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질환
뇌에도 쌓이는 미세플라스틱… ‘이 병’ 있는 환자는 7배 더 많아
김서희 기자
입력 2025/02/06 07:00
미세플라스틱은 크기가 1㎚(나노미터, 10억분의 1m)에서 500㎛(마이크로미터, 100만분의 1m)에 이르는 초미세플라스틱 입자를 말한다. 비닐봉지, 물병처럼 일상에서 흔히 소비하는 플라스틱 도구에서 떨어져나온 작은 입자로 음식, 물, 호흡을 통해 인체에 들어간다.
미국 뉴멕시코대 약학대 매튜 캠펜 교수팀은 2016년과 2024년 부검을 통해 얻은 인간의 뇌(전두엽), 간, 신장 조직에서 미세플라스틱을 분석했다.
검출된 주요 미세플라스틱 성분은 폴리에틸렌, 폴리프로필렌, 폴리염화비닐, 스타이렌-부타디엔 고무였다. 특히 뇌 조직에서는 폴리에틸렌의 비율이 75% 이상으로 가장 높았다. 2016년 간과 신장에서 발견된 미세플라스틱 농도는 서로 비슷했지만, 뇌 조직에서는 훨씬 높은 농도로 축적됐다. 2024년에도 간과 신장보다 뇌에서 미세플라스틱 농도가 크게 높았다. 미세플라스틱 농도 자체도 2016년 샘플보다 2024년 샘플이 훨씬 높았으며, 뇌의 미세플라스틱 농도는 2016년 샘플 대비 50% 증가했다. 환경 내 미세플라스틱 농도가 증가하면서 체내 축적량도 늘어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연구팀은 치매를 진단받은 환자 12명의 뇌에서도 미세플라스틱의 분포를 조사했다. 그 결과 치매 환자의 뇌에서 미세플라스틱 농도가 일곱 배 이상 높게 나타났다. 미세플라스틱은 주로 뇌혈관 벽과 면역세포에 집중적으로 축적됐으며 신경 염증이나 혈액-뇌 장벽 손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는 미세플라스틱이 치매나 기타 신경질환을 유발하는지에 대한 직접적인 인과관계를 증명한 것은 아니다”며 “미세플라스틱의 체내 유입 경로와 뇌 내 축적 메커니즘, 제거와 배출 과정 등에 대한 연구가 추가로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미세플라스틱이 인체에 미치는 유해성은 아직 불분명하다. 뇌로 들어간 미세플라스틱이 혈액의 흐름을 방해하고 운동 및 인지 능력을 저하시킨다는 중국 동물 실험 연구 결과도 있다.
이 연구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메디슨(Nature Medicine)’에 최근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