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
4세대 항암제 ADC의 대명사 ‘엔허투’… 유방암·위암서 폭넓은 효과 [이게뭐약]
정준엽 기자
입력 2024/10/25 18:46
[이게뭐약] 항체-약물접합체 트라스투주맙 데룩스테칸①
1세대 세포독성항암제, 2세대 표적항암제, 3세대 면역항암제에 이어 4세대 항암제로 불리는 치료제가 있다. 바로 'ADC(항체-약물접합체)'다. ADC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의약품은 일본 다이이찌산쿄가 발굴하고 영국 아스트라제네카와 공동 개발한 '엔허투'다. 엔허투는 어떻게 높은 점유율과 인지도를 확보했으며, 어떤 환자에게 사용할 수 있을지에 자연스레 관심이 쏠린다. 엔허투의 기전과 적응증, 급여 현황 등에 대해 알아본다.
◇항암 효과 높이고, 정상세포 사멸 줄이고… "새로운 선택지"
ADC는 특정 항원에 결합하는 항체에 항암약물(페이로드)을 링커로 결합한 약물이다. 항체는 면역체계에 의해 생성되는 단백질로, 정상세포의 사멸을 최소화하면서 특정 암세포만을 표적으로 삼는다. 다만, 세포독성항암제에 비해 항암 효과가 크지 않다. 반면 세포독성항암제는 표적 특이성이 떨어져 정상세포 사멸 위험이 있는 대신 암세포 사멸 효과가 항체에 비해 크다. ADC는 항체와 세포독성항암제 각각의 장점을 활용해 항암 효과를 높이면서 정상세포의 사멸을 최소화할 수 있다.
엔허투는 HER2(인간 상피 성장인자 수용체 2형)를 표적으로 하는 단일클론항체인 '트라스투주맙(제품명 허셉틴)'에 세포독성항암제인 '데룩스테칸'을 결합한 ADC다. 트라스투주맙이 암세포를 선택적으로 인식하며, 연결된 데룩스테칸이 암세포 안으로 전달돼 작용한다. 특히 1명의 환자 안에서도 암세포마다 HER2의 발현 정도가 다른데, 엔허투는 HER2가 높게 발현되지 않은 암세포에도 약물이 접근해 함께 사멸시키는 '바이스탠더 효과'가 유명하다.
엔허투는 질병의 분류 기준을 바꾼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유방암은 그동안 호르몬수용체(에스트로겐수용체, 프로게스테론수용체) 양성과 HER2 양성, 삼중음성으로 분류됐으나, 엔허투의 등장 이후로 호르몬수용체 환자의 약 60%와 삼중음성유방암 환자의 약 50%가 HER2 발현이 낮은 'HER2 저발현' 환자로 재분류됐다.
또 엔허투는 HER2 양성 위암 환자들에게 새로운 치료 선택지를 제공했다고도 평가받는다. 전체 위암 환자 중 약 15~20%가 HER2 양성인데, 이들이 1·2차 치료에 실패한 후 다음 치료로 정해진 선택지가 마땅치 않았기 때문이다. 가천대 길병원 종양내과 심선진 교수는 "HER2 양성 위암 환자들은 2차 치료(파클리탁셀 병용요법)에 실패한 이후에는 명확히 정해진 치료 옵션이 없었다"며 "기존에는 3차 치료로 연구자의 판단에 따라서 이리노테칸 같은 항암제를 쓰기도 했는데, 엔허투가 이러한 요법과 비교했을 때 전체 생존율·무진행 생존율 등 평가변수를 만족하는 것으로 나타나 5월부터 위암에서도 쓰고 있다"고 말했다.
◇항암 효과 높이고, 정상세포 사멸 줄이고… "새로운 선택지"
ADC는 특정 항원에 결합하는 항체에 항암약물(페이로드)을 링커로 결합한 약물이다. 항체는 면역체계에 의해 생성되는 단백질로, 정상세포의 사멸을 최소화하면서 특정 암세포만을 표적으로 삼는다. 다만, 세포독성항암제에 비해 항암 효과가 크지 않다. 반면 세포독성항암제는 표적 특이성이 떨어져 정상세포 사멸 위험이 있는 대신 암세포 사멸 효과가 항체에 비해 크다. ADC는 항체와 세포독성항암제 각각의 장점을 활용해 항암 효과를 높이면서 정상세포의 사멸을 최소화할 수 있다.
엔허투는 HER2(인간 상피 성장인자 수용체 2형)를 표적으로 하는 단일클론항체인 '트라스투주맙(제품명 허셉틴)'에 세포독성항암제인 '데룩스테칸'을 결합한 ADC다. 트라스투주맙이 암세포를 선택적으로 인식하며, 연결된 데룩스테칸이 암세포 안으로 전달돼 작용한다. 특히 1명의 환자 안에서도 암세포마다 HER2의 발현 정도가 다른데, 엔허투는 HER2가 높게 발현되지 않은 암세포에도 약물이 접근해 함께 사멸시키는 '바이스탠더 효과'가 유명하다.
엔허투는 질병의 분류 기준을 바꾼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유방암은 그동안 호르몬수용체(에스트로겐수용체, 프로게스테론수용체) 양성과 HER2 양성, 삼중음성으로 분류됐으나, 엔허투의 등장 이후로 호르몬수용체 환자의 약 60%와 삼중음성유방암 환자의 약 50%가 HER2 발현이 낮은 'HER2 저발현' 환자로 재분류됐다.
또 엔허투는 HER2 양성 위암 환자들에게 새로운 치료 선택지를 제공했다고도 평가받는다. 전체 위암 환자 중 약 15~20%가 HER2 양성인데, 이들이 1·2차 치료에 실패한 후 다음 치료로 정해진 선택지가 마땅치 않았기 때문이다. 가천대 길병원 종양내과 심선진 교수는 "HER2 양성 위암 환자들은 2차 치료(파클리탁셀 병용요법)에 실패한 이후에는 명확히 정해진 치료 옵션이 없었다"며 "기존에는 3차 치료로 연구자의 판단에 따라서 이리노테칸 같은 항암제를 쓰기도 했는데, 엔허투가 이러한 요법과 비교했을 때 전체 생존율·무진행 생존율 등 평가변수를 만족하는 것으로 나타나 5월부터 위암에서도 쓰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의료진 연구 참여 여부, 투여 편리성 등 영향
엔허투는 기존 치료법에 효과를 보지 못했던 환자들의 치료 선택지를 늘렸다는 점에서 ADC의 대표주자로 평가받지만, 엔허투가 유일한 ADC인 것은 아니다. 대표적으로 전이성 삼중음성유방암 치료제로 급여 진입을 노리는 길리어드의 '트로델비(성분명 사시투주맙 고비테칸)'도 유명하다. 엔허투와 주요 적응증은 다르지만, HER2 발현 정도와 상관없이 일관된 효과를 보였다는 연구 결과가 유럽에서 발표됐을 만큼 적응증 확장에 나서고 있다.
물론 두 약제가 항체, 적응증, 임상시험 조건이 다르기 때문에 둘을 직접 비교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예를 들어 HER2 저발현 환자를 대상으로 엔허투를 평가한 임상 3상 시험에는 삼중음성유방암뿐만 아니라 호르몬수용체 양성 환자도 다수 포함된 반면, 트로델비의 임상 3상 시험은 순수 국소진행성 또는 전이성 삼중음성유방암 환자로 구성됐다. 서울성모병원 종양내과 이지은 교수는 "엔허투의 HER2 저발현 연구에는 삼중음성유방암으로 분류되는 환자보다 호르몬수용체 양성 환자가 좀 더 많이 참여했다"며 "두 ADC의 임상 조건이 서로 다르기 때문에 두 의약품을 직접 비교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다만 엔허투가 ADC 중 인지도나 점유율에서 우위를 점하는 이유로는 크게 두 가지가 꼽힌다. 첫 번째는 국내 연구진의 임상시험 참여 여부다. 엔허투는 국내 연구진이 임상 연구에 다수 참여했다. 즉, 국내 의료진들은 두 약제 중 엔허투에 대한 사용 경험이 좀 더 많은 것이다.
두 번째는 비용과 투여의 편리성이다. 3주 간격으로 치료 1일차와 8일차에 한 번씩(3주에 2회) 투여해야 하는 트로델비와 비교했을 때, 엔허투는 3주 간격으로 1회만 투여한다는 점에서 좀 더 편리하다고 평가받는다. 또 두 약제를 비급여로 사용할 경우 환자에게 높은 부담을 주지만, 엔허투는 1회 투여에 700~900만원 정도가 소요되며 트로델비는 한 사이클(3주 2회)에 약 1600만원이 드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지은 교수는 "경제적인 요소나 투여 일정의 불편감 등도 약제 선택에 영향을 미친다"며 "임상 연구의 경우에도 엔허투가 뇌전이에 더 잘 듣는다는 데이터를 많이 가지고 있어 좀 더 부각돼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의료계 "더 많은 환자 혜택 볼 수 있도록… 융통성 필요"
한편, 엔허투의 적응증 4가지 중 ▲전이성 HER2 양성 유방암 환자의 2차 치료와 ▲국소진행성/전이성 HER2 양성 위암 환자의 3차 치료는 지난 3월부터 급여가 인정됐다. 현재 해당 적응증에 속하는 환자들은 연간 본인부담금을 약 8300만원에서 417만원 정도로 절감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이성 HER2 저발현 유방암과 ▲HER2 돌연변이가 있는 전이성 비소세포폐암 환자를 대상으로는 아직 급여가 적용되지 않는다.
의료진들은 더 많은 환자들이 엔허투의 급여 혜택을 볼 수 있도록 개선돼야 할 부분이 있다고 말한다. 가령 전이성 HER2 저발현 유방암 환자들이 엔허투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적응증에 따라 기존에 1~2개의 항암화학요법을 먼저 받아야 하는데, 이로 인해 환자들이 감당해야 하는 비용 부담이 커진다. 또한 1~2개보다 더 많은 치료를 시도하고 엔허투를 사용하는 환자도 많다. 이지은 교수는 "HER2 저발현 유방암 환자들에게는 비용에 대한 설명을 먼저 하는데, 실제로 비용을 이야기하면 못 쓰겠다고 하는 환자들도 있다"며 "임상 연구에 맞춰 치료해야 하지만, 비용 이슈가 있다 보니 이에 완전히 맞춰서까지 치료하지는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급여를 고려할 때 융통성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예를 들어 엔허투는 HER2 양성 전이성 위암 환자의 3차 치료로 급여가 인정되지만, 실제로 3차 치료에서 엔허투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1차 치료에서 허셉틴+젤로다(먹는 세포독성항암제)+시스플라틴(주사용 세포독성항암제) 병용요법을 시도해야 한다. 다만, 시스플라틴은 독성이 심해 최근에는 이를 개량한 옥살리플라틴을 대신 사용하기도 하는데, 이 경우에는 엔허투의 급여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심선진 교수는 "질병이 진행된 환자들에게 엔허투를 쓰려니 이전 단계에서 사용한 약제 등 조건이 정확하게 맞지 않아 급여를 인정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원칙적으로 급여를 인정받으려면 1차 치료에서 급여 조건으로 지정되지 않은 다른 약을 사용한 환자들을 모아서 3차 치료에서 엔허투를 사용하는 임상 연구를 진행해 효능을 입증해야 하는데, 이는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말했다.
엔허투는 기존 치료법에 효과를 보지 못했던 환자들의 치료 선택지를 늘렸다는 점에서 ADC의 대표주자로 평가받지만, 엔허투가 유일한 ADC인 것은 아니다. 대표적으로 전이성 삼중음성유방암 치료제로 급여 진입을 노리는 길리어드의 '트로델비(성분명 사시투주맙 고비테칸)'도 유명하다. 엔허투와 주요 적응증은 다르지만, HER2 발현 정도와 상관없이 일관된 효과를 보였다는 연구 결과가 유럽에서 발표됐을 만큼 적응증 확장에 나서고 있다.
물론 두 약제가 항체, 적응증, 임상시험 조건이 다르기 때문에 둘을 직접 비교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예를 들어 HER2 저발현 환자를 대상으로 엔허투를 평가한 임상 3상 시험에는 삼중음성유방암뿐만 아니라 호르몬수용체 양성 환자도 다수 포함된 반면, 트로델비의 임상 3상 시험은 순수 국소진행성 또는 전이성 삼중음성유방암 환자로 구성됐다. 서울성모병원 종양내과 이지은 교수는 "엔허투의 HER2 저발현 연구에는 삼중음성유방암으로 분류되는 환자보다 호르몬수용체 양성 환자가 좀 더 많이 참여했다"며 "두 ADC의 임상 조건이 서로 다르기 때문에 두 의약품을 직접 비교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다만 엔허투가 ADC 중 인지도나 점유율에서 우위를 점하는 이유로는 크게 두 가지가 꼽힌다. 첫 번째는 국내 연구진의 임상시험 참여 여부다. 엔허투는 국내 연구진이 임상 연구에 다수 참여했다. 즉, 국내 의료진들은 두 약제 중 엔허투에 대한 사용 경험이 좀 더 많은 것이다.
두 번째는 비용과 투여의 편리성이다. 3주 간격으로 치료 1일차와 8일차에 한 번씩(3주에 2회) 투여해야 하는 트로델비와 비교했을 때, 엔허투는 3주 간격으로 1회만 투여한다는 점에서 좀 더 편리하다고 평가받는다. 또 두 약제를 비급여로 사용할 경우 환자에게 높은 부담을 주지만, 엔허투는 1회 투여에 700~900만원 정도가 소요되며 트로델비는 한 사이클(3주 2회)에 약 1600만원이 드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지은 교수는 "경제적인 요소나 투여 일정의 불편감 등도 약제 선택에 영향을 미친다"며 "임상 연구의 경우에도 엔허투가 뇌전이에 더 잘 듣는다는 데이터를 많이 가지고 있어 좀 더 부각돼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의료계 "더 많은 환자 혜택 볼 수 있도록… 융통성 필요"
한편, 엔허투의 적응증 4가지 중 ▲전이성 HER2 양성 유방암 환자의 2차 치료와 ▲국소진행성/전이성 HER2 양성 위암 환자의 3차 치료는 지난 3월부터 급여가 인정됐다. 현재 해당 적응증에 속하는 환자들은 연간 본인부담금을 약 8300만원에서 417만원 정도로 절감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이성 HER2 저발현 유방암과 ▲HER2 돌연변이가 있는 전이성 비소세포폐암 환자를 대상으로는 아직 급여가 적용되지 않는다.
의료진들은 더 많은 환자들이 엔허투의 급여 혜택을 볼 수 있도록 개선돼야 할 부분이 있다고 말한다. 가령 전이성 HER2 저발현 유방암 환자들이 엔허투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적응증에 따라 기존에 1~2개의 항암화학요법을 먼저 받아야 하는데, 이로 인해 환자들이 감당해야 하는 비용 부담이 커진다. 또한 1~2개보다 더 많은 치료를 시도하고 엔허투를 사용하는 환자도 많다. 이지은 교수는 "HER2 저발현 유방암 환자들에게는 비용에 대한 설명을 먼저 하는데, 실제로 비용을 이야기하면 못 쓰겠다고 하는 환자들도 있다"며 "임상 연구에 맞춰 치료해야 하지만, 비용 이슈가 있다 보니 이에 완전히 맞춰서까지 치료하지는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급여를 고려할 때 융통성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예를 들어 엔허투는 HER2 양성 전이성 위암 환자의 3차 치료로 급여가 인정되지만, 실제로 3차 치료에서 엔허투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1차 치료에서 허셉틴+젤로다(먹는 세포독성항암제)+시스플라틴(주사용 세포독성항암제) 병용요법을 시도해야 한다. 다만, 시스플라틴은 독성이 심해 최근에는 이를 개량한 옥살리플라틴을 대신 사용하기도 하는데, 이 경우에는 엔허투의 급여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심선진 교수는 "질병이 진행된 환자들에게 엔허투를 쓰려니 이전 단계에서 사용한 약제 등 조건이 정확하게 맞지 않아 급여를 인정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원칙적으로 급여를 인정받으려면 1차 치료에서 급여 조건으로 지정되지 않은 다른 약을 사용한 환자들을 모아서 3차 치료에서 엔허투를 사용하는 임상 연구를 진행해 효능을 입증해야 하는데, 이는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