척추·관절질환
"고난도 척추 수술 명의 합류… 허리·목 질환, 대학병원까지 안 가도 돼"
이해림 헬스조선 기자
입력 2024/08/28 07:29
[주목! 이 병원] 동탄시티병원
허리·목 질환 '내시경 최소침습술'로 간단 치료
대학병원급 고난도 수술, 교수 출신 원장이 수행
'실시간 신경 감시 장치' 도입해 부작용 최소화
"집 근처 병원에서 대학병원급 치료 가능해"
허리·목 질환은 '내시경 최소침습술'로 쉽게 수술
신재흥 병원장의 신조는 '환자 부담 최소화'다. 이에 수술이 꼭 필요한 환자라면 최소침습술을 택하고 있다. 최소침습술은 수술할 때 절개창을 최대한 작게 내는 술기다. 전통적 디스크 수술이 3~3.5㎝ 절개창을 내야 했다면, 요즘엔 6㎜에서 1㎝로 충분하다. 척추뼈를 인접 척추뼈에 고정하는 '유합술'은 과거에 세로 방향으로 10㎝나 절개해야 했으나 이젠 2.5㎝면 된다. 신재흥 병원장은 "과거 수술법을 따르면 근육이 많이 손상돼, 섬유화된 근육들이 재수술 시 유착될 위험이 컸고 수술 직후 통증도 심했다"며 "그러나 최소침습술을 시행하면 통증이 적고 회복도 빠르다"고 말했다.
웬만한 질환은 다 최소침습술, 그중에서도 내시경을 활용한 최소침습술로 치료할 수 있다. 척추 병원을 찾는 환자들은 대부분 ▲추간판탈출증(허리디스크) ▲척추관협착증 ▲경추추간공협착증 환자다. 추간판탈출증 환자는 허리가 아프고 엉덩이나 다리, 발끝이 저릴 수 있다. 척추관협착증 환자는 오래 걸어도 괜찮은 날이 있는가 하면, 다리가 뻐근하고 땅겨서 몇 걸음 조차 걷기가 힘들 때도 있다. 경추추간공협착증 환자는 목뿐 아니라 한쪽 견갑골 주변이 아프다. 일부 환자는 손끝이 저리고 무엇인가 땅기는 느낌을 받을 수도 있다. 신재흥 병원장은 이런 환자들이 찾아오면 최대한 보존적 치료를 시도하고, 수술이 필요하다면 단일공 내시경 수술을 집도한다.
내시경 렌즈 삽입용 그리고 수술 장비 삽입용 구멍을 두 개 뚫어야 하는 양방향 내시경 수술과 달리, 단일공 내시경 수술은 하나의 구멍으로 렌즈와 장비를 모두 넣는다. 절개창이 하나 적으니 회복도 더 빠르다. 협착증의 경우 인대가 두꺼워져 신경을 누르는 게 주요 원인이므로 뼈를 약간 갈아주고 인대를 걷어내 신경이 있을 공간을 확보한다. 추간판탈출증은 작은 절개창으로 들어가서 터진 디스크를 걷어내고 눌린 신경을 풀어준다.
같은 내시경 수술이라도 집도의 숙련도에 따라 수술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 신재흥 병원장은 "허리 뒤에서 구멍을 뚫어 내시경 수술을 하는 경우도 있고, 옆구리 쪽에 구멍을 뚫어 접근하는 경우도 있다. 어떤 경로로 접근을 하던 정상 조직을 최대한 손상시키지 않고 병변만 해결할 수 있다"며 "내시경 수술 위주로 최소 3년은 집도한 의사에게 수술받길 권한다"고 말했다. 척추 질환 수술법을 꾸준히 공부하고 수련한 의사들을 대한척추외과학회 사이트에서 확인하는 것도 방법이다.
전 대학병원 교수와 새 장비 합류로 '고난도 수술'까지
문제는 보편적인 허리·목 질환 환자 말고, 보기 드물게 상태가 나쁜 환자들이다. 피아노 건반의 이가 빠지듯 일부 척추뼈가 빠져 척추 정렬이 흐트러지고(전방전위증), 척추가 정상 곡선을 벗어나 휘어 있으며(측만증), 신경이 눌려있기까지 한 환자가 그 예다. 이런 환자는 뼈를 갈아서 신경이 눌리지 않게 하거나 터져 나온 디스크를 제거하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뼈의 정렬을 바로잡는 '유합술'이 필요하다. 삐뚤삐뚤한 치아에 교정기를 끼듯 척추뼈에 나사를 박아 척추의 올바른 곡선을 재건하는 것이다. 김기택 명예원장은 이 분야 최고 권위자다. 과거 강동경희대병원 정형외과 교수로 있으면서 강직성 척추염으로 허리가 160도로 굽어 15년간 앞을 보지 못했던 척추 기형 환자의 허리를 수술로 교정했다. 이 환자는 스스로 걸을 수 없어 휠체어를 타고 입원했다가 수술 후 직접 걸어서 퇴원했다.
동탄시티병원은 대학병원 교수를 지낸 김기택 명예원장이 합류함으로써 고난도 수술 능력을 갖추게 됐다. 원래라면 어렵고 큰 수술은 개인 병원에서 하기 어렵다. 고난도 수술에 익숙한 의사들은 어려운 환자가 몰리는 대학병원에 주로 있고, 대학병원보다 규모가 작은 개인 병원은 고난도 수술에 꼭 필요한 인적·물적 자원이 부족할 수밖에 없어서다. 이에 김기택 명예원장은 동탄시티병원에 처음 왔을 때 고난도 수술을 위한 인프라를 갖추는 것에 집중했다. 그는 "규모가 큰 척추 수술은 함께 수술실에 들어가는 의사와 간호사의 합이 좋아야 하고, 환자 응급상황에 재빨리 대처할 수 있는 의료팀과 설비도 갖춰져 있어야 한다"며 "이젠 수술실 간호사가 내 눈빛만 봐도 지금 환자에게 무엇이 필요한지 안다"고 말했다.
김기택 명예원장 합류 후에 새로 도입된 장비 중 하나가 '실시간 신경 감시 장치'다. 대학병원 정도는 되어야 갖출 수 있는 고가 장비다. 척추와 목을 수술하다 보면 의도치 않게 신경을 건드릴 수 있다. 신경이 손상된 환자는 수술 후에 신체 일부가 저리거나 근력이 떨어지는 부작용이 나타난다. 실시간 신경 감시 장치는 수술할 때 건드릴 위험이 있는 신경이 지배하는 부위에 바늘을 꽂고, 감시 대상 신경에 전기 자극이 잘 통하는지 실시간으로 확인하는 용도다. 환자의 뇌 기능 손상을 최소화하기 위해 환자가 바이올린을 켜게 한 상태로 뇌 수술을 집도하는 것과 같은 원리다.
스승과 제자 간 소통으로 환자 중심적 치료
신재흥 병원장과 김기택 명예원장은 "가르침을 주고받는 관계로 다시 만났다"고 말한다. 신재흥 병원장은 "과거에 배웠던 수술적 기법의 기본기를 스승 덕에 다시금 단단히 다지고 있다"며 "오랜 수술 경험에서 체득했으나 데이터화해 논문으로 발간하기는 어려운 비법도 스승에게 전수받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환자를 대하는 태도에서도 배움을 얻었다. 다른 병원을 전전하다 동탄시티병원에 수술하러 온 환자에게 김기택 명예원장은 수술 보다는 보존적 치료를 하자고 설득했다. 이에 신재흥 병원장은 보존적 치료를 우선했고, 뜻밖에도 환자는 수술 없이 회복했다. 신재흥 병원장은 "좋은 외과 의사는 수술을 잘 하는 외과 의사라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더 환자 친화적인 관점에서 생각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김기택 명예원장은 단일공 내시경 수술을 신재흥 병원장에게 배웠다. 지금은 새로 습득한 최신 술기를 오랜 경험에 버무려 '내시경 이용 유합술' 술기를 개발하는 중이다. 환자가 유합술을 더 편하게 받을 수 있게 하기 위함이다. 김기택 명예원장은 "내가 대학병원에 있을 땐 내시경 수술이 보편화되지 않았고, 나 역시 잘 집도하지 않았다"며 "그러나 최근 5∼6년 사이 내시경 수술이 급속도로 발전해 지금은 내가 신재흥 병원장에게 내시경 수술을 배우고 있다"고 말했다. 김기택 명예원장은 현재 내시경을 이용하지 않은 최소침습술로만 유합술을 집도하고 있다. 내시경을 이용한 유합술 술기가 자신에게 만족스러울 때까지 이론적 검증을 거치겠다는 게 그의 신념이다.
각기 다른 강점을 지닌 두 원장이지만, 진료 정신은 같다. 환자의 편의가 최우선이다. 환자가 큰 수술을 부담스러워한다면 최대한 수술을 미루고, 보존적 치료로 개선할 방법을 찾는다. 수술을 안 할 수 없다면 그나마 부담이 적은 내시경 수술을 집도한다. 뿐만 아니라 환자의 일상적 측면까지 고려한다. 신재흥 병원장은 "보호자가 없어서 수술 후 입원을 고민하는 환자를 위해, 체계적인 간호간병시스템을 구축함으로써 보호자 없이도 기본적 관리를 받을 수 있게 했다"고 말했다. 김기택 명예원장은 "비수술적 치료는 대학병원 아닌 개인 병원에서 더 잘 한다"며 "멀리 대학병원까지 가지 말고, 가까운 병원에서 환자가 편히 치료받았으면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