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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증 환자 사망률은 더 낮게, 의료 질은 더 높게… 도약하는 건국대병원

이금숙 헬스조선 기자

[주목! 이 병원] 건국대병원

중증응급질환 '신속 진료 시스템' 가동
심뇌혈관질환·암, 적정성 평가 1등급

의사·환자 소통 잘 돼 환자 만족도 높아
노후 시설 리모델링, 외래 증축 계획도
연구 역량 강화 위해 임상데이터 표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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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국대병원 유광하 병원장은 “중증 질환 치료 성적은 높이면서 환자 만족도가 높은 병원을 만들겠다”며 “의료진 연구 역량은 강화하고 병원 리모델링을 통해 쾌적한 진료 환경을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노인 친화 병원으로서 강점은 살리면서, 중증 환자 진료에 집중하겠다"

건국대병원 유광하 병원장의 말이다. 건국대병원은 과거부터 호흡기질환, 심뇌혈관질환, 치매 같은 노인 질환 진료에 두각을 나타냈다. 노인 환자가 많다 보니 병원 내 에스컬레이터도 천천히 움직이며, 80세 이상 노인을 에스코트하는 '어르신동행서비스'도 운영하고 있다.

노인 질환은 대부분 복합·중증 질환이기도 하다. 건국대병원은 서울 동부권에 있는 상급종합병원으로서 중증 질환(심뇌혈관질환, 암 등) 환자들이 절반 이상인데, 최근 국정감사에서 건국대병원이 '진료비가 저렴하고 치료 잘하는 병원'으로 언급됐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데이터를 바탕으로 전국 상급종합병원을 분석한 결과다.

건국대병원 유광하 병원장은 "빅5 병원 쏠림현상 때문에 잘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우리 병원은 중증 질환 치료 성적이 높다"며 "진료비가 낮다는 것은 어려운 질환에 대해 빠르고 정확한 진단을 하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의료진 간에 소통과 협업이 잘 되고 신속한 진료가 이뤄지는 것도 강점이라고 유 병원장은 설명했다.

중증 환자 진료에 집중… 빠른 치료


심뇌혈관질환은 분초를 다투는 중증이면서 위급한 질환이다. 건국대병원은 응급의료센터 운영 체계 하에 '심혈관질환 신속 진료 시스템(STEMI)'과 '뇌혈관질환 신속 진료 시스템(KARE)'을 운영하고 있다. 골든타임 내 치료가 중요한 심근경색·뇌경색 환자가 오면 응급실 호출→신속 진료→영상 검사→중재 시술(수술이 필요한 질환을 비수술적인 시술을 통해 치료하는 것)→중환자실 입원의 과정이 유기적인 협력을 통해 지체 없이 이뤄진다. 신속 진료 시스템 덕분에 2008년 이후 급성기 뇌졸중 적정성 평가, 관상동맥우회술 평가에서 1등급이 유지되고 있다.

암은 수술법이나 약물이 이미 표준화돼 있어 병원마다 치료가 크게 다르지 않다. 진단 후 빨리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한데, 건국대병원에서는 조직검사 등 확진 검사 후 신속히 수술을 잡을 수 있다. 유광하 병원장은 "의정 사태 이후 중증 환자들이 빠르게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병원 사정이 어려운 상황에서도 인력을 충원하고 방사선 장비, 수술 로봇 등을 도입했다"고 말했다. 이런 노력으로 건국대병원은 대장암, 유방암, 폐암, 위암 등 주요 암 적정성 평가에서 1등급을 기록하고 있다.

환자 사망률을 조금이라도 더 낮추기 위한 기술 도입에도 적극적이다. 입원 환자의 주요 사망원인인 패혈증, 심정지 등의 발생 위험을 AI로 예측하는 신의료기술(AITRICS·에이아이트릭스)을 상급종합병원 중 가장 먼저 도입한 것이 대표 사례다. 이 신의료기술은 환자 연령, 생체 신호, 혈액학적 검사 등을 분석, 4∼6시간 이내 환자의 패혈증·심정지 발생 위험도를 0∼100점 사이 점수로 예측하는 프로그램이다. 유광하 병원장은 "패혈증의 경우 3명 중 1명이 사망할 정도로 위중한데, 이 시스템을 2년 정도 사용하다 보니 환자 사망 위험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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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국대병원은 설립자인 상허 유석창 박사의 ‘구료제민’정신에 입각해 진료에 임하고 있다./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의사가 친절한 병원… 환자 만족도 높아

건국대병원은 환자 만족도가 높은 병원이다. 2023년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환자 경험 평가에서 종합점수가 90.08점으로 상급종합병원 47곳 중 6번째로 높았다. 종합 성적은 물론, 의사와 만나 이야기할 기회 점수가 83.51점으로 다른 상급종합병원 평균에 비해 높았다. 유광하 병원장은 "친절한 의사를 만들기 위해 교육에 힘썼다"며 "환자 진료 때 좋은 사례, 나쁜 사례를 재연한 영상을 찍어서 의사들에게 보여주고 직접 느낄 수 있게 했다"고 했다.

건국대병원은 치료 뿐만 아니라 '병을 잘 찾는 병원'이라는 캐치프레이즈를 가지고 질병 예측과 진단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 나이·성별·가족력·생활 패턴·과거 검진 결과 등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환자 맞춤형으로 건강 검진 항목을 추천해주는 AI 플랫폼(아이테논) 도입을 시도하고 있다. AI 플랫폼을 활용해 불필요한 반복 검사를 줄이고, 맞춤형 검진으로 병의 조기 발견율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커지는 병원… 외래센터 증축


내년이면 건국대병원이 '스무살'이 된다. 병원은 확장되고 있다. 지난해 중환자실, 수술실을 증설했다. 병원 옥상 정원을 중환자실로 변경하는 증축 공사를 시행했으며 음압격리 중환자실 12병상을 만들었다. 수술실도 3실 증설했고 회복실도 확장했다. 환자 수요가 증가함에 따라 로봇수술실, 감염병 환자를 대상으로 한 음압격리 수술실, 일반 수술실로 운영한다. 환자들이 조금이나마 쾌적하게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병동 화장실 보수, 벽지 교체 등 내부 환경 공사도 진행했다.

건국대병원 앞 쌈지공원 자리에 4층 규모의 외래센터와 환자 편의를 위한 주차장을 증축한다. 내년 5월에 착공할 계획이며, 완공되면 본관에 있는 일부 진료과와 외래센터가 이전한다. 여유 공간이 생긴 본관에는 진료와 검사 공간을 재배치하는 등 병원도 리모델링할 계획이다.

연구 경쟁력 강화… 국책과제 수주

대학병원으로서 '연구'를 통한 의료의 질을 높이려는 노력도 계속된다. 지난해에는 건국대병원의 임상데이터를 표준화 한 전산 시스템 CDW(Clinical Data Warehouse)를 완성했다. 환자 나이, 성별, 검사 정보, 진단 기록, 처방 내역 등 방대한 임상데이터를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연구자가 연구 목적에 맞춰 데이터를 체계적으로 검색, 분석할 수 있다. 데이터 표준화 시스템 덕분에 최근 40억 규모의 '국가 통합 바이오 빅데이터 구축 사업' 과제를 수주했다. 정부의 '건강정보 고속도로' 사업에도 참여가 가능해지면서 다른 병원에서도 건국대병원의 임상 데이터를 볼 수 있게 됐다. 유광하 병원장은 "데이터 표준화와 관리가 가능해지면서 연구 기회가 확대됐다"며 "실질적인 연구중심병원이 될 수 있도록 연구 교수를 채용하고, 산학연병 공동연구를 위해 건국대학교와 협의하는 등 장기적인 로드맵을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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