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트니스

“스포츠는 레저 아닌 인생… 손상 전으로 돌리는 ‘신의 영역’에 도전 중”

이슬비 기자

‘헬스조선 명의톡톡’ 명의 인터뷰
‘무릎 스포츠 재생의학 명의’ 가천대 길병원 이병훈 교수

스포츠를 즐기는 인구가 많이 증가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조사한 연도별 국민생활체육조사 결과를 보면, 생활체육 참여율이 2014년 43.5%에서 2023년 52.0%로 상향 곡선을 그렸다. 동시에 스포츠로 다치는 환자 수도 증가했다. 노화보다는 스포츠로 다치기 쉬운 연령대인 20대가, 스포츠로 가장 다치기 쉬운 부위인 십자인대 관련 질환으로 병원을 찾은 수를 보니 같은 기간 남성 환자는 26%, 여성은 80%가량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무릎 인대는 한 번 다치면, 다치기 전처럼 회복하기는 어렵다. 누구보다 그 전의 기량을 되찾을 수 있도록 고민하는 의사가 있다면 선수들을 전담으로 치료하는 의사일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손에 꼽을 정도로 다양하고 많은 스포츠팀(축구, 스키, 핸드볼, 배구, 럭비 등)에서 팀닥터를 역임한 가천대 길병원 정형외과 이병훈 교수를 만나, 회복 방법에 관해 물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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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신지호 기자
-생활체육을 즐기는 일반인이 늘었다. 무릎 손상을 줄이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과거에는 일반인의 생활체육과 엘리트 프로선수의 운동 경계가 명확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스포츠를 향한 관심이 양·질적으로 커져 일반인과 아마추어 선수도 엘리트 프로 선수에 버금가는 기량을 보인다. 다만, 프로 선수만큼 몸 관리를 위한 시간과 노력은 잘 들이지 않아 우려스럽다. 엘리트 선수는 시합에 출전하기 위해 유연성·근력 운동, 부상 방지를 위한 훈련 등에 많은 공을 들인다."

-특히 어떤 동작에서 무릎 관절 이상이 많이 생기는가?
"종목마다 무릎 관절 손상을 일으키는 기전이 다양한데, 모두 부상률이 가장 높은 부위가 무릎 관절이다. 다른 관절과 달리 무릎 관절은 우리가 움직이는 하지 관절의 중간에 있기 때문이다. 특히 방향 전환을 할 때 가장 힘이 집중된다. 축구나 럭비는 무릎 관절이 20~30도 굽었을 때 빠르게 감속하거나 방향을 전환하는 경우가 많아, 전방십자인대 손상 위험이 매우 크다. 스키는 경사면에서 방향 전환이 빈번한데, 이때 지면 반발력은 무릎 내측인대에 긴장을 준다. 스키 부츠를 신고 있어 외부에서 충격이 가해지면 발목 관절을 지나 바로 무릎으로 전달돼 손상이 많이 발생한다. 핸드볼은 한 발로 뛰면서 방향 전환까지 더해져 역시 무릎에 손상을 입는 경우가 많다. 60cm 이상 고강도 점프를 하는 배구도 마찬가지다. 최근 선수들의 고강도 점프를 연구했는데, 무릎 앞쪽 급격한 근육 수축이 앞쪽 슬개대퇴관절의 연골에 지속적으로 무리를 줘 연골이 떨어져 나가는 병변이 흔히 발견됐다."


-최근 러닝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러닝도 무릎 관절에 무리를 줄 것 같다?
"러닝으로 인한 무릎 관절에 손상은 대부분 '과사용'이 원인이다. 장시간 러닝을 하면, 뒤꿈치를 들어 비복근(장딴지근육)이 지속해서 수축한다. 근육이 붙어있는 골 기시부에 스트레스가 이어져, 미세 골절로 이어진다. 과사용으로 발생하는 골절은 치유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고, 수술을 요하기도 해 주의해야 한다. 또, 러닝시 무릎 앞쪽 통증을 호소하는 사람이 많다. 뛰는 모습을 잘 관찰해야 한다. 골반 주위 근육이나 코어가 약한 사람은 오래 뛰다 보면 근육이 금방 피로해진다. 골반 틀어짐이 반복되고, 무릎 앞쪽 대퇴사두근 힘의 방향 변화로 이어져 허벅지 앞쪽과 뒤쪽 근육의 균형이 무너진다. 더 나아가 무릎 앞쪽 연골 손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러닝과 관계없을 것으로 생각할 수 있지만, 꼭 코어 운동에 신경을 써야 장기간 부상 없는 러닝 운동을 영위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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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신지호 기자
-무릎 관절은 많이 쓰면 빨리 닳는가?
"꼭 그렇지만은 않다. 운동이 무릎 관절에 악영향을 미치는지 확인하는 대규모 코호트 연구들이 여럿 보고됐다. 결과는 일관되게 운동하지 않는 군보다 하는 군이 차후 인공 관절 등 수술적 치료로 이어지는 경우가 적다고 보고됐다. 물론 관절염의 급격한 악화로 이어질 수 있는 부상과 손상은 생기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우리가 하는 운동은 두 가지가 있다. 몸을 만드는 운동과 몸을 쓰는 운동이다. 헬스장이나 크로스핏에서 하는 근력운동은 대표적인 '몸을 만드는 운동'이다. 점진적인 부하 증가와 부상 방지를 위한 기구가 뒷받침되면 부상으로 이어지는 경우는 거의 없이 관절 주위 구조물의 내구성을 향상할 수 있다. 반면, 축구, 농구, 등산 등은 ‘몸을 쓰는 운동'이다. 이런 유산소 운동이 심폐지구력에는 도움이 될 수 있지만, 무릎은 쓰는 운동이다. 이런 운동을 즐기고 싶다면, 꼭 몸을 만드는 운동을 겸비해야 한다."

-언제 병원을 찾아야 하나?
"스포츠를 즐기다가 다쳤다면 일단 부목 등으로 고정해 안정시킨 뒤, 빠르게 바로 병원에서 진찰을 받는 게 좋다. 무릎 통증이 생겼을 때도 진찰을 받아봐야 한다. 통증은 염증 반응에서 유래하는데, 염증 반응은 손상이 생겼을 때 유발된다."


-재활은 언제까지 해야 하는지?
"인대를 재건·복원 수술을 하면 본인 것으로 생착하기까지 시간이 걸린다. 더 단단히 생착하려면, 해당 부위를 기계적으로 자극해야 한다. 단계적으로 본인의 상태에 맞게 근력 운동을 더해가면 된다. 다치지 않은 다리와 차이가 10~15% 미만이 되면 복귀 가능하다고 본다. 다만, 전방 십자인대는 인대가 완전히 생착하기까지 1년이 걸리므로 설사 6~7개월 만에 근력이 다 돌아와도 천천히 복귀해야 한다. 이른 복귀가 오히려 재파열을 유발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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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신지호 기자
-손상 전처럼 되돌리는 '재생 의학'을 연구한다고 들었는데?
"무엇보다 안 다치는 게 제일 중요하다. 다쳤다면 그 전으로 최대한 비슷하게 돌아가야 하는데, 현재 치료는 끊어진 인대 등을 복원·재건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물론 많이 발전했다. 대표적으로 전방십자인대 재건술은 과거와 달리 해부학적인 구조를 정상화해 80~90%까지 이전 상태로 되돌릴 수 있다. 하지만 여전히 손상된 무릎에 이전 구조물을 덧붙이는 것밖에 되지 않는다. 맨발(본인 인대나 관절)로 부드러운 길(건강한 무릎)을 걸어 다니다가, 가시밭길로 변한 곳(손상된 무릎)을 걸으면 아프다. 현재 치료는 가시밭길을 덜 아프게 걸어 다닐 수 있도록 나막신 같은 신발을 신기는 것이다. 아무래도 불편하다. 재생의학은 다시 부드러운 장판을 까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본인의 인대 등을 손상 전으로 복구하는 것이다. 배구팀 팀닥터를 하면서 임상 경험을 통해 겪은 적절한 연골 재생 수술을 권해 진행했고, 지금까지 대부분 선수가 복귀에 성공했다."

-구체적으로 어떤 연구를 하는지?
"무릎 관절은 심장, 간 등보다 세포가 매우 적다. 혈관이 많이 안 가는 구조기 때문이다. 회복도 잘 안된다. 재생 환경이 열악한 것이다. 최근에는 이런 환경 속에도 자랄 수 있는 건강한 줄기세포나 배양해서 크게 만든 줄기세포를 넣어주는 노력이 진행되고 있다. 해당 줄기세포가 들어가서 안착이 돼야 하는데, 피가 없어서 제 역할을 못 하는 경우가 많다. 강화된 배양 기술 등으로 더 강한 줄기세포를 만드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이를 동물 세포에 넣었더니 효과가 있었다. 아직 임상 실험으로 확대하기 위해 더 많은 준비가 필요하다."


-스포츠를 즐기다 무릎 손상을 당한 환자에게 마지막 한마디 한다면?
"스포츠 재생 의학 분야에 십수 년 동안 몸담고 있다. 다양한 종목의 선수들을 치료하면서 그들의 부상 없는 성과를 위해 뒤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 그런데도 인대나 연골 손상으로 경기를 뛰지 못하는 선수를 보면 마음이 아프다. 최근에는 스포츠를 즐기는 인구가 늘어나면서, 더 절실히 느끼고 있다. 야구 동호회 활동이 유일한 낙이라는 환자, 테니스를 못 친다면 무릎 관절염이 아무리 심해도 인공 관절 수술은 받지 않겠다는 환자 등을 보며 많은 일반인에게도 스포츠는 레저가 아닌 그들의 인생이라는 걸 느낀다. 아무리 수술을 잘해도 시간을 거슬러 손상 전으로 되돌리는 건 신의 영역인데, 이런 환자들을 보면서 신의 영역에 도전하기 위해 재생 의학에 몰두하게 됐다. 마지막으로 부탁하고 싶은 것은 의사가 할 수 있는 수술에 환자 본인의 재활과 노력이 따라와야 기능적 향상을 보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재활 운동은 쉽지 않지만, 환자도 함께 해줘야 한다. 나는 정상에 가까운 관절 상태로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환자는 정상보다 근육이 조금 더 튼튼해진다면 손상 전의 상태로 돌아갈 수 있다고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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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신지호 기자
이병훈 교수는…
한양대 의대를 졸업하고, 성균관대 의대 대학원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가천대 길병원 정형외과 교수다. 스포츠를 좋아해서 열정을 쏟았다는 그의 이력은 대단하다. 축구(국가대표), 스키(국가대표), 핸드볼(국가대표), 배구(삼성화재 블루팡스), 럭비(현대글로비스) 등 여러 종목에서 팀닥터로 활동했다. 축구, 스키, 핸드볼 등은 국가대표가 부상 없이 경기에 임할 수 있도록 도왔다. 스포츠 팀닥터 이력으로는 국내에서 손꼽힐 정도다. 이 외에도 유럽 관절경 슬관절 스포츠의학회·국제 관절경 슬관절 스포츠의학회 정회원, 대한스포츠의학회 협력단체 이사, 대한 정형외과스포츠의학회 홍보이사 등을 역임하며, 스포츠 의학과 관련된 활동이라면 안 한 게 없을 정도로 국내외 여러 활동에 적극적이다. 스포츠를 좋아하는 만큼, 스포츠를 하면서 다친 환자의 마음도 잘 아는 의사다. 100%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어 아쉬워하는 환자들의 모습을 보며 스포츠 재생 의학에 대한 연구에도 매진했다. 재생 의학 포함 스포츠 관련 여러 연구로 IBEC 우수 논문상, 미국 정형외과 학회 우수 논문상, 제 1회 성심젊은의학자상, 대한슬관절학회 우수구연상, 대한정형외과학회 SICOT 93 학술본상, 대한정형외과학회 젊은연구자상, 대한슬관절학회 KSRR 우수논문상, 대한골절학회 우수구연상, 대한정형외과스포츠의학회 우수포스터상, 대한슬관절학회 KSRR 피인용상, 대한정형외과스포츠의학회 최우수상 등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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