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귀질환
태어날 때부터 소변 파랗다는데… ‘푸른 기저귀 증후군’ 뭘까?
임민영 기자
입력 2024/09/20 07:15
세상에 이런 병이?
아기들은 아직 정확한 의사를 표현하지 못한다. 그렇기 때문에 아기가 불편해보이면 기저귀를 살펴보는 것이 우선이다. 이렇듯 아기 기저귀는 아기의 건강 상태 등을 알 수 있는 지표다. 그런데, ‘푸른 기저귀 증후군(Blue Diaper Syndrome)’이 있는 아기들은 파란색 소변을 눠 부모들을 깜짝 놀라게 한다. 푸른 기저귀 증후군은 어떤 희귀질환일까?
푸른 기저귀 증후군은 ‘드러먼드 증후군(Drummond’s Syndrome)’이라고도 불리는 희귀 대사질환이다. 이 질환은 1964년에 처음 보고됐으며, 당시 한 쌍둥이의 기저귀에서 푸른색 얼룩이 발견된 것으로 알려졌다. 푸른 기저귀 증후군은 필수아미노산의 일종인 트립토판이 장내에서 불완전하게 분해되면서 발병한다. 트립토판은 ‘인돌’로 변환돼 흡수되고 ‘인디칸’이 되어 소변을 통해 배설된다. 이때 인디칸은 공기에 접하면 청색을 띨 수 있다. 그런데, 푸른 기저귀 증후군이 있으면 트립토판이 과도하게 많거나 제대로 흡수되지 못하면서 인디칸도 축적된다. 이로 인해 기저귀에 푸른색 얼룩이 생기는 것이다.
이외에도 푸른 기저귀 증후군이 있으면 식욕 저하, 소화 장애, 구토가 나타난다. 제대로 음식물을 소화하지 못하기 때문에 체중 감량이 자주 발생한다. 그리고 영양분을 효과적으로 흡수하지 못해 발달 지연까지 동반될 수 있다. 일부 환자들은 잦은 고열에 시달리거나 장염을 겪으며, 시력 저하까지 나타난다. 푸른 기저귀 증후군은 고칼슘혈증도 일으킬 수 있다. 고칼슘혈증은 혈중 칼슘 수치가 높은 상태로, 신장에 부담을 줘 신부전으로 이어질 위험이 있다.
푸른 기저귀 증후군은 상염색체 열성으로 유전된다. 트립토판이 제대로 흡수되지 않는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최근 연구에서는 LAT2 유전자, 또는 TAT1 유전자 변이가 트립토판의 흡수를 막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PCSK1 유전자의 변이도 푸른 기저귀 증후군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알려졌다. PCSK1 유전자가 변형돼 칼슘이 제대로 대사되지 못하는 것이다.
푸른 기저귀 증후군은 매우 희귀해 정확한 환자 수가 집계되지 않는다. 미국 희귀질환기구(NORD)에 따르면 푸른 기저귀 증후군은 성별과 상관없이 발병할 수 있다. 푸른 기저귀 증후군은 신생아의 기저귀만 확인해도 알 수 있기 때문에 발견하기 쉬운 편이다.
푸른 기저귀 증후군을 진단받으면 환자들은 먼저 식단 관리를 해야 한다. 칼슘을 제한하는 식단을 실천해야 하며, 단백질과 비타민D 섭취량도 조절해야 한다. 칠면조나 데운 우유처럼 트립토판이 풍부한 음식은 피해야 한다. 장염 등 감염이 자주 발생한다면 항생제를 처방받을 수 있다.
푸른 기저귀 증후군을 예방할 방법은 아직 없다. 만약 가족력이 있다면 미리 유전자 검사를 해보는 것을 권장한다. 푸른 기저귀 증후군은 증상의 정도에 따라 다르지만, 대부분 식단 관리만 하면 일상생활이 가능할 정도로 치료 경과가 좋다. 따라서 아기에게 증상이 나타난다면 신속히 병원을 방문해 치료를 시작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