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건강

“배 아프다” 까무러치는 아이, 배에서 ‘이것’ 만져지면 응급 상황

이슬비 기자

이미지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아이가 복통으로 갑자기 울며 다리를 배 쪽으로 끌어 올린다면, 복부를 확인해야 한다. 소시지 같은 덩어리가 만져질 땐 '장중첩증'을 의심할 수 있다. 점액성 혈변을 동반하기도 한다.

장중첩증은 주로 소아에서 발생하는 응급질환으로, 장의 한 부분이 인접한 다른 부분 안으로 말려 들어가는 상태다. 적시에 치료하지 않으면 장 괴사 등 심각한 합병증으로 이어질 수 있어 조기 발견과 신속한 치료가 중요하다. 고려대 안산병원 소아외과 오채연 교수는 “아이가 평소와 다른 양상의 복통을 호소하거나 점액성 혈변이 관찰되면 즉시 병원을 방문하는 것이 안전하다”고 했다.

보통 생후 3개월에서 만 3세 사이 소아에서 발생하고 남아에게 좀 더 많이 발생한다. 특히 소장의 마지막 부분인 회장이 대장의 시작점인 맹장으로 말려 들어가는 경우가 가장 흔하다. 장중첩증은 원인이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는데, 감기나 장염에서 회복된 후 자주 발생하곤 한다.

3개월 미만이나 12세 이상에서도 나타날 수 있다. 이때는 선두점이 존재할 수 있다. 선두점은 장의 한 부분이 다른 부분 안으로 말려 들어가게 하는 곳으로, 대부분 비정상적인 구조물이다. 선두점으로 가장 흔한 병변은 메켈 게실이고, 용종이나 드물게 양·악성 종양일 수도 있다. 메켈 게실은 태생 초기 태아의 혈액 보급로인 제장관막관이 출생 전에 퇴화하지 않아, 장 벽에 돌출된 비정상적인 낭을 형성하는 질환이다.


장중첩증의 대표적인 증상은 주기적인 복통과 혈변이다. 아이가 괴로워하다가 이내 조용해지는 것을 반복한다. 장중첩증이 진행되면 배에서 덩어리가 만져지고, 발병 후 시간이 지나면 점액성 혈변이 나온다. 이 외에도 구토, 설사 등이 동반할 수 있다.

진단을 위해 가장 먼저 복부 엑스레이 촬영을 시행한다. 장관 내의 가스 분포를 확인하거나, 만져지는 종괴의 음영을 확인해 장중첩증을 확인한다. 복부 초음파로 '도넛 사인' 등 특징적인 소견을 통해 정확한 진단을 할 수 있다. 장이 말려 들어가 겹친 모양의 단면이 마치 도넛 모양처럼 보여 '도넛 사인'이라고 한다.



이미지

장중첩증 환자의 복부 초음파 사진. 장이 말려 들어가 겹쳐진 모양의 단면이 마치 도넛 모양으로 보인다./사진=고려대 안산병원 제공
치료를 위해서는 먼저 항문을 통해 대장으로 공기나 물을 주입해 중첩 상태를 풀어주는 정복술을 시행한다. 복막염으로 진행하지 않은 장중첩증 환자에서 장관 내 압력을 증가시켜 장을 풀어주는 치료법으로, 성공률은 약 90% 정도다. 정복술이 실패했거나, 복막염으로 진행된 환자는 수술적 치료를 해야 한다. 복강경을 이용한 정복술이나 개복하 도수 정복술이 있다. 중첩된 장을 복강경 기구나 손으로 밀어서 빼내는 방식이다. 선두점이 없거나 중첩됐던 장의 심각한 손상이 없으면 정복술만으로 수술을 마칠 수 있다. 하지만 선두점이 존재하거나 장 천공, 장 괴사가 진행됐다면 선두점 또는 손상된 장을 절제해야 한다.


오채연 교수는 “장중첩증은 응급질환이지만 조기에 치료하면 대부분의 아이는 완전히 회복할 수 있다”며 “치료가 지연되면 장 괴사나 복막염 등 심각한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으며, 생명까지 위협하는 상황으로 이어질 수도 있으므로 빠른 진단과 치료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헬스조선 서비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