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질환
"술 취해 결제도"… 웻보이 '이것' 구입에만 2000만원, 중독 증상?
이해나 기자 | 윤승현 인턴기자
입력 2024/10/17 11:03
지난 9일 방영된 MBC '짠남자' 3회에는 비를 맞으며 춤을 추는 숏폼 영상으로 화제가 된 웻보이가 출연했다. '짠남자'는 절약으로 유명한 패널들이 잘못된 소비 습관을 지닌 '흥청이'와 '망청이'의 생활을 살피고 조언하는 프로그램이다. 웻보이의 집을 방문한 김종국과 이승훈은 현관을 넘어 거실 벽면까지 가득 채운 신발들에 경악했다. 100켤레 가까운 신발을 둘러보던 이승훈은 "한정판은 300만원 넘는다"고 말했다. 웻보이는 "재판매 가격이 300~400만원 정도 하고, 최대는 거의 700만원까지 간다"고 했다.
재판매를 하냐는 장도연의 질문에 웻보이는 "파는 건 못 한다"며 신발에 대한 애정을 보였다. 이어 똑같은 디자인인데 왜 여러 켤레나 있냐는 질문에 그는 "술에 취해 결제했다"며 "현관에 박스가 쌓이면 그제야 '이게 뭐지'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신발에만 총 2000만원 정도를 썼다. 이날 웻보이는 건강 문제로 일을 멈춰 수입은 없는 상태지만, 고정 지출은 600~700만원이 나간다고 밝혔다. 그는 신발 쇼핑 외에도 음악 스트리밍 앱 4개를 구독하고, 코인 세탁소에 갈 때 차를 타는 등 절약하지 않는 소비 습관을 보여 줬다.
꼭 필요하지 않은 물건인데 지속해서 구입하고 멈추지 못한다면 쇼핑 중독일 수 있다. 쇼핑 중독은 강박적 구매 장애를 뜻한다. 폭식증, 음주 등과 마찬가지로 충동조절장애에 속하는 질환이다. 쇼핑 중독이 있으면 꼭 필요하지 않은 물건도 구매하고, 빚을 지면서까지 쇼핑을 멈추지 못한다. 이들은 물건보다는 사는 행위 자체를 즐긴다. 또. 과소비에 죄책감을 느끼지만 쇼핑을 끊지 못한다. 쇼핑을 하지 못하면 우울해지거나, 과소비 탓에 경제적 문제가 발생했다면 쇼핑 중독을 의심해야 한다.
쇼핑 중독은 세로토닌, 도파민 등 충동과 감정 조절에 관련된 신경전달물질의 불균형으로 발생한다. 성장 환경과 심리적 요인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외로움, 공허함, 애정 결핍 등을 쇼핑으로 치유하려 하기 때문이다. 또, 자존감이 낮을수록 구매를 통해 자신의 존재와 가치를 입증하려는 경향도 보인다. 쇼핑 중독은 불안장애, 우울증, 알코올 중독 등과 동반되는 경우가 많다.
신용카드를 없애고 현금을 사용하는 방법은 쇼핑 중독 예방에 효과적이다. 미국 스탠퍼드대 연구팀은 현금 사용이 과소비를 막는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이들은 현금으로 결제할 때와 카드로 결제할 때, 각각의 뇌 변화를 관찰했다. 그 결과 카드를 이용할 때 뇌의 '측좌핵'이 덜 활성화됐다. 측좌핵은 동기와 보상 정보를 처리하는 부위다. 무언가를 잃어버렸을 때 통증 신호를 보낸다. 카드로 결제하면 카드를 다시 돌려받기 때문에 통증이 덜하다. 즉, 소비 행위에 대한 감각이 무뎌져 과소비로 이어질 수 있다.
구매 전 체크리스트를 작성하는 방법도 있다. 문자, SNS 등으로 오는 마케팅 정보를 차단해 소비 욕구를 줄이는 것도 좋다. 소비 충동이 찾아올 땐 산책이나 운동, 친구 만나기 등 건강한 활동으로 기분을 전환하는 게 도움이 된다. 이런 노력에도 나아지지 않는다면 전문가를 찾아 치료를 받는 것을 고려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