 주의해야 한다.

건조하거나 벗겨지는 귀지는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 노화에 따라 땀샘이 건조해지기 때문에 나이가 많은 사람들은 더 건조한 귀지가 나오는 경우가 흔하다. 다만, 아시쉬는 "가려움증, 염증, 통증 또는 청력상실과 함께 건조하거나 벗겨지는 귀지가 나오면 습진이나 귀 감염 등을 의미할 수 있으므로 진찰 받고 치료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귀지, 억지로 파지 말아야
사실 주기적으로 귀지를 제거할 필요는 없다. 귀지는 몸이 만드는 정상적인 물질이며, 귀를 보호하는 중요한 기능을 한다. 산성 성분의 귀지는 세균과 바이러스 침입을 막고 귀 보습을 도우며, 외이도와 붙어있는 뼈‧연골을 보호하는 역할도 한다. 또한 귀 안에 쌓인 귀지는 음식을 씹을 때 턱이 움직이는 등의 과정을 통해 자연스럽게 떨어져 나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오히려 귀지를 많이 팔수록 귀지샘이 자극돼 귀지 분비가 늘어날 수 있으며, 보습력이 떨어지면서 전보다 더 가려워질 수 있다. 귀를 파는 행위가 귀에 상처와 염증을 유발할 가능성도 크다. 특히 목욕 후에 귀지를 파면 찰과상이나 세균 감염, 외이도염 위험을 높인다.

드물게 귀지가 귓구멍을 막았거나 체질상 귀지가 많이 생겨 불편하다면 병원을 방문해 안전하게 귀지를 제거하는 게 좋다. 미국 이비인후과학회 역시 소리가 잘 안 들리거나 귓속이 꽉 찬 느낌이 들 때와 귓구멍이 아프거나 피가 흘러나올 때는 반드시 병원을 찾으라고 권고했다. 귀가 가려워서 참기 힘들다면 귀 바깥쪽을 어루만져 털어주거나, 깨끗한 면봉을 이용해 겉으로 나온 귀지만 살짝 제거하는 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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