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귀질환
얼굴 한쪽에 포도주색 반점이? 경련·녹내장까지 일으키는 ‘희귀질환’일 수도
임민영 기자
입력 2024/09/13 07:15
[세상에 이런 병이?]
소아기나 청소년기에 피부에 점이 생기면 이를 ‘모반’이라고 부른다. 그런데, 태어날 때부터 얼굴 한쪽에 포도빛의 모반이 뒤덮여있는 사람들이 있다. ‘스터지-웨버 증후군(Sturge-Weber Syndrome)’에 대해 알아본다.
스터지-웨버 증후군은 삼차신경의 혈관종증이라고도 알려졌으며, 뇌의 미세혈관구조에 영향을 주는 질환이다. 삼차신경은 얼굴과 머리에서 오는 통각과 온도 감각을 뇌에 전달하는 뇌신경이다. 혈관종은 혈관 조직이 비정상적으로 증식하고 확장해 뭉쳐서 덩어리를 이룬 것을 말한다. 스터지-웨버 증후군은 혈관종증이 뇌막과 안면신경을 침범하는 질환으로, 대부분 한쪽 대뇌를 침범한다. 이때 혈관종증이 침범한 쪽의 삼차신경이 분포하는 얼굴 부위에 포도주빛의 모반이 나타나는 게 특징적이다.
스터지-웨버 증후군은 아직 원인이 밝혀지지 않았다. 일부 환자에게는 CNAQ 유전자 변이가 발견되기도 했다. CNAQ 유전자는 혈관이 제대로 기능하고 성장하도록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 이곳에서 변이가 발생하면서 혈관이 제대로 형성되지 못해 스터지-웨버 증후군이 발병하는 것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유전되는 질환은 아니라고 판단한다.
스터지-웨버 증후군 환자 중 75~90%는 발작과 경련을 보인다. 경련은 뇌 내 혈관종에 의한 저산소증, 허혈 등이 대뇌피질을 흥분시켜 발생한다. 환자들이 처음 경련을 겪는 평균 나이는 생후 6개월이며, 대부분 5세 이전에 경련이 시작된다. 이외에도 환자 중 절반 이상에서 지적장애가 발견된다. 지적장애를 일으키는 요인은 정확히 확인되지 않았지만, 저산소증이 지적장애를 유발할 수 있다고 알려졌다. 스터지-웨버 증후군 환자들은 피부 이상과 신경학적 증상 외에도 안과적 합병증을 겪을 수 있다. 환자들은 녹내장이 발병할 위험이 크며, 안구 돌출증이 나타나기도 한다.
스터지-웨버 증후군 환자들은 태어날 때부터 얼굴 피부의 혈관기형이 나타나기 때문에 건강 이상을 바로 알아차리는 편이다. 다만, 얼굴 피부의 혈관기형을 가진 환자 중 약 8%만이 스터지-웨버 증후군 환자다. 따라서 피부 증상보다는 뇌 내 혈관종의 여부에 따라 진단하게 된다.
스터지-웨버 증후군은 매우 희귀해 정확한 환자 수가 집계되지 않는다. 스터지-웨버 증후군은 초기에 치료하기 시작하면 일상생활이 가능할 정도로 건강해질 수 있다. 따라서 스터지-웨버 증후군을 진단받았다면 꾸준한 관리가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