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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질 떨어뜨리는 ‘화농성 한선염’, 생물학적 제제가 치료 열쇠 될까? [이게뭐약]

정준엽 기자

[이게뭐약] 화농성 한선염 생물학적 제제 세쿠키누맙①

종기 형태로 피부에 염증이 생기는 것은 흔한 일이지만, 엉덩이나 겨드랑이 등에 반복적으로 생긴다면 ‘화농성 한선염’을 의심해 볼 수 있다. 화농성 한선염은 염증의 크기가 크고, 치료해도 정상으로 돌아오기 쉽지 않은 질환이다. 환자들의 삶의 질을 크게 떨어뜨리므로 조기에 진단·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 최근에는 치료 효과가 비교적 높은 생물학적 제제가 등장해 중증 환자들의 선택지로 고려되고 있다. 화농성 한선염의 진단·치료법과 치료제에 대해 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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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덩이·겨드랑이·사타구니 등 부위에 종기 형태의 염증이 반복적으로 생긴다면 화농성 한선염을 의심해볼 수 있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검사법·데이터 부족… 진단·원인 특정 어려워
화농성 한선염은 엉덩이, 사타구니, 겨드랑이처럼 피부가 접히고 마찰이 생기는 부위에 반복적으로 고름을 동반한 염증이 생기는 질환이다. 유독 진단·치료가 어려운 난치성 질환으로 꼽힌다.

화농성 한선염의 진단‧치료를 어렵게 하는 요인으로는 ▲질환의 낮은 인지도 ▲환자 데이터‧검사법 부족 ▲치료 옵션 부족 등이 지목된다. 실제 화농성 한선염은 증상이 발생했음에도 질환에 대해 알지 못해 의사를 찾지 않는 경우가 많다. 질환 특성상 증상 발생 위치가 대체로 노출하기 어려운 부위라는 점에서 병원 방문을 주저하는 환자도 적지 않다. 경북대병원 피부과 이원주 교수는 "현재는 그래도 환자들 사이에서 질환에 대한 인식이 높아져서 병원 방문의 기회가 많아지고 있지만, 여전히 대부분 간단한 뾰루지나 여드름 정도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며 "특히 겨드랑이, 사타구니, 엉덩이, 밑가슴 등에 생기다 보니 질환이 있다는 사실을 드러내기 어려워 병원 방문을 꺼릴 수 있다 "고 말했다.

의료계는 아직 정립된 검사법과 환자 데이터가 부족해 진단이 쉽지 않다고도 지적한다. 현재 화농성 한선염의 경우 당뇨병이나 고혈압처럼 수치를 활용하는 등의 정해진 검사법이 없다. 임상에서는 환자의 진술과 신체 증상만을 비교·참고해 진단하고 있다. 순천향대서울병원 피부과 최유성 교수는 "특이한 검사가 있는 게 아니라, 보통 ▲염증이 특정한 부위에 침범하는지 ▲염증성 질환의 형태를 보이고 있는지 ▲재발 등 임상 경과 등 3가지로 진단이 이뤄진다"며 "대체로 나와 있는 자료들은 화농성 한선염에 대해 '발생 빈도가 낮다'고 설명하는 경우가 많아 질환 자체가 관심의 대상이 되지 못하고, 어떻게 치료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지에 대한 근거도 아직 부족하다"고 했다.

의약품 선택지가 다른 질환 대비 부족한 점도 문제다. 현재 항생제 대비 치료 효과가 비슷하거나 높다고 입증된 두 가지 생물학적 제제(주사제)가 약 70%의 치료 성공률을 보이고 있지만, 이마저도 듣지 않는 환자 사례가 아직 있어 더 많은 선택지가 필요하다는 시선이 있다. 또한 급여가 적용되지 않아 쉽게 사용하지 못하고, 급여가 적용되더라도 국내 의료 지침상 항생제를 1차 치료로 먼저 써야 한다.

◇항생제 다음 선택지, 생물학적 제제 '휴미라'·'코센틱스'
화농성 한선염 환자에게 항생제가 듣지 않는 경우 생물학적 제제를 다음 치료로 고려한다. 기존에는 질환의 원인을 주로 세균·생활 습관에서만 찾았지만, 의학 연구 과정에서 면역세포에서 발생하는 '염증 매개 물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다. 특히 화농성 한선염의 주요 원인으로 꼽히는 ▲유전적 이상 ▲환경적 이상 ▲세균 감염 ▲면역학적 이상 중 면역학적 이상이 가장 크게 작용하는 환자일 경우, 생물학적 제제의 효과가 클 것이라는 게 의료진의 설명이다.


국내에서 사용할 수 있는 생물학적 제제는 '휴미라(성분명 아달리무맙)'와 '코센틱스(성분명 세쿠키누맙)'다. 이 외에도 다른 약제들이 화농성 한선염으로 연구·개발되고 있지만, 아직 임상시험 단계에서 일정한 효능을 입증하지 못했다.

휴미라와 코센틱스 모두 만성 염증에 사용할 수 있는 약제로, 휴미라는 TNF-α(종양괴사인자-알파) 억제제, 코센틱스는 IL-17A(인터루킨-17A) 억제제다. TNF-α와 IL-17A는 면역세포에서 생성하는 염증 매개 물질로, 순차적으로 작용해 더 심한 염증을 불러일으킨다.

TNF-α는 주로 감염 초기 단계인 선천 면역반응에 관여하며, IL-17A는 이후 단계인 적응(후천) 면역반응에 관여해 증폭 작용에 기여한다. 휴미라와 코센틱스 모두 염증 매개 물질을 차단해 면역반응을 억제함으로써 중증 화농성 한선염에서 치료 효과를 보인다.

이원주 교수는 "중증으로 진행된 환자는 3개월간 항생제를 먼저 써보고, 듣지 않으면 휴미라나 코센틱스 같은 생물학적 제제를 쓸 수 있다"며 "훨씬 안 좋은 상태에서 씀에도 불구하고 70~80%의 치료 성공률을 보여주고 있어 환자들에게 좋은 소식"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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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증 화농성 한선염 치료에 사용되는 생물학적 제제 '코센틱스'/사진=한국노바티스 제공
◇코센틱스, '동등성' 근거로 1차 치료 권고… 국내 적용은 아직
특히 최근에는 생물학적 제제를 좀 더 적극적으로 고려할 수 있는 소식도 있었다. IL-17 억제제 코센틱스가 유럽 화농성 한선염 치료 지침에서 1차 치료 선택지로 추가된 것. 이 같은 소식은 작년 9월 열린 2024 유럽피부과학회(EADV) 연례학술대회 발표를 시작으로 같은 해 12월 학회지에도 정식 게재됐다.

물론 이번 코센틱스의 유럽 내 1차 치료 권고가 국내 치료 환경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지는 아직 알기 어렵다. 우리나라에서도 코센틱스 등 생물학적 제제를 1차 치료로 사용하려면 국내에서 효능을 다시 검증하고 약가 등 조건을 따지는 기간이 오래 소요돼서다. 최유성 교수는 "유럽에서 권고했다고 해서 국내에서도 바로 적용하지는 않고, 일정 기간 이를 검증하고 여러 조건을 따지는 기간이 있다" 고 말했다.


다만 국내에서 생물학적 제제의 1차 치료 적용 여부를 결정함에 있어 유럽의 허가 권고를 참고할 수는 있다. 이원주 교수는 "유럽은 치료제 개발에서 많이 앞서고 있고, 치료 가이드라인도 잘 만들어지고 있는 편"이라며 "유럽에서 코센틱스가 1차 치료제로 권고됨으로써 우리나라에서도 충분히 1차 치료로 쓸 수 있는 하나의 근거를 제공한다고 볼 수 있다"고 했다.

코센틱스가 유럽에서 1차 치료로 권고됐다는 것은 기존에 1차 치료로 활용된 다른 약제와의 동등성을 입증한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이는 항생제와 마찬가지로 처음부터 치료에 고려할 수 있는 약제임을 의미한다. 최유성 교수는 "약물마다 적절한 환자가 서로 다르기 때문에, 우열보다는 동등성을 입증한 정도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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