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
스트레스받으면 단것 먹어줘야 한다… "고도의 합리화라고?"
이해나 기자
입력 2024/12/07 23:03
스트레스를 받거나 피곤할 때 단 것이 필요하다는 믿음은 사실에 기반하지 않은 고도화된 합리화에 불과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주장이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스트레스받았거나 피곤할 때 '당(糖)'이 당긴다며 사탕, 과자 등 단 음식을 찾아 먹는 사람들이 있다. 실제 과학적으로 입증된 사실일까?
"스트레스받을 때 당을 보충해야 한다" "탄수화물을 끊었더니 성격이 더러워졌다" 등의 말은 사실이 아니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지난 9월 tvN '유퀴즈온더블록'에 출연한 서울대 의대 최형진 교수도 이와 같은 말들에 대해 "대부분 진실이 아니며 고도화된 합리화에 불과하다"고 한 바 있다. 그는 10년간 뇌와 식욕의 상관관계를 연구 중인 전문가다. 최 교수는 "당이 부족하면 몸에서 당이 당기게 돼있다"면서도 "당은 병이 있지 않는 한 (문제가 있을 정도로) 떨어지지 않는다"며 "어렸을 때부터 만들어온 믿음의 체계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어렸을 때 힘든 일이 있으면 케이크를 먹으며 힘내자 했다거나, 시험을 못 보거나 잘 봤을 때 아빠가 치킨을 사와서 함께 먹었던 행복한 기억 등이 (잘못된) 믿음의 체계를 만들어서 진실이 아닌 걸 진실로 믿게된 것"이라고 했다. 그는 "단 음식이 몸의 영양분이 되는 건 맞다"며 "문제는 적당히 단 정도가 아니라 많이 단 음식을 먹는 것이며, 단 음식을 먹지 않고도 평안하고 건강한 방법으로 대응하는 사람이 많다"고 말했다.
지난 9월 tvN '유퀴즈온더블록'에 출연한 서울대 의대 최형진 교수는 "스트레스받을 때 당을 보충해야 한다"는 건 어릴 때부터 형성되온 가짜 믿음의 체계일 뿐이라고 설명했다./사진=tvN '유퀴즈온더블록' 캡처
다만 극단적인 다이어트로 '배고픔'이 심해지면 짜증이 늘고 화가 많아질 수 있는 건 사실이다. 식사를 제대로 하지 못하면 체내 에너지원이 줄면서 스트레스 호르몬이 분비되기 때문이다. 실제 굶주림이 분노, 예민함 등의 감정과 관련이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영국 앵글리아 러스킨 유니버시티 캠브리지 캠퍼스와 오스트리아 크렘스안데어도나우 사립대 공동 연구팀은 64명의 성인을 대상으로 배고픔 수준과 감정 간의 연관성에 관한 연구를 진행했다. 연구팀은 21일 동안 참가자의 배고픔 수준과 감정적 웰빙에 관한 다양한 측정치를 기록했다. 참가자들은 하루 5번 자신의 감정과 배고픔 정도를 보고했고, 직장과 집 등 참가자의 일상적인 환경에서 관련 자료를 수집했다. 그 결과, 배고픈 정도가 강할수록 분노와 과민 반응이 더 컸고, 즐거운 정도는 낮았다. 이러한 결과는 참가자의 성별, 나이, 체질량 지수, 식이 행동 및 특성 분노에 상관없이 동일했다. 참가자는 배고플 때 평소보다 37% 더 많은 짜증을 느끼고 34% 더 많은 화를 느끼지만 즐거움 수준은 38% 더 낮다고 보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