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산업
블루베리, 멸종 위기에 처했다 [푸드 트렌드]
이슬비 기자
입력 2025/01/26 08:08
◇블루베리 흰가루병, 미국에서 퍼지는 중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주립대 식물병리학 마이콜 브래드쇼 교수팀의 연구 결과 '에리시페 바키니(Erysiphe vaccinii)'라는 곰팡이가 북아메리카에서부터 시작해 멕시코, 모로코, 중국 등지로 빠르게 확산한 게 확인됐다. 브래드쇼 교수는 "실시간으로 이 균이 세계적으로 확산하고 있는 것을 보고 있다"며 "빠르게 대처하지 않는다면, 미래에는 이 독성 곰팡이로 인해 블루베리가 멸종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연구팀은 북아메리카, 유럽, 아프리카, 아시아 등에서 흰가루병에 시달리는 블루베리 173개 표본을 모아 분석했다. 대부분 5년 이내에 수집된 것이고, 일부는 북아메리카 식물 표본관에 있던 150년 전 수집한 표본이었다. 연구팀은 흰가루병이 언제, 어떻게 확산했는지 확인했다. 그 결과, 2012년 포르투갈에서 처음으로 북아메리카 밖에서 발견됐고, 이후 12년간 급속히 여러 대륙으로 퍼졌다. 미국 동부에서 에리시페 바키니의 두 가지 균주로 나뉘어 전 세계로 퍼졌는데, 한 균주는 중국, 멕시코, 캘리포니아로, 또 다른 균주는 모로코, 페루, 포르투갈로 확산했다. 브래드쇼 교수는 "묘목이 외국으로 이동하면서 퍼진 것으로 보인다"며 "이는 통제하기 힘들다"고 했다. 퍼지면서 균주에 여러 변화가 생겼는데, 오래된 표본과는 이미 다른 유전자형을 지니고 있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 결과는 미국 태평양 북서부 지역 등 블루베리 생산 지역에 흰가루병의 확산을 주시하고 통제해야 한다는 경고다"며 "야외에서 재배하는 곳보다 터널이나 밀폐된 곳에서 재배하는 곳은 질병 예후가 안 좋아 더욱 주의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기후 변화로 맛·효능도 감소세
향후 블루베리 맛과 효능도 줄어들 전망이다. 이건 기후변화 때문이다. 블루베리는 항산화물질인 안토시아닌이 풍부해, 심혈관질환 예방에 도움이 되고 암 발병 위험도 낮춘다. 맛도 상큼하고 달콤해, 전 세계에서 인기 있는 작물이다. 블루베리의 맛과 효능은 블루베리 속 미생물 덕분에 더욱 극대화되는데, 미생물 유형이 블루베리 재배 지역의 날씨, 온도, 토양의 질 등에 따라 조금씩 달라진다. 핀란드 오울루대 연구 결과, 기후변화로 온도가 상승하고 폭염·혹한 등 변화무쌍한 기상 현상이 나타나면 블루베리 공생 미생물 다양성이 떨어질 것으로 확인됐다. 오울루대 안나 마리아 피르틸라 교수는 "기후 변화로 블루베리 공생 미생물이 위협을 받으면 블루베리 자체의 맛, 유통 기한 등이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아직 한국은 청정국, 미래 대비해야
다행히 아직 한국에는 곰팡이도, 기후 변화로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지는 않다. 국내에서도 경남, 경북, 전남, 전북 등 다양한 곳에서 블루베리를 재배하고 있다. 국립원예특작과학원 이별하나 농업연구사는 "아직 한국에는 강력한 균주의 흰가루병은 들어오지 않았고, 크게 확인된 피해 사례는 없다"며 "피해가 없도록 상황에 맞춰 지속해 관리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