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질환
늦다고 다 장애 아니지만… ‘자폐 특징’에 매몰되지도 말아야 [조금 느린 세계]
이해림 기자
입력 2024/08/29 09:15
자폐가 의심될 때 부모의 행동 요령
발달장애는 종류가 많다. 운동 기능, 언어 능력, 학습 능력, 사회적 소통 능력 등 어떤 영역에서 발달이 지연되느냐에 따라 장애 유형이 세분된다. 지적 능력·인지 기능·문제 해결 능력 등이 떨어지면 지적장애, 사회성과 의사소통 능력이 떨어지면서 행동과 놀이가 패턴화된 게 주 특성이면 자폐스펙트럼장애, 주의집중력과 충동 조절 능력이 일반인보다 떨어지면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로 분류되는 식이다. 환자 수가 가장 많은 것은 ADHD고, 보호자 관심도가 가장 높은 것은 자페스펙트럼장애다.
아이가 또래보다 늦다는 것을 인지한 뒤부터는, 어떤 유형의 발달장애에 속하는지 알기 위한 부모의 긴 여정이 시작된다. 초행길이라 인터넷 속 부정확한 정보에 의지하다가 잘못된 길에 들어서기도 한다. 발달장애 의심부터 확진에 이르기까지, 올바른 길만 가고 싶은 보호자가 꼭 참고해야 하는 사항을 짚어봤다.
◇발달 ‘지연’과 함께 다른 증상 동반되는지 살피고
발달이 늦다고 해서 다 발달 ‘장애’는 아니다. 말이 늦게 트였어도 순식간에 언어 구사력이 향상하는 사례가 실제로 많다. 관건은 발달 ‘지연’ 상태가 ‘지속’되느냐다. 일시적으로 발달이 늦은 아이들은 치료받으면 6개월 이내로 또래를 따라잡는다. 이후에도 발달이 더디면 발달장애를 의심한다. 또래는 곧잘 배우는 행동을 아이가 어려워하는지도 확인해야 한다. 분당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유희정 교수는 “발달장애 아이들은 말이 늦을 뿐 아니라 밥 먹기, 옷 입고 벗기, 대소변 가리기, 양치질하기 등 일상생활을 스스로 하는 데 필요한 ‘자조 기능’을 배우길 어려워한다”고 말했다.
발달장애 유형에 속하는 자폐스펙트럼장애·ADHD 등의 증상을 보이는지도 점검해야 한다. 자폐스펙트럼장애 아이는 또래보다 말이 늦으면서 ▲타인과 관계 맺는 것에 무관심 ▲상황에 맞는 상호작용 기술 부족 ▲표정이나 몸짓 등 비언어적 표현으로도 의사소통하기 어려워함 ▲특정 행동이나 생활 방식을 지나치게 반복 ▲사소한 감각 자극에도 일상생활이 어려울 정도로 반응 ▲정서 조절 어려움 등의 특징을 함께 보인다. 보통의 아이는 울다가도 관심사가 다른 데로 옮겨가거나 달래지지만, 자폐스펙트럼장애 아이는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
ADHD 아이는 ▲주의 산만 ▲시간 준수 어려움 ▲경청이 어려움 ▲행동을 억제해야 하는 상황에서도 억제하지 못함 등의 특성을 주로 보인다.
◇‘일반적 특징’에 매몰되지 말아야
그렇다고 저 상황에 처한 모두가 걱정해야 하는 건 아니다. 자폐스펙트럼장애는 사람마다 증상 차가 크다. 의심 증상이 있어도 자폐가 아닐 수 있고, 보기에는 아무렇지 않아도 자폐일 수 있다. 유희정 교수는 “다른 사람과 친근하게 대화할 수 있는 자폐스펙트럼장애 환자도 있다”며 “남과 일절 소통하지 않는 사례는 자폐스펙트럼장애 환자 중에서도 극소수”라고 말했다. 자폐스펙트럼장애가 의심된다면 아이가 상황 맥락, 상대와의 사회적 거리를 고려해 적합하게 행동하는지 봐야 한다. 예컨대, 낯선 사람에게 지나치게 잘 다가가는 것은 오히려 부적절하다. 이럴 땐 경계하며 숨고, 말을 안 걸고, 힐끗 보고 낯설어 하는 것이 더 적합하다. 일단 의심될 때는 병원에 가야 한다.
모든 아이에게 나타나는 일반적인 행동이라 생각한 특성이 자폐스펙트럼장애의 징후일 때도 있다. 자폐스펙트럼장애 아이들은 특정 대상에 강한 흥미를 보인다. 어릴 때 공룡, 인형, 자동차 등 특정 대상에 매료되는 것은 누구나 마찬가지다. 그러나 일반 아이들은 관심사에 몰두하더라도 다른 흥밋거리가 나타나면 주의가 옮겨간다. 상대방이 자신의 관심사를 지루해한다는 것도 눈치챌 수 있다. 자폐스펙트럼장애 아이는 이것이 어렵다. 유희정 교수는 “상황 맥락은 신경 쓰지 않고 아무에게나 본인 관심사인 공룡 얘기만 한다거나, 상대방이 다른 말을 하는데도 아랑곳하지 않고 자기 관심사만 말하는 모습을 보이는 식”이라고 말했다.
◇아이 변화 추적 관찰할 ‘주치의’ 꼭 필요
진단·검사를 위해 병원에 갈 때는 아이의 행동을 최대한 객관적으로 기록한 자료를 들고 가자. 유치원·어린이집·학교 선생님이 적은 아이의 생활 기록부가 한 예다. 아이의 놀이 모습이나 문제 행동을 영상으로 촬영한 것도 큰 도움이 된다. 이때 아이의 행동을 ‘부모의 시선으로 해석해’ 전달하지 않는다. “아이가 큰 소리를 들으면 불안해한다”는 식이 아니라, “큰 소리가 나면 가만히 앉아 있지 못하고 방 이곳저곳을 돌아다닌다”는 식으로 객관적인 내용만 전달한다. 그래야 더 효율적인 진단이 가능하다.
아이에게 잘 맞는 의사를 찾으려 여러 병원에 다녀볼 수는 있다. 그래도 아이가 커감에 따라 어떻게 변화하는지 주기적으로 관찰하는 ‘주치의’는 있는 게 좋다. 자폐스펙트럼장애는 모든 증상이 한꺼번에 나타나지 않고, 시간에 따라 새로 생겼다가 사라지기도 한다. 추적 진료해야 확진할 수 있다. 의사마다 진단이 다를 때도 마찬가지다. 한림대동탄성심병원 소아청소년과 김성구 교수는 “아이에게 자폐스펙트럼장애와 ADHD가 다 있는데, 의사가 자신의 전문성이 강한 쪽을 먼저 포착하면 초기에는 진단명이 갈릴 수 있다”며 “추적 진료를 통해 아이의 변화를 종합적으로 관찰하는 게 중요한 이유”라고 말했다.
◇장애 유형 가닥 잡은 뒤, 그에 맞는 치료를
아이가 또래와 다르다는 걸 부모가 일찍 인지하더라도 장애를 확진받기까지는 시간이 걸린다. 자폐스펙트럼장애는 18~24개월, 지적장애는 4세경, ADHD는 5~6세에 확진 가능해진다. 이보다 어린 나이에 발달장애가 의심된다면 어느 쪽에 가까운지라도 알아두는 게 좋다. 김성구 교수는 “확진 전이라도 아이가 어떤 유형으로 추정되는지 확인하고, 그에 맞는 치료를 빠르게 시작하면 좋다”고 말했다. 일례로, 자폐스펙트럼장애 아이는 단순 언어 지연 아이와 말이 느린 것은 같지만 치료 접근법은 다르다. 단순 언어 지연은 타인의 말을 듣고 이해할 수 있으나 표현이 미숙할 뿐이다. 언어 표현법이나 올바른 발음을 가르치면 된다. 자폐스펙트럼장애에서 이런 치료는 후순위다. 타인의 말을 이해하는 기술부터 배워야 한다. 말로 표현하지 않는 아동은 몸짓, 표정 등으로 의사소통하는 학습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
아이의 발달장애 유형을 추정하려면 의사와의 상담이 필수다. 확진 역시 병원에서 검사를 받은 후에 가능하다. 보건소나 병원에서 시행하는 영유아건강검진은 발달장애 의심 여부만 뭉뚱그려 확인할 뿐이다. 확진이 까다로운 자폐스펙트럼장애의 경우, 진단 문턱을 낮추기 위해 한국형 자폐스펙트럼장애 조기 진단 검사 ‘BeDevel’이 개발돼 신뢰도를 검증받았다. 다만, 신의료기술 허가가 나지 않아 실용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정밀 검사를 시행하는 의료기관은 ‘국민건강보험 홈페이지 건강 iN→검진기관/병원찾기→병(의)원 정보→영유아 발달정밀검사 의료기관 찾기’에서 확인할 수 있다.
아이가 또래보다 늦다는 것을 인지한 뒤부터는, 어떤 유형의 발달장애에 속하는지 알기 위한 부모의 긴 여정이 시작된다. 초행길이라 인터넷 속 부정확한 정보에 의지하다가 잘못된 길에 들어서기도 한다. 발달장애 의심부터 확진에 이르기까지, 올바른 길만 가고 싶은 보호자가 꼭 참고해야 하는 사항을 짚어봤다.
◇발달 ‘지연’과 함께 다른 증상 동반되는지 살피고
발달이 늦다고 해서 다 발달 ‘장애’는 아니다. 말이 늦게 트였어도 순식간에 언어 구사력이 향상하는 사례가 실제로 많다. 관건은 발달 ‘지연’ 상태가 ‘지속’되느냐다. 일시적으로 발달이 늦은 아이들은 치료받으면 6개월 이내로 또래를 따라잡는다. 이후에도 발달이 더디면 발달장애를 의심한다. 또래는 곧잘 배우는 행동을 아이가 어려워하는지도 확인해야 한다. 분당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유희정 교수는 “발달장애 아이들은 말이 늦을 뿐 아니라 밥 먹기, 옷 입고 벗기, 대소변 가리기, 양치질하기 등 일상생활을 스스로 하는 데 필요한 ‘자조 기능’을 배우길 어려워한다”고 말했다.
발달장애 유형에 속하는 자폐스펙트럼장애·ADHD 등의 증상을 보이는지도 점검해야 한다. 자폐스펙트럼장애 아이는 또래보다 말이 늦으면서 ▲타인과 관계 맺는 것에 무관심 ▲상황에 맞는 상호작용 기술 부족 ▲표정이나 몸짓 등 비언어적 표현으로도 의사소통하기 어려워함 ▲특정 행동이나 생활 방식을 지나치게 반복 ▲사소한 감각 자극에도 일상생활이 어려울 정도로 반응 ▲정서 조절 어려움 등의 특징을 함께 보인다. 보통의 아이는 울다가도 관심사가 다른 데로 옮겨가거나 달래지지만, 자폐스펙트럼장애 아이는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
ADHD 아이는 ▲주의 산만 ▲시간 준수 어려움 ▲경청이 어려움 ▲행동을 억제해야 하는 상황에서도 억제하지 못함 등의 특성을 주로 보인다.
◇‘일반적 특징’에 매몰되지 말아야
그렇다고 저 상황에 처한 모두가 걱정해야 하는 건 아니다. 자폐스펙트럼장애는 사람마다 증상 차가 크다. 의심 증상이 있어도 자폐가 아닐 수 있고, 보기에는 아무렇지 않아도 자폐일 수 있다. 유희정 교수는 “다른 사람과 친근하게 대화할 수 있는 자폐스펙트럼장애 환자도 있다”며 “남과 일절 소통하지 않는 사례는 자폐스펙트럼장애 환자 중에서도 극소수”라고 말했다. 자폐스펙트럼장애가 의심된다면 아이가 상황 맥락, 상대와의 사회적 거리를 고려해 적합하게 행동하는지 봐야 한다. 예컨대, 낯선 사람에게 지나치게 잘 다가가는 것은 오히려 부적절하다. 이럴 땐 경계하며 숨고, 말을 안 걸고, 힐끗 보고 낯설어 하는 것이 더 적합하다. 일단 의심될 때는 병원에 가야 한다.
모든 아이에게 나타나는 일반적인 행동이라 생각한 특성이 자폐스펙트럼장애의 징후일 때도 있다. 자폐스펙트럼장애 아이들은 특정 대상에 강한 흥미를 보인다. 어릴 때 공룡, 인형, 자동차 등 특정 대상에 매료되는 것은 누구나 마찬가지다. 그러나 일반 아이들은 관심사에 몰두하더라도 다른 흥밋거리가 나타나면 주의가 옮겨간다. 상대방이 자신의 관심사를 지루해한다는 것도 눈치챌 수 있다. 자폐스펙트럼장애 아이는 이것이 어렵다. 유희정 교수는 “상황 맥락은 신경 쓰지 않고 아무에게나 본인 관심사인 공룡 얘기만 한다거나, 상대방이 다른 말을 하는데도 아랑곳하지 않고 자기 관심사만 말하는 모습을 보이는 식”이라고 말했다.
◇아이 변화 추적 관찰할 ‘주치의’ 꼭 필요
진단·검사를 위해 병원에 갈 때는 아이의 행동을 최대한 객관적으로 기록한 자료를 들고 가자. 유치원·어린이집·학교 선생님이 적은 아이의 생활 기록부가 한 예다. 아이의 놀이 모습이나 문제 행동을 영상으로 촬영한 것도 큰 도움이 된다. 이때 아이의 행동을 ‘부모의 시선으로 해석해’ 전달하지 않는다. “아이가 큰 소리를 들으면 불안해한다”는 식이 아니라, “큰 소리가 나면 가만히 앉아 있지 못하고 방 이곳저곳을 돌아다닌다”는 식으로 객관적인 내용만 전달한다. 그래야 더 효율적인 진단이 가능하다.
아이에게 잘 맞는 의사를 찾으려 여러 병원에 다녀볼 수는 있다. 그래도 아이가 커감에 따라 어떻게 변화하는지 주기적으로 관찰하는 ‘주치의’는 있는 게 좋다. 자폐스펙트럼장애는 모든 증상이 한꺼번에 나타나지 않고, 시간에 따라 새로 생겼다가 사라지기도 한다. 추적 진료해야 확진할 수 있다. 의사마다 진단이 다를 때도 마찬가지다. 한림대동탄성심병원 소아청소년과 김성구 교수는 “아이에게 자폐스펙트럼장애와 ADHD가 다 있는데, 의사가 자신의 전문성이 강한 쪽을 먼저 포착하면 초기에는 진단명이 갈릴 수 있다”며 “추적 진료를 통해 아이의 변화를 종합적으로 관찰하는 게 중요한 이유”라고 말했다.
◇장애 유형 가닥 잡은 뒤, 그에 맞는 치료를
아이가 또래와 다르다는 걸 부모가 일찍 인지하더라도 장애를 확진받기까지는 시간이 걸린다. 자폐스펙트럼장애는 18~24개월, 지적장애는 4세경, ADHD는 5~6세에 확진 가능해진다. 이보다 어린 나이에 발달장애가 의심된다면 어느 쪽에 가까운지라도 알아두는 게 좋다. 김성구 교수는 “확진 전이라도 아이가 어떤 유형으로 추정되는지 확인하고, 그에 맞는 치료를 빠르게 시작하면 좋다”고 말했다. 일례로, 자폐스펙트럼장애 아이는 단순 언어 지연 아이와 말이 느린 것은 같지만 치료 접근법은 다르다. 단순 언어 지연은 타인의 말을 듣고 이해할 수 있으나 표현이 미숙할 뿐이다. 언어 표현법이나 올바른 발음을 가르치면 된다. 자폐스펙트럼장애에서 이런 치료는 후순위다. 타인의 말을 이해하는 기술부터 배워야 한다. 말로 표현하지 않는 아동은 몸짓, 표정 등으로 의사소통하는 학습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
아이의 발달장애 유형을 추정하려면 의사와의 상담이 필수다. 확진 역시 병원에서 검사를 받은 후에 가능하다. 보건소나 병원에서 시행하는 영유아건강검진은 발달장애 의심 여부만 뭉뚱그려 확인할 뿐이다. 확진이 까다로운 자폐스펙트럼장애의 경우, 진단 문턱을 낮추기 위해 한국형 자폐스펙트럼장애 조기 진단 검사 ‘BeDevel’이 개발돼 신뢰도를 검증받았다. 다만, 신의료기술 허가가 나지 않아 실용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정밀 검사를 시행하는 의료기관은 ‘국민건강보험 홈페이지 건강 iN→검진기관/병원찾기→병(의)원 정보→영유아 발달정밀검사 의료기관 찾기’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