척추·관절질환
'불치'라 여길 만큼 어려운, 발목 치료 도전 방법
박의현 연세건우병원장
입력 2024/06/12 10:01
Dr. 박의현의 발 이야기 (74)
얼마 전 우리은하 중심에 있는 초대질량 블랙홀의 사진이 공개됐다. 지난 2019년, 블랙홀 첫 촬영에 이은 두 번째 블랙홀 사진이다. 블랙홀은 빛 조차도 흡수하기 때문에 원칙적으로 사진을 찍을 수 없다. 이 불가능의 영역을 가능케 만든 데에는 '사건 지평 망원경(EHT, Event Horizon Telescope)' 프로젝트 아래 모인 수많은 과학자의 열정과 땀이 있었다.원래 문명은, 과거에는 불가능했던 것을 가능하게 만드는 방향으로 진화한다. 의학도 마찬가지이다. 인류 전체의 생존을 위협했던 페스트(흑사병)나 인류에게 '백신'이라는 획기적 발명품을 안겨준 천연두도 원래는 불치병이었다. 이 불치의 영역을 하나하나 정복하고, 치료가 가능하게끔 만드는 것이 의사들의 과제다.
최근에는 '재생이 불가능하다'고 여겨진 연골에 대한 의학적 도전도 이어지고 있다. 연골이 재생되지 않는 이유는 간명하다. 연골(Cartilage)은 혈관과 신경이 거의 분포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여타의 신체와는 다르게 재생 매커니즘이 작용하지 않는다. 그럼 역발상을 하면 된다. 재생과 분화가 가능한 성분(골수에서 채취한 줄기세포)을 주입하면 연골도 재생이 되지 않을까?
사실 이 질문은 오래전부터 등장했다. 다만 기존의 의학적 단계로는 '방법론'에 있어서의 아쉬움이 있었다. 줄기세포 도입 이전 일반적으로 사용된 수술 방법인 미세천공술은 뼈에 미세한 구멍을 뚫어 골수세포가 흘러나오게 함으로써 결손 부위를 재생시키는 치료법인데, 상처를 통해 줄기세포를 자극하는 것만으로는 치료의 성공률이 저하되는 사례가 관찰되기도 했다.
하지만 초기의 비맥에도 한계는 있었다. 도입 초기에만 해도 손상 부위 표면에만 도포하였기에 연골 깊숙한 곳까지 재생 효과를 보기 어려웠다. 하지만 최근 필자를 비롯한 몇몇 선도적인 의사들은 이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초미세 내시경과 자가 줄기세포를 사용한 '내시경 줄기세포 연골 재생술'을 통해 발목 연골 환자의 치료 성과를 높일 수 있게 되었다.
환자 본인의 무릎 뼈나 골반 뼈에서 자기의 골수를 주사기로 채취하고 줄기세포가 가장 풍부한 층을 분리해 손상 연골에 주입할 줄기세포를 확보한다. 피부 절개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내시경을 통해 연골의 손상된 부위를 정리해 주고 줄기세포를 침투시킬 작은 구멍을 확보한 후 줄기세포를 채우고 스케폴드라는 지지대를 덮는 것으로 수술은 마무리된다.
필홀(Fill-Hole) 술식이라고도 불리는 내시경 줄기세포 연골 재생술은 연골의 뿌리부터 표면까지 재생이 가능하며 재생된 연골의 질이 우수한 장점이 있고, 외과적 술식도 2㎜ 정도의 내시경을 사용하기 때문에 통증이나 회복에서도 장점을 보인다.
나를 포함한 대부분의 의사들은 '어떻게 하면 환자들에게 더 나은 치료를 받을 수 있을지' 대해 고민한다. 그런 작은 고민들이 하나둘씩 모여 불치병을 치료의 영역으로 바꾸고 있다. 천문학자들이 더 넓은 우주를 탐구하고 항해하는 것처럼.
(*이 칼럼은 연세건우병원 박의현 원장의 기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