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귀질환
“온몸에 벌레 기어다니는 줄” 20번 넘는 수술까지… 美 소녀 앓는 ‘희귀질환’ 뭐였길래?
임민영 기자
입력 2024/09/12 15:00
[해외토픽]
지난 11일(현지시각) 피플 등 외신에 따르면 페이지 라콤(19)은 8살 때 뇌전증 치료를 위해 한 약물을 처방받았는데, 한밤중에 피부에 이상한 느낌을 받았다. 페이지의 어머니는 “당시 페이지가 자다가 안방으로 오더니 온몸에 벌레가 기어다니는 것 같다고 했다”며 “불을 켜고 확인해보니 페이지의 입술과 얼굴이 다 붓고, 눈이 빨갛고 온몸에 발진이 생겼다. 열도 심하게 나서 급하게 병원으로 데려갔다”고 말했다. 검사 결과, 페이지는 ‘스티븐 존슨 증후군(Stevens-Johnson syndrome)’을 진단받았다. 이후 페이지는 7년 동안 병원에 입원해 20번 이상 수술을 받아야 했다. 다행히 페이지의 증상은 완화해서 현재 그는 대학교 진학에 성공했다. 페이지는 당시에 대해 “처음에 내 피부가 점점 벗겨지는 것을 보면서 죽는 줄 알았다”며 “여전히 치료하고 있지만, 예전에 비해 정말 많이 나아졌다”고 말했다. 페이지가 10년 넘게 투병 중인 스티븐 존슨 증후군은 어떤 증상을 일으킬까?
스티븐 존슨 증후군은 피부의 탈락을 유발하는 심각한 급성 피부 점막 전신 질환이다. 이 질환에 걸리면 초반에는 고열이나 눈이 따가운 증상을 겪는다. 이후 질환이 진행되면서 피부에 붉은 자국과 물집이 생기고 점막에도 물집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심할 경우 전신의 피부가 벗겨지기도 한다. 그리고 주요 병변 위치에 따라 호흡기관에 나타나면 호흡곤란을 겪을 수 있고, 배뇨기관에 생기면 배뇨곤란을 겪을 위험이 있다.
스티븐 존슨 증후군의 50% 이상은 약물에 대한 알레르기 반응 때문에 발생한다. 통풍치료제인 알로퓨리놀(allopurinol), 항염증제인 설파살라진(sulfasalazine) 등이 이 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 이외에도 악성 종양, 바이러스 질환, 급성 이식편대숙주질환(이식을 받은 후 이식된 T림프구가 환자의 세포를 비자기로 인식해 공격하는 질환) 등에 의해 발병할 수 있다. 스티븐 존슨 증후군은 매년 100만 명 중 1~2명꼴로 발병하는 희귀 질환이다.
스티븐 존슨 증후군을 치료할 때는 원인이 되는 약물을 파악해 사용을 멈추는 게 우선이다. 이 질환은 진행될수록 ▲피부에 영구적인 손상이 생기거나 ▲감염으로 인해 패혈증이 생기거나 ▲호흡기관의 기능이 저하돼 생명을 위협할 수 있다. 따라서 초기에 질환의 악화를 막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만약 표피가 심하게 벗겨지면 화상과 거의 유사한 방법으로 치료한다. 수분 및 전해질의 균형을 유지하고, 괴사 조직을 제거해 이차 감염을 예방하는 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