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소아청소년정신의학회 성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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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대한소아청소년정신의학회가 아이들과 가족을 위한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 트라우마 대응 성명서를 30일 발표했다.

학회는 "재난의 시기에 중요한 것은 사고로 충격 받을 수 있는 많은 사람의 고통을 다루고 회복하는 일"이라며 "특히 어른들조차 감당하기 어려운 비통한 소식을 다각도로 접할 수 있는 아이들을 보호하기 위한 어른들의 세심한 손길 역시 필요하다"고 했다.

이와 함께 세 가지 당부의 말을 전했다. ▲아이들이 소화할 수 있는 정도 이상의 충격에 노출되지 않도록 배려하고 ▲이미 사건을 다룬 화면과 글에 아이가 어쩔 수 없이 노출되었다면 최대한 노출이 반복되지 않도록 예방하고 ▲자신의 마음도 살펴야 한다고 했다.

먼저 학회는 "방송에 노출되는 많은 사고 장면과 자세한 브리핑은, 아직 뇌 발달이 완성되지 않은 아이들에게 지나친 자극이 될 수 있다"며 "특히 기질적으로 불안이 높은 아이들이라면 과도한 상상과 감정의 자극으로 수면, 식사 습관의 이상 등 다양한 문제 행동이 나타날 수 있다"고 했다.

만약 무심코 틀어진 방송이나 소셜미디어로 자극적이거나 사실이 확인되지 않은 내용에 아이들이 노출됐다면, 아이 반응을 관찰해야 한다.


학회는 "아이마다, 발달 상태에 따라 충격에 대처하는 반응이 매우 다양하다"며 "엉뚱한 행동을 하거나 신경쓰지 않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고, 충격과 공포로 일상생활을 이어나가기 어려워할 정도로 심각한 고통을 호소하는 아이들도 있을 수 있다"고 했다. 이어 "당장은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다가도 상당한 시간이 지난 후에야 악몽이나 공포증 등으로 뒤늦게 후유 증상을 보이는 아이들도 있다"고 했다.

보호자는 아이를 세심하게 관찰해, 추가적인 고통에 노출되지 않도록 배려해야 한다. 학회는 "아이가 질문할 경우, 막지 말고 아이들이 이해할 수 있는 언어와 자세로, 사실에 입각한 정보만 대답할 수 있는 선에서 간단히 알려주는 게 좋다"며 "아이들에게 일상 안에서 가능한 안정감을 느낄 수 있도록 규칙적인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어떤 감정이라도 표현할 수 있도록 격려하며 이를 비난하거나 무시하지 않아야 한다"며 "일상생활을 이어가기 어려울 정도로 반복해 사건에 관련된 질문을 하거나, 지나치게 몰두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전문적인 도움이 필요한 상태일 수 있으므로 더욱 주의를 기울여 살펴보고 필요하다면 전문가의 도움을 구해야 한다"고 했다.

무엇보다 스스로의 마음을 살피는 게 가장 중요하다. 학회는 "일상 생활에서 일어날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나는 재난, 예상할 수 없었던 사고를 접하게 되면, 우리 어른들의 뇌 역시 이 충격을 소화하기 매우 어렵다"며 "소중한 생명이 이렇게 일시에 많이 희생된 상황에서는 유가족과 생존자, 목격자, 관련자뿐 아니라 다양한 사회적 관계 속에서 많은 국민들이 이차적인 충격과 어려움을 맞닥뜨리게 될 가능성 역시 높은데, 이 땐 많은 의구심과 비난이 발생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모두의 애도는 모두 다르게 나타나기 때문에, 나와는 다른 형태로 애도하며 충격을 소화하는 반응에 대해 비난과 지적을 하는 것은 지양해야 할 태도"라고 했다.

어른 스스로 일상생활을 유지하기 힘들고 엄청난 충격과 고통을 다루기 어렵다고 느껴진다면, 아이에게 이차적인 자극이 될 수 있다. 학회는 "이땐 다른 어른들의 도움을 요청하라"며 "재난과 트라우마의 시기에는 서로를 위하는 지지와 사회적 연결감이 필요하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학회는 "생존자의 온전한 회복을 기원하며, 다시 한 번 이번 참사로 희생된 사람들과 유가족에게 깊은 애도와 위로의 말을 전한다"며 "재난은 여러분의 잘못이 아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