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질환
“트라우마, 일상의 한 부분… 인정하고 다독이는 게 회복의 첫걸음”
신소영 기자
입력 2025/02/03 08:30
‘헬스조선 명의 톡톡’ 명의 인터뷰
‘트라우마 치료 명의’ 강남세브란스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석정호 교수
큰 소리만 들어도 심장이 벌렁거리거나, 사고 뉴스만 봐도 눈물이 나올 때가 있다. 각자 가지고 있는 트라우마 때문이다. 트라우마는 나도 모르게 일상을 삼키고 있다 갑자기 발현되기도 한다. 심각하면 우울증, 충동적 행동 등으로 이어질 수 있어 일상생활에 지장 받고 있다면 치료가 필요하다. 트라우마 치료는 단순한 치유가 아니라, 신체와 마음을 다시 안전하게 만드는 과정이다. 트라우마에서 벗어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트라우마 치료 명의, 강남세브란스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석정호 교수에게 물었다.
-트라우마를 겪는 사람들이 실제로 흔한가?
“트라우마는 대부분의 사람이 경험할 수 있다. 작은 트라우마로는 친구나 가까운 사람들로부터 언어적 비난이나 충격적인 말을 듣는 상황이 될 수 있고, 교통사고나 가정 폭력으로 인한 트라우마도 흔하다. 현대 사회에서는 자연 재난 외에도 고층 건물이나 다리, 교통수단을 이용하는 일상에서도 인적 재난(사회 재난)이 발생할 수 있는데, 이로 인해 트라우마를 호소하는 경우도 많다.”
-직접 겪지 않아도 심한 트라우마를 겪을 수 있나?
“그렇다. 본인이 직접 겪지 않아도 ’간접 트라우마‘로 남는 경우다. 가령 옆에 있는 사람이 큰 교통사고를 당할 때 혹은 가정폭력을 보고 있는 자녀나, 사고를 수습하는 구조대·경찰, 사건을 취재하는 기자들도 간접 피해 트라우마를 겪을 수 있다. 사회에서 큰 사건·사고가 일어났을 땐 언론 미디어를 통한 국민까지도 트라우마가 생길 수 있다.”
-어떤 사건일수록 트라우마로 남을 위험이 큰가?
“많은 사망자가 발생한 큰 사고나 재난이 트라우마 반응을 크게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 또 직접적으로 경험한 경우, 다른 사람이 당한 걸 간접적으로 보는 경우는 본인과 직접 연관성이 높을수록 트라우마의 충격이 크다. 최근 제주 항공 여객기 참사의 경우도 우리나라에서 일어난 사고이므로, 우리나라 국민과 지역 주민, 희생자들과 가까운 사람일수록 트라우마는 더 커진다고 볼 수 있다. 또한, 트라우마를 경험한 사람 중 약 7~8%는 PTSD(외상후스트레스장애) 증상을 겪는다고 보고된 바 있다.”
-트라우마의 발생 기전은 어떻게 되나?
“트라우마는 충격적인 사건을 경험하면서 그와 관련된 당시의 모든 기억이 뇌에 남는 현상이다. 우선 뇌의 해마에 기억이 남고, 공포 반응을 담당하는 편도체가 활성화되면서 불안 반응이 나타난다. 사건을 경험할 당시 불안하고 무서운 감정은 신체적인 반응으로 이어진다. 전체적으로 교감 신경계가 항진돼 ▲심장이 빨리 뛰고 ▲숨쉬기 곤란해지고 ▲장운동이 떨어지고 ▲팔다리에 힘이 빠지고 ▲눈동자가 커지고 ▲혈압이 올라가는 등이다. 아주 심하면 의식을 잃고 쓰러지는 상태까지 갈 수 있다. 트라우마는 이 반응들조차도 몸에 기억돼 현재에도 신체적으로 재현될 수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교통사고를 겪은 후 뉴스에서 사고 보도를 보게 되면, 몸이 그때의 상태로 돌아가 같은 트라우마 반응이 일어나는 거다. 때로는 자다가 꿈에 나오기도하고, 유사한 장소에 갈 때도 반응이 나타난다.”
-트라우마에 유독 취약한 사람도 있나?
“트라우마를 겪으면 누구나 크고 다양한 트라우마 반응이 나타나는데, 그 회복 속도에 있어서 개인 차이가 있다. 어떤 사람은 하루 만에 훌훌 털어버리는 반면, 어떤 사람은 1년이 지나도 회복되지 않을 수 있는 것. 타고나기를 정서적 감수성이 높은 사람은 트라우마 반응이 오래 지속되는 경향이 있으며, 자신과의 연관성이 클수록 회복이 더디다. 특히 만 18세 이전 어린 시절에 경험한 트라우마는 뇌에 더 오랜 영향을 미쳐 회복에 더 많은 시간과 집중적인 치료가 필요하다고 알려졌다.“
-트라우마, 꼭 치료가 필요한가?
“자연스럽게 회복하는 경우도 많다. 특히 재난 상황에서 경험한 트라우마도 3분의 2에서 4분의 3 정도는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회복된다. 그 속도는 개인마다 다르지만, 충분한 안정을 취하고 회복을 위한 노력을 기울이면 트라우마 반응은 자연스럽게 가라앉는다. 예를 들어 가족과 사별했을 때의 애도 과정도 시간이 지나면 회복되듯이, 일반적으로 2개월 정도가 지나면 감정이 안정된다. 그러나 트라우마 반응이 1~2개월이 지나도 계속해서 고통스럽고 일상생활에 지장을 주는 경우엔 PTSD가 발생했을 가능성이 있어 치료가 필요하다.”
-치료하지 않으면 다른 문제가 생길 수도 있나?
“트라우마를 경험하고 나서 한 달 안에 생기는 다양한 정신 건강 문제들을 '급성 스트레스 장애'라고 한다. 빠르게 해소되면 괜찮지만 한 달이 지나도 심한 불안, 불면증, 집중력 저하, 신체적인 통증 등이 계속되면 ‘PTSD(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로 본다, 초기에는 심리적인 고통이 크고 이후 분노 폭발이나 우울증, 자살 충동과 같은 심각한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따라서 문제가 될 때는 가능한 한 빨리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초기에 치료받는 게 중요하다.“
-트라우마를 겪는 사람들이 실제로 흔한가?
“트라우마는 대부분의 사람이 경험할 수 있다. 작은 트라우마로는 친구나 가까운 사람들로부터 언어적 비난이나 충격적인 말을 듣는 상황이 될 수 있고, 교통사고나 가정 폭력으로 인한 트라우마도 흔하다. 현대 사회에서는 자연 재난 외에도 고층 건물이나 다리, 교통수단을 이용하는 일상에서도 인적 재난(사회 재난)이 발생할 수 있는데, 이로 인해 트라우마를 호소하는 경우도 많다.”
-직접 겪지 않아도 심한 트라우마를 겪을 수 있나?
“그렇다. 본인이 직접 겪지 않아도 ’간접 트라우마‘로 남는 경우다. 가령 옆에 있는 사람이 큰 교통사고를 당할 때 혹은 가정폭력을 보고 있는 자녀나, 사고를 수습하는 구조대·경찰, 사건을 취재하는 기자들도 간접 피해 트라우마를 겪을 수 있다. 사회에서 큰 사건·사고가 일어났을 땐 언론 미디어를 통한 국민까지도 트라우마가 생길 수 있다.”
-어떤 사건일수록 트라우마로 남을 위험이 큰가?
“많은 사망자가 발생한 큰 사고나 재난이 트라우마 반응을 크게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 또 직접적으로 경험한 경우, 다른 사람이 당한 걸 간접적으로 보는 경우는 본인과 직접 연관성이 높을수록 트라우마의 충격이 크다. 최근 제주 항공 여객기 참사의 경우도 우리나라에서 일어난 사고이므로, 우리나라 국민과 지역 주민, 희생자들과 가까운 사람일수록 트라우마는 더 커진다고 볼 수 있다. 또한, 트라우마를 경험한 사람 중 약 7~8%는 PTSD(외상후스트레스장애) 증상을 겪는다고 보고된 바 있다.”
-트라우마의 발생 기전은 어떻게 되나?
“트라우마는 충격적인 사건을 경험하면서 그와 관련된 당시의 모든 기억이 뇌에 남는 현상이다. 우선 뇌의 해마에 기억이 남고, 공포 반응을 담당하는 편도체가 활성화되면서 불안 반응이 나타난다. 사건을 경험할 당시 불안하고 무서운 감정은 신체적인 반응으로 이어진다. 전체적으로 교감 신경계가 항진돼 ▲심장이 빨리 뛰고 ▲숨쉬기 곤란해지고 ▲장운동이 떨어지고 ▲팔다리에 힘이 빠지고 ▲눈동자가 커지고 ▲혈압이 올라가는 등이다. 아주 심하면 의식을 잃고 쓰러지는 상태까지 갈 수 있다. 트라우마는 이 반응들조차도 몸에 기억돼 현재에도 신체적으로 재현될 수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교통사고를 겪은 후 뉴스에서 사고 보도를 보게 되면, 몸이 그때의 상태로 돌아가 같은 트라우마 반응이 일어나는 거다. 때로는 자다가 꿈에 나오기도하고, 유사한 장소에 갈 때도 반응이 나타난다.”
-트라우마에 유독 취약한 사람도 있나?
“트라우마를 겪으면 누구나 크고 다양한 트라우마 반응이 나타나는데, 그 회복 속도에 있어서 개인 차이가 있다. 어떤 사람은 하루 만에 훌훌 털어버리는 반면, 어떤 사람은 1년이 지나도 회복되지 않을 수 있는 것. 타고나기를 정서적 감수성이 높은 사람은 트라우마 반응이 오래 지속되는 경향이 있으며, 자신과의 연관성이 클수록 회복이 더디다. 특히 만 18세 이전 어린 시절에 경험한 트라우마는 뇌에 더 오랜 영향을 미쳐 회복에 더 많은 시간과 집중적인 치료가 필요하다고 알려졌다.“
-트라우마, 꼭 치료가 필요한가?
“자연스럽게 회복하는 경우도 많다. 특히 재난 상황에서 경험한 트라우마도 3분의 2에서 4분의 3 정도는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회복된다. 그 속도는 개인마다 다르지만, 충분한 안정을 취하고 회복을 위한 노력을 기울이면 트라우마 반응은 자연스럽게 가라앉는다. 예를 들어 가족과 사별했을 때의 애도 과정도 시간이 지나면 회복되듯이, 일반적으로 2개월 정도가 지나면 감정이 안정된다. 그러나 트라우마 반응이 1~2개월이 지나도 계속해서 고통스럽고 일상생활에 지장을 주는 경우엔 PTSD가 발생했을 가능성이 있어 치료가 필요하다.”
-치료하지 않으면 다른 문제가 생길 수도 있나?
“트라우마를 경험하고 나서 한 달 안에 생기는 다양한 정신 건강 문제들을 '급성 스트레스 장애'라고 한다. 빠르게 해소되면 괜찮지만 한 달이 지나도 심한 불안, 불면증, 집중력 저하, 신체적인 통증 등이 계속되면 ‘PTSD(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로 본다, 초기에는 심리적인 고통이 크고 이후 분노 폭발이나 우울증, 자살 충동과 같은 심각한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따라서 문제가 될 때는 가능한 한 빨리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초기에 치료받는 게 중요하다.“
-트라우마 치료를 위해 스스로 할 수 있는 ‘자기 안정화 기법’이 있다던데.
“안정화 기법은 트라우마 사건을 경험한 후 발생한 불편감을 줄이고, 자신을 조절하는 방법이다. 가장 일반적인 건 호흡 이완법과 근육 이완법이다. 호흡 이완법은 코로 숨을 들이마시고 입으로 천천히 내쉬며 긴장을 풀어주는 것이다. 긴장을 많이 한 사람은 호흡이 끊어지기 쉽다. 특히 내쉬는 숨에 집중해 가능한 한 숨이 끊기지 않게 쭉 내쉬면서 신체를 이완시키는 게 중요하다. 근육 이완법은 몸의 각 부위를 쫙 움츠려 근육을 차례로 긴장시켰다가 이완시키는 방식으로, 신체적 긴장을 풀어준다.
‘착지법’도 많이 쓰이는 방법이다. 트라우마 경험으로 인해 뇌의 일부 영역이 제대로 기능하지 않거나, 현실과 비현실이 혼동되는 상태가 될 수 있다. 이때 착지법은 오감을 활용해 자신이 현재 현실에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도록 돕는다. 예를 들어 몸의 촉감을 느끼거나, 주변의 색깔이나 물체 등 시각적 요소들을 인식하며, 소리나 냄새를 통해 현실감을 되찾을 수 있다. 이때 본인이 좋아하는 냄새를 맡거나 좋아하는 사람의 사진을 보는 것도 좋다.
‘나비 포옹법’도 자기 자신을 안정시키는 데 효과적이다. 나비 모양으로 자기가 자신을 안고, 양쪽으로 가볍게 두드려주면 된다. 한쪽씩 번갈아가면서 두드리는 게 양쪽 몸의 자극을 통해 심리적 안정감을 준다.
‘부(VOO) 호흡법’도 교감신경을 진정시키는 데 효과적이다. 코로 숨을 들이마시고 내쉴 때 ‘부’ 소리가 끊기지 않고 최대한 일정하게 호흡을 지속하는 것이다. ‘부’ 소리를 낼 때 부교감 신경이 많이 분포해있는 구강 점막에 자극이 일어나는데, 이를 통해 부교감 신경이 활성화돼 안정을 찾을 수 있다. 실제로 범죄 피해자들에게 심리치료사들이 가장 많이 알려주는 방법이기도 하다. 이러한 안정화 기법들은 국가트라우마센터의 ‘마음프로그램’이라는 무료 앱을 통해 쉽게 배울 수 있다.”
-병원에서 트라우마 치료 진행 과정은 어떻게 되나?
“개인의 상황에 따라 치료와 기간에 차이가 있다. 1차적으로 외상 사건을 경험한 사람은 보통 3~6개월 정도의 치료로 회복될 수 있는데, 트라우마 과거력이 있거나 어린 시절에 자주 트라우마를 경험한 사람은 1년 이상 강도 높은 심리 치료와 약물치료를 병행하는 게 좋다. 한편에선 정신과 약물을 한 번 먹기 시작하면 못 끊는다는 편견이 있는데, 비습관성 약물은 금단 증상 없이 끊을 수 있다. 중요한 건 증상이 좋아졌다고 임의로 약물을 중단하면 재발할 가능성이 높다. 반드시 전문가와 상의하며 약물을 줄여가야 한다.”
-같은 트라우마 경험을 한 사람들과 대화하는 게 정말 도움이 되나?
“실제로 ‘운디드 힐러(wounded healer)’라고 상처를 받은 사람들이 서로 돕는 과정들을 밟기도 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 다만, 이는 반드시 상처받은 이들을 어떻게 도와야 하는지 심리적 지원에 대한 기본적인 교육 과정을 마치고 하는 게 좋다. 무조건 자기 경험대로 상대방을 돕겠다고 나서면 오히려 상처를 줄 수 있어서다. 세월호 참사 당시 심리 지원 교육을 받지 않은 전문가들이 유가족들에게 잘못된 위로의 말을 해 더 큰 트라우마를 유발한 사례가 있다. 국가트라우마센터나 관련 기관에서는 이러한 교육 과정이 제공되고 있으니, 이를 배워야 제대로 된 도움을 줄 수 있다.”
-트라우마를 겪고 있는 사람에게 어떻게 대하는 게 좋은가?
“가장 중요한 건 그들의 안전을 확보하고 추가적인 트라우마를 입지 않도록 보호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지진 트라우마를 경험한 사람들은 계속 불안에 떨 수 있으므로, 그들을 안전한 장소로 이동시켜 생명의 위협을 받지 않도록 해줘야 한다. 그다음에는 그들의 감정을 최대한 이해하고 수용해 주는 과정이 필요하다. 울거나 불안해할 땐 곁에서 지켜봐 주고, 진정될 때쯤 ‘지금 많이 힘드신가보다’ 공감해준 다음 심신의 안정을 돕는 개입을 해볼 수 있다. 처음에는 피해의식과 경계심으로 접근을 거부할 수도 있다. 이땐 필요할 때 다시 찾아갈 수 있도록 연락처를 남기고 빠져서 관찰하면서 속도를 맞추면 된다. 특히 트라우마를 너무 심하게 입어 자신을 보호할 능력까지 상실한 경우도 있다. 이땐 적극적으로 안정화시키거나, 병원이나 전문가에게 인계하는 방법도 고려해야 한다.”
-트라우마의 장면이나 사고 영상이 계속 떠오를 땐 어떻게 해야 하나?
“충격적인 장면의 노출을 절대적으로 줄여야 한다. 미디어에서 재난의 장면을 반복적으로 보여주는 건 트라우마를 악화시킬 수 있으며, 이는 마치 자살 시도 장면을 반복적으로 보여주는 것과 같다. 개인적으로도 SNS나 방송에서 자극적인 장면을 보는 걸 자제하고, 정해진 시간에만 필요한 정보를 얻는 게 좋다. 또한, 트라우마를 겪은 사람은 재회상하는 플래시백 현상을 겪을 수 있는데, 이럴 때 긍정적인 자극을 많이 주는 것이 회복에 도움이 된다. 자연 속에서 산책하거나, 좋은 냄새와 이미지, 촉각적 자극 등을 통해 마음을 안정시키는 게 효과적이다. 친구와의 대화나, 마음을 진정시키는 음악 등을 활용하며, 자극을 적극적으로 차단하고 자신을 안정시키기 위한 노력이 중요하다.”
-트라우마를 겪고 있지만, 막막할 때 어디에 도움을 요청해야 하나?
“1차적으로 국가트라우마센터에서 운영하는 재난 통합 심리지원단을 통해 정보를 얻고 도움을 받을 수 있다. 국가 지원으로 비대면 상담도 할 수 있으므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은 적극 활용하는 것을 권한다. 그럼에도 회복이 어렵다면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를 직접 찾아 약물과 심리 치료 등을 병행하면 좋다.”
-마지막으로, 트라우마를 겪는 이들에게 조언 한 말씀.
“우리가 사는 세상에는 트라우마를 안 겪고 살 순 없다. 스트레스와 마찬가지로 일상의 한 부분이므로, ‘내가 지금 트라우마를 입었구나’하며 인정하고 수용하는 게 회복의 첫걸음이다. 거부하면 오히려 더 오래 머물 수 있다. 자신이 안정되도록 스스로 돌보는 것도 중요하다. 충분히 자고, 적당한 영양을 섭취하면서 마음의 안정을 돕는 활동을 하고, 학업이나 출근 등 기존의 일상생활 루틴을 지키는 게 좋다. 만약 일상 유지가 힘들다면 잠시 쉬는 것도 도움이 된다.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도 방법이다. 이는 결코 마음이 약하거나 의지가 부족해서가 아니라, 누구나 그런 상황에서 어려움을 겪을 수 있어서다. 우리 사회는 종종 힘든 상황을 감추거나 빨리 극복할 것을 요구하는 문화가 있지만, 트라우마를 겪은 사람은 개개인의 회복 속도를 그대로 존중받아야 하며, 응원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안정화 기법은 트라우마 사건을 경험한 후 발생한 불편감을 줄이고, 자신을 조절하는 방법이다. 가장 일반적인 건 호흡 이완법과 근육 이완법이다. 호흡 이완법은 코로 숨을 들이마시고 입으로 천천히 내쉬며 긴장을 풀어주는 것이다. 긴장을 많이 한 사람은 호흡이 끊어지기 쉽다. 특히 내쉬는 숨에 집중해 가능한 한 숨이 끊기지 않게 쭉 내쉬면서 신체를 이완시키는 게 중요하다. 근육 이완법은 몸의 각 부위를 쫙 움츠려 근육을 차례로 긴장시켰다가 이완시키는 방식으로, 신체적 긴장을 풀어준다.
‘착지법’도 많이 쓰이는 방법이다. 트라우마 경험으로 인해 뇌의 일부 영역이 제대로 기능하지 않거나, 현실과 비현실이 혼동되는 상태가 될 수 있다. 이때 착지법은 오감을 활용해 자신이 현재 현실에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도록 돕는다. 예를 들어 몸의 촉감을 느끼거나, 주변의 색깔이나 물체 등 시각적 요소들을 인식하며, 소리나 냄새를 통해 현실감을 되찾을 수 있다. 이때 본인이 좋아하는 냄새를 맡거나 좋아하는 사람의 사진을 보는 것도 좋다.
‘나비 포옹법’도 자기 자신을 안정시키는 데 효과적이다. 나비 모양으로 자기가 자신을 안고, 양쪽으로 가볍게 두드려주면 된다. 한쪽씩 번갈아가면서 두드리는 게 양쪽 몸의 자극을 통해 심리적 안정감을 준다.
‘부(VOO) 호흡법’도 교감신경을 진정시키는 데 효과적이다. 코로 숨을 들이마시고 내쉴 때 ‘부’ 소리가 끊기지 않고 최대한 일정하게 호흡을 지속하는 것이다. ‘부’ 소리를 낼 때 부교감 신경이 많이 분포해있는 구강 점막에 자극이 일어나는데, 이를 통해 부교감 신경이 활성화돼 안정을 찾을 수 있다. 실제로 범죄 피해자들에게 심리치료사들이 가장 많이 알려주는 방법이기도 하다. 이러한 안정화 기법들은 국가트라우마센터의 ‘마음프로그램’이라는 무료 앱을 통해 쉽게 배울 수 있다.”
-병원에서 트라우마 치료 진행 과정은 어떻게 되나?
“개인의 상황에 따라 치료와 기간에 차이가 있다. 1차적으로 외상 사건을 경험한 사람은 보통 3~6개월 정도의 치료로 회복될 수 있는데, 트라우마 과거력이 있거나 어린 시절에 자주 트라우마를 경험한 사람은 1년 이상 강도 높은 심리 치료와 약물치료를 병행하는 게 좋다. 한편에선 정신과 약물을 한 번 먹기 시작하면 못 끊는다는 편견이 있는데, 비습관성 약물은 금단 증상 없이 끊을 수 있다. 중요한 건 증상이 좋아졌다고 임의로 약물을 중단하면 재발할 가능성이 높다. 반드시 전문가와 상의하며 약물을 줄여가야 한다.”
-같은 트라우마 경험을 한 사람들과 대화하는 게 정말 도움이 되나?
“실제로 ‘운디드 힐러(wounded healer)’라고 상처를 받은 사람들이 서로 돕는 과정들을 밟기도 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 다만, 이는 반드시 상처받은 이들을 어떻게 도와야 하는지 심리적 지원에 대한 기본적인 교육 과정을 마치고 하는 게 좋다. 무조건 자기 경험대로 상대방을 돕겠다고 나서면 오히려 상처를 줄 수 있어서다. 세월호 참사 당시 심리 지원 교육을 받지 않은 전문가들이 유가족들에게 잘못된 위로의 말을 해 더 큰 트라우마를 유발한 사례가 있다. 국가트라우마센터나 관련 기관에서는 이러한 교육 과정이 제공되고 있으니, 이를 배워야 제대로 된 도움을 줄 수 있다.”
-트라우마를 겪고 있는 사람에게 어떻게 대하는 게 좋은가?
“가장 중요한 건 그들의 안전을 확보하고 추가적인 트라우마를 입지 않도록 보호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지진 트라우마를 경험한 사람들은 계속 불안에 떨 수 있으므로, 그들을 안전한 장소로 이동시켜 생명의 위협을 받지 않도록 해줘야 한다. 그다음에는 그들의 감정을 최대한 이해하고 수용해 주는 과정이 필요하다. 울거나 불안해할 땐 곁에서 지켜봐 주고, 진정될 때쯤 ‘지금 많이 힘드신가보다’ 공감해준 다음 심신의 안정을 돕는 개입을 해볼 수 있다. 처음에는 피해의식과 경계심으로 접근을 거부할 수도 있다. 이땐 필요할 때 다시 찾아갈 수 있도록 연락처를 남기고 빠져서 관찰하면서 속도를 맞추면 된다. 특히 트라우마를 너무 심하게 입어 자신을 보호할 능력까지 상실한 경우도 있다. 이땐 적극적으로 안정화시키거나, 병원이나 전문가에게 인계하는 방법도 고려해야 한다.”
-트라우마의 장면이나 사고 영상이 계속 떠오를 땐 어떻게 해야 하나?
“충격적인 장면의 노출을 절대적으로 줄여야 한다. 미디어에서 재난의 장면을 반복적으로 보여주는 건 트라우마를 악화시킬 수 있으며, 이는 마치 자살 시도 장면을 반복적으로 보여주는 것과 같다. 개인적으로도 SNS나 방송에서 자극적인 장면을 보는 걸 자제하고, 정해진 시간에만 필요한 정보를 얻는 게 좋다. 또한, 트라우마를 겪은 사람은 재회상하는 플래시백 현상을 겪을 수 있는데, 이럴 때 긍정적인 자극을 많이 주는 것이 회복에 도움이 된다. 자연 속에서 산책하거나, 좋은 냄새와 이미지, 촉각적 자극 등을 통해 마음을 안정시키는 게 효과적이다. 친구와의 대화나, 마음을 진정시키는 음악 등을 활용하며, 자극을 적극적으로 차단하고 자신을 안정시키기 위한 노력이 중요하다.”
-트라우마를 겪고 있지만, 막막할 때 어디에 도움을 요청해야 하나?
“1차적으로 국가트라우마센터에서 운영하는 재난 통합 심리지원단을 통해 정보를 얻고 도움을 받을 수 있다. 국가 지원으로 비대면 상담도 할 수 있으므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은 적극 활용하는 것을 권한다. 그럼에도 회복이 어렵다면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를 직접 찾아 약물과 심리 치료 등을 병행하면 좋다.”
-마지막으로, 트라우마를 겪는 이들에게 조언 한 말씀.
“우리가 사는 세상에는 트라우마를 안 겪고 살 순 없다. 스트레스와 마찬가지로 일상의 한 부분이므로, ‘내가 지금 트라우마를 입었구나’하며 인정하고 수용하는 게 회복의 첫걸음이다. 거부하면 오히려 더 오래 머물 수 있다. 자신이 안정되도록 스스로 돌보는 것도 중요하다. 충분히 자고, 적당한 영양을 섭취하면서 마음의 안정을 돕는 활동을 하고, 학업이나 출근 등 기존의 일상생활 루틴을 지키는 게 좋다. 만약 일상 유지가 힘들다면 잠시 쉬는 것도 도움이 된다.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도 방법이다. 이는 결코 마음이 약하거나 의지가 부족해서가 아니라, 누구나 그런 상황에서 어려움을 겪을 수 있어서다. 우리 사회는 종종 힘든 상황을 감추거나 빨리 극복할 것을 요구하는 문화가 있지만, 트라우마를 겪은 사람은 개개인의 회복 속도를 그대로 존중받아야 하며, 응원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석정호 교수는…
연세대 의대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강남세브란스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주요 진료과목은 우울, 스트레스, 통증, 불면증 등이다. 한국트라우마스트레스학회 부회장, 서울권역 난임우울증상담센터 센터장, 대한신경정신의학회 보험위원, 한국정서인지행동의학회 다양성 이사도 역임하고 있다. 석정호 교수는 오랜 기간 환자들의 정신 건강 챙김에 앞장서온 의사다. 우울증 치료법을 연구했고, 치료 프로그램을 개발했으며, 마음헤아리기 치료 프로그램 등을 운영했다. 그는 앞으로도 ‘환자의 병이나 증상만 보지 않고, 병을 가진 한 사람의 삶을 보면서 치료하겠다’는 진료 철학을 가지고 최선의 치료를 위해 노력할 계획이다.
연세대 의대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강남세브란스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주요 진료과목은 우울, 스트레스, 통증, 불면증 등이다. 한국트라우마스트레스학회 부회장, 서울권역 난임우울증상담센터 센터장, 대한신경정신의학회 보험위원, 한국정서인지행동의학회 다양성 이사도 역임하고 있다. 석정호 교수는 오랜 기간 환자들의 정신 건강 챙김에 앞장서온 의사다. 우울증 치료법을 연구했고, 치료 프로그램을 개발했으며, 마음헤아리기 치료 프로그램 등을 운영했다. 그는 앞으로도 ‘환자의 병이나 증상만 보지 않고, 병을 가진 한 사람의 삶을 보면서 치료하겠다’는 진료 철학을 가지고 최선의 치료를 위해 노력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