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토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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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에서 사는 샬럿 컨(27)은 4대째 ‘헌팅턴병’을 앓고 있다. 투병 중이었던 외할머니와 찍은 사진./사진=더 선
영국 20대 여성이 4대째 앓고 있는 희귀질환에 대해 이야기했다.

지난 3일(현지시간) 더 선 등 외신에 따르면 샬럿 컨(27)의 증조할머니와 외할머니는 ‘헌팅턴병(Huntington’s disease)’에 걸려 사망했다. 샬럿의 외할머니는 2002년 진단받아 20년 가까이 투병생활을 한 끝에 2021년 사망했다. 샬럿의 어머니도 2004년에 진단받았다. 샬럿은 “외할머니는 돌아가실 때 걷거나 말하거나 음식을 먹는 등 어떤 행동도 할 수 없었다”며 “외할머니를 가까이서 간병해주다보니 나도 이 질환에 언젠가 걸릴 것이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고 검사를 받았다”고 말했다.

검사 결과, 샬럿도 헌팅턴 유전자가 있었지만, 아직 증상이 나타나지는 않았다. 샬럿의 어머니는 소식을 들었을 때 누구보다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샬럿은 “엄마가 그렇게 절망스러워하는 모습을 처음 봤다”며 “함께 외할머니의 투병생활을 봤으니 가족들 모두 불안감이 크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앞으로 20년 동안 서서히 몸에서 나타날 일을 벌써 알고 있으면 두렵지 않냐고 묻는 사람들이 있다”며 “그런데 오히려 아는 게 힘이어서, 질환이 어떻게 진행되고 어떤 임상시험이 있는지 알기 때문에 미래를 더 잘 대비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샬럿부터 증조할머니까지 4대째 앓고 있는 헌팅턴병은 어떤 질환일까?


헌팅턴병은 신경계에 영향을 미치는 퇴행성 유전질환이다. 이 질환은 4번 염색체의 단완(동원체를 중심으로 짧은 부위)이 변이하면서 상염색체 우성으로 유전된다. 헌팅턴병 환자들은 보통 30~40세 정도에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드물게 20세 이전이나 50세 이후에 나타나기도 한다. 초기에는 ▲걸음걸이나 움직임이 부자연스럽거나 ▲말투가 늘어지거나 ▲음식물을 제대로 못 삼키거나 ▲성격 변화 등을 겪는다. 병이 진행될수록 근육을 제어할 수 없어 무의식적으로 갑자기 움직이기도 한다. 언어 능력과 기억력도 급속도로 떨어진다. 이 질환은 발병 후 15~25년 내 신체적, 정신적으로 심각한 무능력 상태에 이르며, 결국 사망하게 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22년 국내 헌팅턴 환자는 340명일 정도로 희귀하다.

헌팅턴병은 아직 완치법이 없어서 증상을 완화하는 치료를 진행한다. 근육이 비정상적으로 움직인다면 이를 완화할 약물 치료를 시도한다. 헌팅턴병 환자들은 병이 진행되면서 일상생활을 독립적으로 수행하지 못해 우울증에 걸릴 때가 많다. 이 경우에는 우울증 치료도 병행해야 한다. 헌팅턴병은 유전질환이라 예방할 수 없다. 다만, 헌팅턴병에 걸린 성인의 자녀에게 유전될 확률은 성별에 상관없이 출생 때마다 각각 50%로 우성유전된다. 따라서 유전자 검사를 받아 헌팅턴병을 대비한다면 제때 치료를 시작할 수 있어 도움이 된다.