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귀질환
머리 작은데 미간은 넓고… 전 세계 1000명도 안 되는 ‘희귀질환’ 정체는?
임민영 기자
입력 2024/09/27 07:15
[세상에 이런 병이?]
우리 몸은 이상이 생기면 시각적인 변화를 일으키기 마련이다. 특히 유전적인 결함이 발생하면 이런 경향은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외형부터 신체 기능까지 영향받는 희귀질환인 ‘울프-허쉬호른증후군(Wolf-Hirschhorn syndrome)’에 대해 알아본다.
유전자는 세포의 역할 수행과 생명 유지를 위해 필요한 단백질을 생성하도록 하는 유전 정보다. 세포핵 내의 DNA에는 유전 정보가 들어있는데, 염색체는 DNA의 실타래다. 울프-허쉬호른증후군은 4번 염색체 단완(동원체를 중심으로 짧은 부위)의 부분·전체 결실로 인해 발생하는 유전질환이다. 4번 염색체 단완의 결실은 대부분 자연발생적으로 일어난다. 환자의 10~15%는 부모로부터 유전된다고 알려졌다.
울프-허쉬호른증후군은 환자에 따라 증상이 나타나는 정도가 다르다. 환자들은 공통적인 외형 특징을 보인다. 환자들은 ▲소두증 ▲높은 이마 선 ▲눈구석주름(눈꺼풀 일부가 눈의 안쪽을 덮는 주름) ▲낮게 위치한 귀 등이 나타난다. 다른 사람에 비해 미간이 넓은 모습도 발견된다. 이외에도 일부 치아가 제대로 자라지 않거나 얼굴 비대칭이 심한 환자도 있다.
울프-허쉬호른증후군은 완치법이 없기 때문에 증상에 맞는 치료법을 시도한다. 의학유전학과, 신경과, 정형외과, 재활 등 다양한 분야의 검진과 치료가 필요하다. 환자들은 발작을 줄일 수 있는 약물 치료를 진행하며, 심장과 신장 기능을 정기적으로 검사해야 한다. 성장 지연이나 지적장애가 나타나는 경우 언어 치료 등을 시도할 수 있다. 심장기형이 있으면 수술적 치료를 통해 기형을 고치기도 한다.
울프-허쉬호른증후군은 1961년 미국 의사 허버트 쿠퍼와 커트 허쉬호른이 첫 사례를 보고하면서 알려졌다. 첫 보고 이후 울프-허쉬호른증후군은 현재까지 전 세계 1000건 이하로 발견됐을 정도로 희귀하다. 미국 희귀질환기구(NORD)에 따르면 증상이 경미해 다른 질환으로 오진되는 경우도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 질환은 뚜렷한 예방법이 없다. 다만, 드물게 유전되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미리 유전자 검사를 통해 대비하면 도움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